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치의학의 임상운용 실제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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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치의학의 임상운용 실제 (47)
  • 승인 2011.06.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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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의준

노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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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치의학회 처방을 말하다 (1)

“腹治의학은 상한·금궤 운용해 질병 치료하는 古法의학”

1. 腹診, 인체에 드러나는 약의 징표 중의 하나.

‘腹診 만으로 처방을 쓸 수 있다?’
적지 않은 분들께 복치의학회의 첫인상이 복진만을 연구하는 학회로 비추어지나 봅니다. 아마도 腹治醫學이라는 학회의 명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腹治醫學’, ‘복부진단 치료의학’ 이라는 명칭은 한의사와 일반인에게 그 당시 아직 생소한 腹診이라는 진단법을 소개하기 위하여, 腹診이라는 특징적인 코드를 통하여 우리를 알리기 위하여 명명된 것입니다.
실제로는 腹治醫學會보다는 古法醫學, 즉 ‘古法에 따라 傷寒 金匱의 처방을 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이 보다 더 실제적 의미에 부합되는 명칭일 수 있습니다. 腹治醫學은 古法醫學보다는 특징적으로 우리를 알릴 수 있고 어감이 보다 선명한 명칭으로 생각되어 많은 숙의 끝에 선택된 차선의 명칭입니다. 따라서 이후의 글에서는 腹治醫學과 古法醫學을 아울러 적고자 합니다.

「상한론」과 「금궤요략」의 체계 안에서 인체에서 발견될 수 있는 약의 징표, 즉 選方의 근거가 되는 단서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의사가 환자에게 물어서 알아낼 수 있는 ‘자각증상’입니다.
두 번째는 의사가 환자의 몸을 촉지해서 확인할 수 있는 ‘복진’입니다.
세 번째로 환자의 몸속에서 여러 가지 증을 만들어내는 비정상적인 물(水)이나 痰飮 등 ‘병독의 징후’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호소하는 증을 전체적으로 관찰한 후 알 수 있는 ‘병의 성격’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하여 처방을 선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복진은 이러한 단서들 중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전체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복진은 어떤 진단법일까요?
복진의 유래와 발전 ; 腹診은 [素問][靈樞][難經] 등에서 최초의 근거가 발견되고 張仲景의 「傷寒論」과 「金匱要略」을 통하여 처방과 진단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진단체계로서의 기반이 만들어집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병을 물어보는 問診과 함께 몸을 만져보고 병을 진단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가장 많은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진단법입니다. 그러나 중세 동양의 儒家的 신분제 사회에서는 신분의 귀천과 남녀가 유별한 풍속으로 인하여 의사가 환자의 배를 함부로 만진다는 것이 용납되기 어려웠고 병이 이론적으로 분류되면서 맥진과 설진을 위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복진은 분명히 상한·금궤가 성립될 때부터 존재했고, 17~18세기 일본에서 재발견되었으며, 현재 한국에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법의학(복치의학)에서는 복진법을 연구하여 ①새로운 복진과 단서약물의 발견 ②실제와 부합되지 않는 복진의 과감한 배제 ③복후와 그에 상응하는 외증의 고려를 통한 僞腹의 감별 ④고방 처방별 다양한 복진 패턴의 발견 ⑤임상에 실용될 수 있는 간명한 진단법으로의 재정립 등을 통하여 일본의 복진법과 구별되는 한국 고법의학만의 독창적인 복진법을 주창해가고 있습니다.

복진이란?
복진은 腹部로 대표되는 전신에서 발견되는 비정상적인 신호를 촉지하여 그에 따른 단서약물과 후보처방을 알아내는 진단법입니다. 복진의 부위는 주로 ①심하 ②협하 ③복직근 ④제하와 혹 ⑤흉부이며, 복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신호는 주로 ①유형의 덩어리와 압통(結) ②국소적 저항(痞, 滿)이며 혹 ③근육과 조직의 긴장(攣急) ④복부대동맥의 박동항진(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복진으로 알아낼 수 있는 고방의 단서약물은 약 20여개이며, 이들의 조합을 통하여 후보처방들을 선정할 수 있게 됩니다.

