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한방공공보건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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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실 못하는 한방공공보건평가단
  • 승인 2011.04.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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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기자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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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의 역할 및 한의계와 소통 부진

한방공공보건평가단(단장 한동운, 이하 평가단)이 설립된 지 벌써 6년이 지났는데 발전이 없다.

초기 평가단 내 한의계 역량은 매우 부족했다. 결국 역량이 축적되어서 좀 더 발전적인 단계로 나아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금은 평가단 설립 초창기 보다 예산이나 조직체계 등이 대부분 축소되어가는 분위기다. 평가단 활력을 위해 메스를 가해야하며, 이를 위한 한의계 전반에 걸친 한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설립의미 사라진 평가단

실제로 현재 평가단의 문제는 매우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허브보건소 사업의 지지부진한 모습, 매뉴얼의 부족, 공중보건한의사(이하 공보의)들 중심으로 확장되었던 초보적인 수준의 사업 등이 그 예다.

평가단의 존재가치는 형식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수행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나 사업단 체계내의 지원보다는 제도 안에 포함되고자 하는 한의계의 의지가 더 컸지만 이는 형태를 갖추기 위한 노력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법제도, 시스템, 예산, 조직적 지원이 없이 공공사업이 진행됐다.

이와 관련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이하 청한) 이은경 정책국장은 “타 의료계 모델을 바탕으로 평가단이 도입 됐지만 조직의 구성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 없이 만들어지게 됐다”며 “평가단은 단장 이하 실제 실무를 이행하는 책임연구원, 그리고 다수의 정규직 연구원과 기본적인 일을 하는 공보의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책임연구원과 정규직 연구원은 평가단에 포함되어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평가단의 실무는 한의학을 전공한 공보의들이 떠맡아야 했으며, 이는 평가단 설립 취지와 발전에 한계를 드러내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

처음부터 예견된 문제점들

한방 관련 보건사업을 위해 2000년을 전후로 소수의 한의대 교수, 한의사들, 보건대학원생들이 뭉쳐 8대사업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틀이 시범사업 이후 평가단에서 발전없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 와서 필요한 부분만 공보의들에 의해 추가되어 실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평가단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문제점들을 야기했다.

한 예로 중풍예방교실이 실시되고 있지만, 이 사업을 위해 대상자를 모으는 기준, 사정 척도. 사업을 진행했을 경우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등에 관한 지침이 없다. 즉 사업이 끝나면 평가를 해서 분석하고 다음 사업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결국 지역주민의 건강 문제 분석을 통한 공공의료의 전국화 등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평가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되었다.

평가단이 인력개발원의 소속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평가단의 사업기금은 건강증진기금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를 집행하는 기관은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다. 그러다보니 평가단의 기준을 인력개발원에 맞춰야했고, 예산집행과 결제라인은 반드시 인력개발원을 거쳐야 했다. 결국 복잡한 기관 내 문제는 건강증진 기금으로 건강증진사업과 보건사업을 하는데도 사실상 세부적으로 연계되지 않는 관리체계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 한의학 공공보건사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명시된 법률이 전혀 없다는 점도 평가단 업무 실행에 있어서 큰 문제점이며, 그밖에도 한방보건사업에 대한 연구지원 부족, 준비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 한의사 부족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 제공 미흡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장 교체설 솔솔, 지금이 적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단장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방공공의료에 있어서 평가단의 역할이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단장 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평가단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의학 관련 지식은 물론 보건사업과 정책을 위해 정부와의 관계에 유기적인 단장이 필요하다.

현재 평가단의 단장 교체 필요성의 핵심은 비한의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평가단 단장은 반드시 한의사나 연구원장 출신 한의사가 되어야할 필요는 없다. 행정을 잘 아는 전문가적 소양이 풍부한 인물, 즉 보건학과 건강증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을 평가단은 필요로 하는 것이다.

평가단장 교체 시기는 지금이 바로 적기다. 빠르면 7~8월 한국건강증진재단에 한방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공공보건의료를 아우르는 건강증진재단 안에서 한방은 많은 사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단장과 함께 새 정책을 미리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건강증진재단과 한방

기구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평가단의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

과거 건강증진사업과 공공의료사업이 서로 다른 조직에서 실시됐지만, 이를 통합하는 건강증진재단은 한방에 있어서 큰 기회이기 때문에, 단장 교체를 통한 평가단조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물론 아직 한방이 건강증진재단에 포함되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재단 측은 “아직 한방공공의료 관련해서 재단 내 포함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한 이은경 정책국장은 “공공의료 사업은 자리의 문제는 아니다. 원칙적으로 지원단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면 그 안에 한방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한의계 전체적인 관심이 적고 평가단의 의지 또한 적어 한의계가 적극적으로 건강증진재단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의학 한목소리 절실하다

“평가단 내에서 한의학 전공 공보의는 존중받지 못했다”고 밝힌 전 평가단 공보의 출신 한의사는 “한의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평가단의 존재는 결국 한방 공공의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의학은 매우 중요한 학문이기 때문에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단장의 필요성은 계속 지적되어 왔다”며 “따라서 평가단 단장은 우선적으로 한의계의 인물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한의계 전체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평가단 수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한다.

그동안 평가단의 임무는 엄격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방 관련 원활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여건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평가단의 틀을 바꾸고 세대교체를 하기 위한 새로운 평가단장의 필요성에 관해 한의계가 관심을 가지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상지대 한의대 예방학교실 이선동 교수는 “사실 평가단 사업의 시작점부터 매뉴얼 개발과 확립에 대한 한의계의 고민이 부족했다”며, “평가단은 한의학에 필요한 기본적인 매뉴얼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한방에서는 평가단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의계는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던 평가단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한의학 측면에서 어떤 도움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장 교체의 필요성과 평가단 개선에 대한 의지는 2009년부터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공청회를 통해 대공협, 청한, 한의협 의무팀 등은 개선에 필요한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그때까지는 소수의 목소리로 평가단 전반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현재 평가단의 의지가 약한 만큼 이제야말로 목소리를 모아 개선점에 관한 한의계의 관심을 더욱 유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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