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 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를 참가하고 나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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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 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를 참가하고 나서(하)
  • 승인 2011.04.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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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상

백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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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개인 불만 해소, 임원진 치적을 내세우기 급급
기능과 권한 독점보다는 각각의 역할 분담으로 결합해야

초짜 대의원으로서 그다지 편치 않은 심정으로 대의원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대의원제도 자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근본문제는 소통의 부재
대의원이란 일반회원들의 의사를 대변하여 회의에 참석하여 토의하고 의결을 행하는 사람이며, 대의원총회는 해당 회의 회무나 예산 등의 주요업무를 보고 받고 심의한 후 의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규모가 크고 공식적이며 대표성이 강한 성격을 가진 회일수록 대의원제도는 반드시 두어야 한다.

우선 현재의 대의원들이 한의사 일반 회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가의 문제인데, 지부마다 고유의 문화와 대의원 선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행사하는 각각의 의결권 1표가 서로 공평하게 일반 회원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각 지부 간의 형평성을 맞추어 일부는 통폐합하고 대의원 선출방식도 규정으로 정하여 강제하자는 논의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개선 방안은 현재 대의원회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대의원회의의 근본 문제는 ‘소통의 부재’이며, 이는 곧 한의계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젊은 한의사들, 문제해결 욕구 강해
현재는 지금처럼 각 지부의 대의원 선출을 계속 자율에 맡겨두더라도 오히려 회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대의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젊은 한의사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면허번호 1만 번에서 2만 번을 돌파하는데 불과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한 한약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80년대 말∼90년대 말 학번(30대 중반∼40대 초반) 세대들이 한의계 각 부문에서 중간 허리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들은 여러 제도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한 동시에 이를 합리적인 주장을 통하여 관철시키려 한다.

2000년 이후에 배출된 젊은 한의사들도, 어려운 의료환경 속에서 다소 감각적으로 행동하는 측면도 있으나 문제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바라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는 동일하다.

직선제 안건, 소통에 대한 강한 욕구 표출
이번 대의원총회에서 협회장 직선제 안건이 찬성 134표, 반대 77표, 무효 7표로 제적 인원의 2/3를 넘지 못하여 부결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2만여 명 한의사를 이끌어 나가는 협회장을 직접 선출하는 중요한 권한을 포기하는 안건에 대의원들이 과반수 넘게, 반대표의 2배 가까이 찬성을 한 것이다.

스스로 권력을 창출하는 권한을 내놓으면서까지 이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평회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의사를 직접 협회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그 속에는 바로 ‘소통에 대한 강한 욕구’가 깔려있다.

필자는 여기서 직선제 제도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직선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단지 포퓰리즘에 의하여 좌지우지되는 폐단을 많이 보아 왔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직선제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착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상대의 의견 이해하려는 자세 필요
그러나 소통의 문제는 이와 다르다. 소통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며 언젠가 구현될 미래의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상대의 의견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바탕이 된다.

만약 서로가 완전히 동의하지 못한다하더라도 합의와 실행을 위해서 어느 정도 양보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직선제 문제가 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된 이후 의결 과정의 절차와 정관 규정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성공적인 세대교체 위하여
지금 한의계는 피라미드 형태의 인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부구조는 현실에 대한 매우 강한 불만과 욕구가 속에 응축되어 있어서 언제 분출할지 모르는 휴화산과 같으며, 동시에 정당한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합리적인 성향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의 이러한 면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현실에 대한 불만을 젊은 세대들 스스로의 능력부족 때문이라고 치부하거나, 장기간 논의와 토론에 대한 요구도 불필요한 낭비라고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피라미드형 인적 구성은 역삼각형보다는 훨씬 미래지향적이며, 기성세대들이 오히려 소통과 융합을 통하여 후속세대가 가진 강한 현실변화의 욕구를 수용하고 승화시킨다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어낼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각각 고유한 역할 분담하며 서로 결합해야
대의원회의는 한약분쟁 등 여러 격변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일반 한의사들의 의견을 신속하게 수렴하여 협회 회무에 반영함으로써 회원들의 단합된 힘을 과시하였으며, 협회장 선출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협회를 강하게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한의계에 이렇다 할 내부조직과 여론수렴의 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현안에 대한 토의가 이루어지고 능력 있는 인사들이 얼굴을 알리고 성장할 수 있는 텃밭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전투를 위한 조직보다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기능과 권한이 독점되기보다는 각각 고유한 역할을 분담하며 서로 결합해야 한다.

이벤트성 대의원회의는 지양해야
대의원들이 성토를 통해 자기 불만을 해소하고 의장단과 회장단은 자신들의 치적을 내세우고 홍보하기 바쁜 이러한 이벤트성 대의원회의는 지양해야 한다. 대의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의 까다로운 정관 규정을 완화하여 좀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이른바 ‘소통’을 하겠다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전자투표로 회의시간을 줄여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신임 의장단 나름대로의 청사진이, 많은 젊은 대의원들에게 냉소를 머금게 하고 이미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기성세대가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유상 /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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