고법의학(복치의학) 임상 실제에서의 복진 ; 고법의학의 임상 디자인은 治法-外證-腹候-경향성(法極傾)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적으로 汗吐下和의 치법을 정하는 것이며, 이후 환자를 관찰하고 문진하여 알 수 있는 신호(外證)와, 복부를 촉지하여 알 수 있는 신호(腹候)로부터 단서약물과 후보 처방군을 선정한 뒤 임상적 경향성을 참조하여 적방을 도출하게 됩니다.
단서약물과 후보처방군의 선정, 나아가 적방의 최종 선방은 대부분 치법과 외증을 체크하는 단계에서 정해지며, 이후 시행되는 복진의 과정은 이미 예상된 적방을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법의학의 실제 임상에서 치법과 외증의 단계에서 예상된 적방이 복진을 하는 과정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복진으로부터 알아낼 수 있는정보는 상기 5가지의 복진 부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4가지의 비정상적인 신호이며, 이로부터 20여개 가량의 단서약물과 그에 따른 후보처방군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고법의학(복치의학) 실제 임상에서 단서약물과 후보처방군의 대부분은 치법을 정하고 환자를 관찰하고 문진하는 外證의 단계에서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복진은 이미 예상된 적방을 확인하는 수순에 불과할 정도로 고법의학의 실제 임상에서 복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고법의학의 실제 임상에서 복진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도 그리 많지 않고, 차지하는 비중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진을 중요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래 4가지 이유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① 진단의 결과 추상적인 변증개념(신허, 위열)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단서 약물과 그에 따른 후보 처방군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예) 복직근의 결실압통 : 작약, 지실 →작약이나 지실이 배오된 처방군에서 선방.

② 외증은 가변할 수 있으나 복후는 고정되어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병증의 판단과 약방선택에 있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복진의 대상은 복부에 실재하는 유형의 실체이므로 병증이 변화하고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좀처럼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병증을 파악하고 단서약물과 후보처방을 선정하는데 있어 움직이지 않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예) 작약 결실의 복후를 가진 자, 복후 결실을 기준으로 단서약물 작약을 정하고 하지정맥류로 인한 하지부종 및 통증 : 작약 + 감수(利水, 掣痛) → 감수반하탕
손가락뼈가 파쇄 되어 극심한 종통 화농으로 절단수술 직전 내원 : 작약 + 길경(腫膿) → 배농산
과로로 인한 몸살감기 기침, 콧물, 발열, 오풍, 신통 : 작약 + 마황(喘咳水氣) 계지(發熱, 惡風, 身痛) → 계마각반탕
(필자의 임상 실례 중 동일인의 상이한 병증에 복진을 기준삼아 선방 득효하였던 치료사례입니다.)

③ 증거주의에 입각한 객관적 실증적 진단법
진단과정과 결과가 진단자의 주관적 판단에 흐르지 않고 객관적 사실에 의하여 결정될 수 있습니다.(객관성)
때문에 진단기술이 어느 정도 숙련되어있다면 동일한 대상에 대하여 다수가 진단하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재현성)
이와 같이 고법의학(복치의학)의 복진은 진단과 실제가 언제나 부합되므로 진단과정과 결과가 객관적이며 재현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의자는 막연한 직감이 아닌 명확한 증거에 입각하여 선방할 수 있습니다.(실증성)

④습득과 숙련이 용이한 실용적 진단법
그 외 복진은 진단법이 쉽고 간명하므로 그 진단기술의 전수와 습득이 용이합니다. 또한 일정 정도의 훈련과 경험이 쌓이면 대부분 짧은 시간 내에 숙련될 수 있습니다.

고법의학(복치의학)의 학문적 목표 중의 하나는 현대의학과도 소통할 수 있는 객관적 실증적 한의학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복진은 상기한 바와 같이 증거주의에 입각한 객관적 실증적 진단법으로서 ‘현대의학과도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한의학의 지평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는 진단법인 것 입니다.

그렇다면 고법의학(복치의학)에서는 맥진을 부정하는가?
맥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맥진은 복진, 설진 등과 함께 한의학 고래의 진단법 중 하나입니다. 「傷寒論」에서도 ‘觀其脈證’이라 하여 證(外證과 腹候)과 아울러 脈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고법의학으로 임상에 임하는 어느 누구도 맥진을 하지 않는 의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맥진은 습득이 난해하여 실용하기 힘들고, 의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개입되기 쉬워 객관화하기 어렵고, 변화가 무쌍하여 재현성을 바탕으로 실증해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이에 고법의학(복치의학)에서는 맥진법을 연구하여 인체의 생명력과 신진대사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고, 특정 약물(석고, 부자, 건강 등)의 취사를 선택할 수 있는 간명하고 실용적인 맥진법을 고안해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고법의학(복치의학)은 복진만으로 모든 것을 알아내고자하는 의학이 아닙니다. 복진만을 맹신하고 맥진을 부정하는 괴이한 학파도 아닙니다. 복진이라는 진단법으로 상징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한의학, 새로운 한국 한의학의 지평을 열어보고자 하는 의학입니다.

아무쪼록 필자의 이 조악한 글이 고법의학(복치의학)이 추구하는 의학에 대한 간결한 설명서임과 동시에 의림의 강호제현께 복진의 실제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첫 번째 글을 마칩니다.

 노의준 / 복치의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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