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독성학 이야기(13) | 혀 마비, 부정맥, 정신착란 등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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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독성학 이야기(13) | 혀 마비, 부정맥, 정신착란 등 야기
  • 승인 2011.05.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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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경

백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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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가 나오기 한참 전에는 시골 할아버지들이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부자를 캐서 돼지족과 함께 솥에 삶아먹는 일이 더러 있었습니다. 결국 동네 할아버지들이 동시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해독제 주사를 맞는 일이 발생하곤 했죠. 「동의보감」에 따르면 부자는 “독성이 있어 생품(生品)을 내복해서는 안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부자에는 아코니틴계 맹독성 성분들(aconitine, hypaconitine, jesaconitine, mesaconitine 등)이 들어있는데, 치사량은 3∼4mg이며, 사람이 0.2mg 이상을 복용하면 중독됩니다. 그 외에도 저독성의 atisine계 성분들과 기타 독성성분이 있고요.

아코니틴계 독성물질은 열에 의해 파괴되므로 부자를 수치법제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오래 달이는 과정에서 독성이 1/50∼1/500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일부 성분은 열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으며, 간독성을 유발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부자는 심각한 부정맥 유발에 의한 사망의 위험이 따르는 약재이지요. 아코니틴계 중독에 의한 사망원인은 심장방실결절의 심계동 소실에 의한 심한 부정맥 때문입니다.

부자의 과다복용으로 인한 중독 증상은 혀가 마비되어 언어장애가 생기거나 입 마름 증상, 심박동이 느려지고 혈압이 떨어지며, 심장이 짓눌리는 느낌이 들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어지러움을 느끼다가 정신착란, 혼수를 거쳐 중독 후 24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등으로 나타납니다. 부자에 함유된 알칼로이드들이 1차적으로는 뇌간과 말초신경 말단부를 흥분시키지만 후에는 마비시키게 됩니다.

우리나라 여러 산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북쪽 지역에서 나는 부자의 알칼로이드 함량이 남쪽 산에서 채취한 부자보다 높았으며, 약의 채집 시기는 개체별 독성차이가 현저하지 않은, 꽃이 피기 전이 적합한 것으로 보는 견해(한약 초오의 생약학적 연구, 박종희, 부산대 약대)가 있습니다.

부자의 독성은 감초, 원지, 검정콩, 생강 등과 함께 달이면 알칼로이드 함량이 감소되어 독성이 줄어듭니다. 반면, 부자가 든 처방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시면 아코니틴의 독성이 증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용법에는 술을 마시지 않도록 주의사항을 꼭 적어주어야 하겠습니다.

백 은 경
서울 해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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