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에서 생각해 본 한의학과 한의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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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에서 생각해 본 한의학과 한의사 (2)
  • 승인 2011.05.05 10: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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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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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표기 앞서 한의학 역사·현재·미래 통찰 필요
“Korean Medicine(한의학),  Korean Medicine Doctor(한의사)가 최적”

 한의학 = Korean Medicine

지난 13년여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한의사로서 한의학을 연구하고, 임상하고, 가르쳤습니다. 밀린다고 물러서서 숨을 한의사 군중들은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고군분투한다고 보내준 원군도 별로 없었습니다.

한의학이 무엇인지, 한의사인 나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영어로 설명해야 하는 피고인석에 선 듯한 느낌이 꿈속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극복하면서 확신에 이른 지금 저는 ‘한의학 = Korean Medicine’이라는 등식 외에는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00여년 한국의료사가 격변했듯이, 다시 한국의료라는 부분을 강조해야 할 필요도 없는 의료라는 대동의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면 번역 또한 거기에 맞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그날까지는 한의학을 대표하는 말들로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Oriental medicine, East Asian medicine, Traditional Korean Medicine, Han Medicine, Dong Medicine 등등은 모두 영어권으로 대표되는 국제무대에서 한의학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믿습니다.

■ Oriental medicine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제국주의의 꿈에 부풀어 동양제국 건설을 추진하던 시절(1922년 무렵 이후) 일본 근대 서양의학을 지칭하던 말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전신인 한국의 동양의과대학에 쓰였고, 메이지동양의학대학(Meiji University of Oriental Medicine)도 1983년부터 쓰기 시작하였지만, 2008년에 이름을 Meiji University of Integra tive Medicine으로 바꾸었습니다.

한편 잘 아시다시피 일본은 일본 전통의학을 ‘Kampo Medi cine’으로 통칭하기로 일사분란하게 통일하여 20여년 넘게 전 세계로 반복적인 메시지를 전해왔기에, 세계인을 대상으로 감뽀의식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East Asian medicine은 동아시아의학이라고 보기에 한중일의 의학을 대변할 수 있고, 한중일 밖에 있는 이의 시각으로 그 지리적 공간에 있어 온 의학을 묶어서 부를 수는 있겠으나 절대로 한의학을 가리키는 이름이 될 수가 없습니다.

꼬방동네에 사는 순돌이와 똑순이, 삼순이를 묶어서 꼬방동네 아이들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으나, 결코 순돌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저도 제가 하는 프로그램은 Asian Medicine and Acupuncture Research라 하지만, 제 타이틀은 ‘Korean Medicine Doctor(KMD)’라고 씁니다.

■ Traditional Korean Medi cine은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한 특징적 단면을 나타낼 수는 있으나, 다시 생각하면 시간적으로 박제화하고, 내용상으로는 보수의 올가미를 씌우게 됩니다. 한국의학사에 전통의 답습만 있었던 것만이 아니고, 창의 창안이 있어왔고, 내경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도도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traditional이라는 제한을 두는 것을 재고해야 합니다.

■ Han Medicine / Dong Medicine이라는 말들은 Han / Dong을 새로 가르쳐야하는 부담을 져야 합니다. 게다가 영어 ‘Han’은 중국의 대표민족인 한족을 뜻하거나, 중국의 한나라 왕조를 뜻합니다. 영어 ‘Dong’은 남자의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이며, 베트남 화폐단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Han과 Dong을 Medicine과 복합하여 한의학을 대표하고자 하는 것의 부적합성과 비효율성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한국을 가리키는 국제 통용어가 있고, 그것을 나라 이름으로 받아들여 온 세계에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데 조금도 문제가 없는 마당에 새로 대표할 말을 찾는 노력의 효율성과 성패 가능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의사 = Korean Medicine Doctor(KMD)

