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치의학의 임상운용 실제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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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치의학의 임상운용 실제 (39)
  • 승인 2011.04.0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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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

문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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攣에 대한 소고 ④

처방 선정시 攣의 有無 살피는 것은 필수

전편에서 근육이 아닌 근막의 과도한 긴장, 수축 또는 유착을 攣이라 규정하였는데, 이러한 근막의 이상이 주로 인체 전면에서 어머니 뱃속 태아의 자세와 같은 지나친 수축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구련’이라면, 주로 인체 후면에서 각궁반장의 자세와 같은 지나친 신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연인강급’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연급’은 주로 횡적인 근육을 둘러싼 근막의 이상과, 종적인 근육이지만 벡터가 횡으로 나타나는 근막의 이상이라고 하였다.

攣이 있고 없고를 파악하는 것은 처방을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도 매우 편리한 면이 있는데, 요시마스 토도가 일생에 걸쳐서 사용한 「상한론」 처방을 정리한 것이 유취방(類聚方) 204처방과 증보(增補) 30처방, 불시(不試) 18처방이다.

이중에서 유취방 204처방 중 환산제(丸散劑) 34처방을 제외하면 탕제(湯劑)가 170처방이 되고, 증보 30처방 중 환산제 15처방을 제외하면 탕제가 15처방이며, 불시 18처방 중 환산제 11처방을 제외하면 탕제가 7처방이다. 유취방, 증보방, 불시방 중 탕제는 모두 192처방으로, 이중 攣과 관련된 약물인 대조, 감초, 작약이 최소 하나 이상 들어가 있는 처방이 거의 150여 처방이다. 이는 임상에서 보이는 대다수의 질환들이 근막과 관계가 깊다는 것을 방증(傍證)한다.

또한 요시마스 토도의 의학관을 살필 수 있는 여러 서적 중 「의사혹문(醫事或問)」에 보면 “의학을 배우는 것은 오로지 처방뿐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상한론」 처방으로 질병을 치료할 경우, 攣의 유무(有無)를 살피는 것이 처방선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경우에는 아래에 소개하는 동통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 심지어 신경정신과 질환에서도 攣의 유무를 먼저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 攣 관련 약독(藥毒)이 정해지면 처방을 선정하는 것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즉, 구련이 확인되면 어떠한 질환이든 작약이 들어가 있는 처방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이러한 攣의 다양한 표현들을 임상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적용시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은 동통질환 치험례이다.

 치험례 1

지인으로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데, 3교대 근무를 하고, 과음을 하는 경향이 있다.
주증상은 좌측 엉덩이에서 오금부위까지의 통증과, 좌측 대퇴 태음경상 감각 저하, 다리에 힘이 빠지며, 일어나서 서 있으면 다리의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상담해보니 증상이 나타난 지 대략 15일 정도 되었고, 그 통증의 양상이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 때 아프다고 한다.


먼저 무릎을 굽히는 행위는 구련의 양상이어서 작약을, 펴는 것은 연인강급의 양상이어서 대조를 기본으로 잡고 들어가는데, 감각저하는 「약징」에서 불인(不仁)으로 보기 때문에, 불인의 약물인 황기, 작약, 부자의 조합 중에서 작약, 대조가 들어간 계지가황기탕과 계지가부자탕 중에서 주로 하체 쪽으로 작용하는 계지가부자탕을 처방하여 하루 3번 15일간 복용하라고 지시하였다.
2주 정도 지나고 통증도 많이 줄고 감각저하도 반 이상 회복되었는데, 다리에 힘이 떨어지는 것은 아직 여전하다고 하였다. 복약기간 동안 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도 있어서 약이 남아 있다고 하여 꾸준하게 드시라고 지시하였는데, 다시 1주가 지난 후 통증은 완전히 사라져서 굴신이나 신전시 통증이 거의 없고, 감각도 전보다 조금 더 회복된 느낌이지만 다리의 힘이 아직도 조금 부족한 느낌이라고 한다. SOT 카테고리 3에서 함스트링 AK검사를 해보니 예전에는 좌측이 힘없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는데,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아 다리의 힘도 어느 정도 붙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조 XX, 여 24세. 조금은 체격이 있는 편임.
주소는 턱관절 통증인데, 현재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예진 - 설문지상>
- 식욕 : 하루 2∼3끼. 골고루 잘 먹는다.
- 소화 : 소화가 잘 된다. 스트레스 받은 후 자주 배가 아프다(과민성대장). 양치시 자주 구역질을 한다.
- 구갈 : 1L/1일(습관적으로). 찬물 선호. 몸이 더워지면 물부터 찾는다.
- 대변 : 1회/1일. 아랫배에 가스가 잘 찬다. 찬 것 먹으면 설사를 잘한다.
- 소변 : 7회/1일. 밤에 소변을 보러 갈 때가 있다. 1회/1일.
- 한열 : 더위를 못 참는다. 몸이 더워도 신체 일부는 항상 차다. 열이 머리 위로 확 오를 때가 있다.
- 한출 : 땀이 잘 난다. 사우나 한증막에 답답해서 못 들어간다.
- 두면 : 아침에 조이듯이 두통이 자주 있다. 핑 돌면서 잘 어지럽다. 환절기에 감기. 가래가 자주 생긴다(묽고 잘 뱉어진다).
- 흉부 : 심장이 자주 두근거린다. 가슴이 자주 답답하다. 한숨을 자주 쉬는 편이다. 숨을 내쉬기가 힘들다.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가슴이 뻐근하거나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조이는 옷은 답답해서 싫다.
- 수면 : 잠이 잘 들지 않는다. 충분히 못자면 매우 피곤. 커피 마시면 불편하다.
- 수족, 신체 : 손발이 차다. 손발이 저릴 때가 자주 있다. 잘 붓는다(전신, 아침).
- 관절질환 : 뒷목, 어깨, 등, 허리.
- 생리 : 생리주기가 잘 맞는다. 생리통(하복통, 요통), 생리 전에 짜증.

