도서비평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상태바
도서비평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승인 2011.06.09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세영

안세영

contributor@http://


우리 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몇 주전부터 달력의 현충일 연휴가 계속 눈에 들어와 나들이 계획에 고심하던 중, 신문에서 익숙한 제목의 책 광고를 접했습니다. 1993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유행시키며 전국적으로 답사 여행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유홍준 교수님의 신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이,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겸허한 부제를 달고 나왔다는 것이었지요.

  저자의 글 솜씨에 대한 설명은 전혀 불필요합니다. 오죽하면 문단이나 문화운동 쪽에서 조선의 3대 ‘구라’(백기완·방배추·황석영)를 잇는 한국의 3대 ‘구라’(이어령·김용옥·유홍준)라는 말까지 있겠습니까? 참, ‘구라’는 말을 많이 하는 행동이나 거짓말을 뜻하는 우리나라 속어라네요. ‘속이다’는 뜻의 일본어 ‘くら(晦)ます’에서 변형되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입심 자랑이나 만담과 달리 ‘삶’이 올곧게 담겨있다고 믿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신세대(?!) 구라 3인방 중의 으뜸은 당연히 유교수 님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가슴에 담아 온 ‘구라’를 현재적 삶에 그대로 실천시킨다는 점에서 말이에요.

  책은 모두 14꼭지입니다. 처음 4꼭지에는 서울의 상징인 경복궁과 광화문에 얽힌 이야기, 다음 2꼭지에는 순천 선암사의 사시사철 아름다움, 다음 4꼭지에는 달성의 도동서원과 거창·합천의 숨은 진면목, 마지막 4꼭지에는 5도2촌의 생활을 꾸려나가며 제2의 고향으로 삼은 부여 곳곳에 펼쳐진 백제 미학 등이 담겨있습니다. 물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애노희락(哀怒喜樂)의 롤러코스터는 절대 멈출 줄 모릅니다. 경복궁 향원정 앞의 시무나무를 두고 썼다는 김삿갓의 시(“二十樹下三十客 四十村中五十飯 - 시무[스물, 二十]나무 밑에 서러운[서른, 三十] 길손이 망할[마흔, 四十] 놈의 마을에서 쉰[五十] 밥을 얻어먹는다”를 볼 때면 만면에 미소가 머금어지고, 베를린왕궁 복원사업을 추진 중인 빌헬름 폰 보딘이 인용한 쌩떽쥐뻬리의 말(“배를 건조하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라!”)을 접할 때면 한의계의 스토리텔링 부족에 한없이 부끄러워지며, “선암사 대변소 현판을 요즘 아이들은 ‘깐뒤’라고 읽는다”에 이르러서는 거의 뒤집어졌으니까요. 아! 또 있다. 충청도 사람 입에서 “글씨유”는 부정, “냅둬유”는 더 큰 부정, “절단나는겨”는 완벽한 부정!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의 가장 큰 감동은 바로 우리 것에 대한 깨달음일 것입니다. 우리 한의계에서도 이런 책이 나와 국민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각성을 불러일으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값 : 1만 6500원

안세영 / 경희대 한의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