저는 한국이 식민지 의료가 남겨놓은 불합리함을 극복하고, 민족의 정서에 반하며,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막는 한방과 양방 사이의 배타적인 교육, 면허제도를 개선하여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의학교육 및 의료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구한말 전까지 조선에는 한 체제의 ‘의원’만 있었던 것처럼, 이제 한국에 다시 의사로서 제한 없이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보건지도를 하기 위해 모든 의학술을 학습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편 미국의 Doctor Osteopathy처럼 역사적으로 다른 학문적 근간을 유지하지만, 현행 의료에 필요한 모든 교육을 받고서, MD와 똑같은 자격으로 미국 모든 주의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서 원하는 모든 분야의 전문의가 될 수 있는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한의사’라는 학문적 독특성을 유지하더라도 의료인의 의료활동에는 전혀 장애가 없도록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행 의료법의 의료인인 한의사를 한의(Korean Medicine)를 하는 의사(Doctor)라고 영문으로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KMD의 국제무대에서의 이미지는 한국에만 있는 의료인으로서 적정 현대의학 지식과 한의학 지식을 갖추고 국가 의료보험제도에 참여하는 의사라고들 많이 알고 있습니다.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은 개교시 School of Oriental Medicine으로 했다가 2010년 School of Korean Medicine으로 개칭하였습니다.

한의사를 MD로 표기하자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현행 한국 의료법상 구분이 되어 있고, 의사의 교육·면허제도가 완전히 다르게 되어있는 것을 개선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통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한의과대학 졸업생들과 한의사고시 통과자들을 MD로 표기하는 것은 현재로선 오해를 부르고, 제대로 된 대표성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Korean Medical Doctor’는 ‘Korean’이 ‘Medical Doctor’를 꾸미는 말이기에, 한의사의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인 (양)의사를 뜻하는 것이기에 알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Doctor of Korean Medicine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고, 그런 예로 Doctor of Veterinary Medicine(DVM), Doc tor of Dental Surgery(DDS)도 있습니다.

미국의 몇몇 침구대학들에서 지난 5년여 전부터 시작한 Doctor of Acupuncture and Oriental Medicine(DAOM)이라는 것이 있는데, 침구사들의 고급 학력을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직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학위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1999년부터 한국의 한의사들이 국제학술무대에서 한의사의 영문번역에 오류가 있음을 깨닫고,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자매지들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Korean Medicine Doctor(KMD)를 쓰기 시작하고, 한의사의 영문 타이틀이 KMD로 나간 논문이 수백편이 되는 마당에 다시 DKM으로 바꾸는 것의 효율성을 고려해본다면, KMD를 한의사의 영문 번역으로 채택하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번역을 문자만으로 옮기려고 하면서 생기는 곤란함을 고 양주동 선생님은 기하학의 뜻을 어찌 ‘기(豈)’자와 어찌 ‘하(何)’자를 합하여 해석하려고 하시면서 겪었던 것을 말씀하신 적이 있었죠.

70∼80년 전의 영일사전을 바탕으로 만든 일한사전이나 영한사전을 가지고, 영어권의 문화와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사전적인 번역을 고집하면 오류를 범하기가 쉬울 것이고, 한중일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쓰는 것이 편하겠지만, 그 무대에서 쓰는 영어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무대에도 그대로 쓰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Japanglish, Konglish를 개선하지 못하는 원인은 아닐까요?

한의학과 한의사에 대한 번역을 영문으로 하고자 한다면 한의학의 역사와 현재와 미래를 알면서, 영어를 능숙하게 쓰고, 생각하며, 영어권에서 한의학과 한의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끝에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고민 끝에 제가 제안하는 한의사에 알맞은 영어는 Korean Medicine Doctor(KMD)라고 생각합니다.

내친 김에 다음 연재에서 한의계의 국제화에 대해 저의 치기어린 투정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모자람이 많은 글 읽어주셔서 고맙고, 앞날을 위한 발전적인 토론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히 전합니다. <계속>

박 종 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채플힐 캠퍼스 Memorial Hospital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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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2011-05-14 12:21:41
박죵배 교수님 의견대로 Doctor of Korean Medicne이나 Korean Medicine Doctor가 맞겠죠.
Oriental Medicine Doctor는 Oriental이 한중일 극동지방이 아니라 중동지방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중동의학이라는 뜻이니까 맞지 않고 Medical Doctor of Korean medicine은 한의사는 MD의 치료수단을 행사하지 않고 현대의학 개념을 기피하하는데도 MD같은 혼동을 일으키고 Medical, medicine 중복되므로 맞지 않겠죠

교수님 2011-05-12 14:19:18
결국 큰 조류를 따라가기 위해 Medical Doctor of Korean medicine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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