질병치료에 있어서 환자의 주소증(主訴證)이 제일 중요하지만, 주소증에 영향을 주는 다른 증상의 유무를 확인하고 이를 없애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왜냐하면 주소증이 좋아지다가도 주소증에 영향을 주는 다른 증상으로 인해서 주소증의 치료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또는 치료가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환자의 경우에는 턱관절의 통증뿐만 아니라 흉부증상도 같이 없애기로 하였다. 흉부증상에 보면 ‘한숨을 자주 쉬는 편이고 숨을 내쉬기가 힘들다’고 하였는데, 한숨을 쉬거나 숨을 내쉬기 힘들 때 입을 벌리고 숨을 내쉬게 되는데, 바로 입을 벌리는 행위자체가 턱관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주소증인 턱관절의 통증 양상이 입을 벌리고 닫을 때 아프다고 하여, 입을 벌릴 때 아픈 것은 연인강급으로 대조, 입을 닫을 때 아픈 것은 구련으로 작약을 잡고 진찰에 들어갔다.

들숨이 짧은 호흡문제가 있으면서 잘 붓고 복진상 심통(心痛)이 있어서 행인을 잡고서는 작약, 대조, 행인의 조합인 계지가후박행자탕을 하루 3회 복용하라고 지시하였다.

이 환자의 경우는 복용하는 시점부터 명현반응(몸에서 열이 나면서 몸살기가 심해짐)이 나왔는데, 그래도 하루 3번을 꼬박 복용하였고 2주 후 재진시에 본인 표현으로 턱관절 통증이 40%가 줄고, 흉부증상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였다. 그래서 복용량을 아침과 저녁으로 2번을 먹든지, 하루 한번만 먹어보고는 열이 나는지 확인하면서 복용량을 조절하라고 지시하였다.

  치험례 3

임XX, 180cm, 92kg
우측 발의 통풍진단을 받고 정형외과에서 2주째 치료 중인데, 1주 전에 좌측 발에 파상풍이 오고 난 후 파상풍은 치료가 되었지만 좌측에 다시 통풍이 왔다고 하였다. 통증의 양상이 양측 엄지발가락 쪽으로 통풍이 온 상태였으며, 통증이 심해서 아리고 거의 서 있지 못할 정도라고 하였다.
파상풍은 못에 찔려서 피가 났었으며, 파상풍의 후유증인지 좌측 발등과 발바닥이 부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정형외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하루 세 번 복용하고 있었다.

<예진 - 설문지상>
- 식욕 기호 : 입맛이 좋고 육식을 선호하며 1주에 3회 소주 한 병 정도 음주.
- 소화 : 별 이상 없음.
- 대변 : 1일 1회 정도 보는데 보고나서도 시원치 않음.
- 소변 : 1일 3회 정도 봄.
- 구갈 : 하루 평균 1.5L 음수하는데, 찬물을 선호하며 벌컥벌컥 마시는 편.
- 한열 : 별 이상 무.
- 한출 : 땀이 잘 남.
- 두면 : 별 이상 무.
- 수족 신체 : 손발이 저릴 때가 자주 있으며 뻣뻣해질 때가 자주 있음.
- 수면 : 잠을 잘 잠.
- 흉부 : 별 이상 무.
- 관절 : 목이나 어깨가 뻐근하며 다리가 잘 당긴다고 함.
복진상 복식호흡을 하며 하복부 좌측과 우측에서 덩어리가 만져졌다.
양측 엄지발가락 내측부에 통증이 심한 전형적인 통풍으로 이 부위는 연인강급 부위이지만 처방은 대조가 없는 대황, 감수, 아교로 이루어진 대황감수탕을 복용하여 득효한 치험례이다.
이 치험례를 여기에 덧붙인 이유는 해당부위가 연인강급의 대조부위이긴 하지만 연인강급이 확인 가능해야만 치료효과도 빨리 나타나는데, 이 환자의 경우에는 연인강급의 부위이지만 상완의 삼두박근 부위에서 연인강급이 확인 안 돼 과감히 대조를 룰아웃하고, 대황감수탕을 처방하여 득효한 케이스이다.
통증 치료시에 해당 부위의 攣의 상태가 구련인지, 연급인지, 연인강급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해당부위가 구련의 부위라 할지라도 상완의 이두박근에서의 구련 여부를 파악하여 확인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바로 3번의 케이스가 구련이 아닌 연인강급으로 다르긴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이다.

당연히 위의 첫 번째, 두 번째 치료 예에서도 작약과 대조의 상태를 확인한 후, 확진(確診)차원에서 상완부위에서 작약의 구련, 대조의 연인강급을 확인하고 투약하였다.
전편에서 구련을 확인할 수 있는 부위와 연인강급을 확인할 수 있는 부위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음 편에서는 피부질환에 적용하는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계속〉

문기영 / 복치의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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