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제2차 한의약육성 발전계획 시행을 앞두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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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제2차 한의약육성 발전계획 시행을 앞두고(4)
  • 승인 2011.04.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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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료실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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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추적제 관리 법안의 보완을 촉구한다”

제2차 한의약육성 발전계획에서 한약재 안전성 확보의 제도적 개선사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력추적제’의 시행이다. 한의계에서는 정부에 한약재 안전성이 보장되는 제도 시행을 촉구했고, 쇠고기 등 식품의 이력추적제를 본 뜬 제도이다.

처음 기획취지나 아이디어는 훌륭하다. 그러나 이력추적제가 정착하려면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들은 아직도 너무나 많은데, 법안 내에는 관련 조치들이 눈에 띄지 않아 심각하게 우려된다. 그래서인지 법안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라고 한다. 이력추적제도가 무엇이고 선결과제와 후속 입법 조치에서 다루어져야 할 내용에 대해서 논해보려고 한다.

1. 한약과 한약재의 이력을 추적 관리한다는 제도
‘한약재 및 한약 이력추적 관리에 관한 법률안’의 정의에서 ‘한약’과 ‘한약재’의 정의는 한의약육성법의 정의를 따른다고 되어있다.

“이력추적관리란 한약재의 생산·수입·산지수집, 한약의 제조·판매 및 약국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입고단계까지 각 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하여 해당 한약재 또는 한약의 안전성 등에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추적하여 원인규명 및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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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상적인 제도를 뒷받침 하지 못하는 현실
그림만 보면 너무나 이상적이고 우수한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 못한데, 이 현실을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한약재 유통의 왜곡으로 인해 오히려 한약의 신뢰를 더욱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2.1. 재배 농가의 이력추적 참여 유인책이 없다.
2011년 2월 28일자 농민신문에는 ‘한약 이력추적관리제 법안 반발’ 이란 제목의 이력추적제 시행을 우려하는 기사가 실렸다. ‘한약재, 한약 개념의 불명확, 산지수집상제도를 시행하여 유통을 왜곡한다. 농림부 업무를 복지부에서 뺏어가려 한다’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농민들이 의약품용 한약재 재배를 기피하면 어디서 한약재를 구해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특히나 국산 한약재의 경우 현재의 한약 검사기준에 부합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 국산 의약품용 한약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산 한약재를 의약품용으로 수입해야 하는 현실이 올 수 있다.

2.2. 이력추적 비용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력추적제 시행으로 인해 재배 농가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농가들이 의약품용 한약재 재배를 기피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각 유통단계에서의 비용으로 인해 한약재 유통 가격의 증가로 한약, 한약제제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뜩이나 비용부담이 크다고 하는 한약을 소비자에게서 더욱 더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태이다. 한의약을 육성하자고 시행된 법안이 오히려 한의약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3. 제조자의 검사와 복잡한 공정 의무를 독려할 방법이 없다.
영세 제조자에게는 부담이 큰 검사비용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지원책이 없다. 검사 자체를 국가기관에서 시행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검사 후 부적합 한약재로 인해 입을 손해 부분에 대해서도 보전하거나 회수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복잡해진 공정을 거쳤을 때 회사가 이익을 본다는 것도 명확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2.4. 문제 한약재에 대한 책임 소재 불분명 - 한의원만 뒤집어쓸 우려
이력추적 후 어느 단계에서 잘못 된 것인지, 잘못된 부분을 판정하고 어떤 책임을 지울 것인지에 대한 보완 조치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의원 한약의 신뢰만 상실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얼마 전 식약청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라 각 언론에서 보도된 ‘가짜 홍삼액 한의원 대량유통’ 사건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가짜 홍삼액을 유통시킨 회사에 문제가 집중되기 보단 한의원의 한약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를 명백히 하고 한의원은 한약재의 안전한 최종 소비처로서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하기 바란다. 제도가 부실하여 밀거래와 범법을 양산해놓고 한의사만 곤란한 지경에 처해질 가능성이 예상되므로 철저한 보완 입법을 촉구한다.

2.5. 안전한 약재에 대한 기준이 없다.
시기별, 지역별, 생육 기간별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 한약재 자체에 대한 효능 및 안전성 연구가 부족한 현실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이력추적제를 실시할지 조차 불분명하다.

안전성 때문에 생육 기간이 길어야 효능이 더 좋은 약재가 오히려 퇴출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선결과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이러한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3.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한다.
지금 상태에서 아무 보완 조치와 지원책 없이 시행만 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부실한 제도 속에서 안 걸리기만 바라며 한약재가 유통된다면, ‘털기만 하면 먼지가 나는’ 한약재 문제가 되어 최종 소비처인 한의사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는 사안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열린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안) 공청회에서 제약협회 심상구 부회장은 ‘이력추적제는 신발 먼저 신고 양말 나중에 신는 꼴’ 이라고 강하게 비난하였다. 또 ‘비현실적 중금속·농약 기준을 해결하지 않고. 한약재 수급 조절 개선, 매점매석 방지, 우수 한약재의 확보를 보장하지 않고 이력추적제를 시행하는 것은 범법자를 양산할 것이며, 정부가 나서서 밀거래를 하라는 것이냐’ 며 이력추적제 자체를 반대하였다.

농가들이 한약재 생산을 기피할 경우 한의사들의 한약재 확보에 문제가 생기는 것 외에도, 전세계적으로 약초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밀거래 한약 유통이 오히려 더욱 늘어나 한약 신뢰도가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우려 속에도 이력추적제는 당위에 밀려 시행을 앞두고 있다.

4. 법안 보완과 선결과제 해결을 촉구한다.
이력추적제 시행에 필요한 선결과제는 하나같이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중금속·농약기준 현실화, 우수 한약재 판정 기준 마련, 충분한 의약품용 한약재 재배 보장, 한약재 관리 비용의 보조, 이력추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시행,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할 입법조치 등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보완조치와 제도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심각하게 왜곡됨을 한의약 육성법 시행을 통해 경험하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것이 바로 한의사협회와 정부 당국이 할 일이다. 향후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한의사협회와 정부 당국은 시장 왜곡과 한약재 재배산업을 망친 데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 농가의 의약품용 한약재 재배 기피로 생산량 감소
- 농가는 식품용 한약재만 생산
- 의약품용 한약재는 중국산에 의존
- 이력추적제의 유명무실화
- 한약재 밀거래 성행
- 한약재 비용 증가
- 비리로 인해 한약 신뢰도 오히려 추락

최선의 시나리오
- 한약 신뢰도 상승
- 투명한 의약품용 한약재 관리 가능
- 안전한 한약재 확보로 국민건강에 기여
- 한약재의 해외 신뢰도 상승
- 한약재 농산물 관리 시스템의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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