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지면, 감사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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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지면, 감사한 인연
  • 승인 2011.05.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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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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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

오래전부터 그래왔으니 그런다고 하면 知新하지 못한 것이고, 새로운 통계와 실험에서 이렇다고 하니 따르면 溫故하지 못한 것이다.

이 지면을 통해 나는 음양오행을 비롯한 우리 의학의 툴을 溫故知新 하자는 이야기를 종종 해왔다. 陰陽五行 삼음삼양 經絡학설 보다는 근육학 해부학 양방생리학 등이 차라리 임상의를 하는데 더 낫다라고 지레 맛을 보기도 전에 우리의 툴을 내던져버리는 적지 않은 후배님들을 보며, 지금 당장 쓰지 않더라도 폐기하지는 말고 여전히 의문을 품고 궁구하다보면 어느 순간 빛을 발할 거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런 칼럼을 쓰면서,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중 가장 귀한 경험은 민족의학신문을 읽은 한의대생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던 점이다. 간혹 이 먼 춘천까지 찾아와준 학생들이 이후로도 메일을 보낼 때면 너무 반갑고 고맙다.

임상가에 나오면 그 병을 ‘어떻게 고치는가?’에 관심이 많고 ‘왜 그러한가?’에 대한 고민은 점차 적어지게 된다.

그러나 한의대생들과의 이야기들을 통해 여전히 음양오행 삼음삼양 등의 근본원리와 생리 등에 대한 갈망을 느낄 수 있고 아직도 궁구를 하는 모습에 고맙고, 답을 해주기 위해 그만큼 많은 것을 찾고 나 또한 많이 배우게 된다.

때로 그것은 매우 고루하고 당장 임상에서 현실감 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초 이 난에 음양오행에 대한 칼럼을 쓴 다음날 나는 오행을 비판하는 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毉山問答」을 읽게 되었다.

홍대용이 중국에 다녀와 천주교와 서구 천문학을 접하고 와서 음양오행을 비롯 유학과 성리학 등을 비판한 내용이라는 설명에, 작금의 우리들이 양의학적 사실에 견주에 한의학을 비판하는 모습과 같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홍대용의 모습은 긍정적이었다. 기존의 성리학도 중국의 권위도 서양천문의 권위도 절대적 신뢰가 아닌 자신이 판단해야할 여러 ‘견해’들로써 바라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오행학설이 너무 주류가 되면서 강박적으로 끼워 맞춘 것들에 대한 비판과 오행의 본질을 잊고 그것을 마치 개별 물질인양 여기면서 파생된 문제들을 비판했다.

그런데도 오행학설의 본질을 모르는 일특위 같은 곳에서는 음양오행의 허구를 주장하는 글귀에 홍대용 등의 17~18세기 조선 실학자들을 언급하는 무지를 범하고 있다. 이는 마치, 어떤 권위자가 남아선호사상과 제사와 허례허식을 비판한 것을 두고, 유학을 비롯한 논어나 주역 仁義禮智를 비판할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하는 오류와 같다.

溫故而知新이란 옛것을 존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야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그래왔으니 그런다고 하면 知新하지 못한 것이고, 새로운 통계와 실험에서 이렇다고 하니 따르면 溫故하지 못한 것이다.

판단해서 이해하는 것은 믿거나 비판하는 것보다 훨씬 번거로운 일이며, 그만큼 애정이라는 힘이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지면을 통해 옥고를 기고해 주신 필자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장혜정
춘천시 봄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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