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한의학 흐름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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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한의학 흐름에 대한 유감
  • 승인 2011.03.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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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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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대 복치의학회 학생회장인 김태영군의 글을 읽고

각각의 기술적인 면은 하나의 방법론일 뿐
상호보완 통해 총체적 관점 형성에 도움돼야

처음 한의사가 되고자하는 뜻을 품은지도 어느덧 8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한의학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여러 의가들의 의론을 궁구했고, 그것이 실제적으로 얼마만큼의 당위성과 효용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다양한 학파들의 법칙들과 이론, 여러 선생님들의 저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민족의학신문이라는 매체가 현재 한의학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여러 의론을 제시하고, 그에 관한 임상특강이나 학회소식과 같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여러 한의사들이 용이한 접근성을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포럼(forum)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민족의학신문이 우리 한의학계 내부 안에서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나아가 외부적으로는 한의학이 하나의 주체성 있는 학문, 사상으로서 제 역할을 발휘하는데 중요한 사회적 뿌리가 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평소 민족의학신문에 실리는 한의학계의 여러 소식에 대해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앞으로의 한의학계를 이끌어나갈 젊은 예비 한의사들에 관한 글들에 더욱 관심이 가게 되었고, 2011년 3월 3일자로 나온 세명대 복치의학회 학생회장인 김태영군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현재 젊은 한의사로서 처음의 뜻을 펼치려는 저에게 몇 가지 생각을 일으키게 하여 아래에 짧게나마 옮겨보려고 합니다.

음양오행을 무시한 채 고방을 쓴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
첫 번째로 고방(古方)에 대한 생각을 비치면서 “분명한 건 지금까지 배워온 음양오행, 상생상극, 장부론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고방이라고 함은 장중경의 「상한금궤」에 수록된 처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상한론」이라는 저서는 우리 몸의 생리와 병리를 이해함에 육경(六經)이라는 체계를 도입하였고, 각 육경에 대한 음양의 상대적인 대소(大小)와 육기(六氣)의 특징을 오장육부와 경락과 연관시킴으로서 하나의 질서정연한 기전(機轉)을 형성한 것입니다. 그러한 기전을 벼리로 세워 각 육경에 나타나는 병리적인 상태를 ‘맥증병’으로 제시하여 진단의 근거로 삼았으며, 이러한 음양오행의 생리, 병리를 기준으로 한 ‘치법’으로 각 육경병증에 해당하는 처방을 세운 것입니다.

「상한론」의 서문에서도 제시하길, 「상한론」이라는 책은 「내경」의 소문과 영추, 난경, 음양대론, 태려약록을 선택하여 서술하였고, 맥을 보고(平脈, 辨脈) 증상을 변별함(辨證)으로서 병의 근원을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음양오행과 장부경락에 대한 언급이 직접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이는 「상한론」의 체계를 이루는 주된 철학이 바로 음양오행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의학의 종주(宗主)가 되는 「상한론」은 음양오행관을 기반으로 한 「내경」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상한론」이 저술된 이래로 금원사대가, 명, 청대(代)를 지나면서 고서(古書)안의 생리·병리학적인 기전이 하나 둘씩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의가들이 살았던 당시의 환경이나, 개인적인 경험, 지역특색에 따른 환자군의 편차가 있었기에 각 의가들이 무게를 두어 말했던 부분에 차이가 있는 것이지, 그 사상적 기반은 「상한론」과 「내경」에 있기 때문에 역대의 모든 의가들의 의론은 하나로 회통(會通)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한론」의 고방들은 이렇게 음양오행을 근본으로 한 생리·병리의 기전 속에서 입방(立方)된 것들인데, 근간(根幹)이 되는 음양오행을 무시한 채 고방을 쓴다는 주장에는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합니다. 그 처방을 적재적소에 잘 쓸 수 있다는 효용성에도 의심이 가게 됩니다. 차라리 “나는 음양오행이니 장부변증이니 이런 것들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거나 공부한 바가 없기에 그것이 많은 가치를 지닌다는 말은 할 수 없고, 다만 내가 본 진단의 한 기술을 이야기 하겠다”라고 말하면 개인적 사견이니 수긍이 갈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진단의 도구를 종합, 총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두 번째로, 이 글을 읽다보면 한의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에 있어서 마치 복부를 통한 진단이 한의학의 전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임상경험이 길지는 않지만 임상을 해 나가면서 느끼는 점이, 인체라는 것은 변화가 매우 신속하고 현재의 상태를 초래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한 진단의 도구를 종합하여 총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진단하는 의사도 사람이기에 어떠한 고정된 틀 속에서 환자를 바라볼 경우 그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하여 그 환자상태에 대한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환자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내안의 틀 속에 그 환자의 상태를 맞추어 넣게 되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MPS, 추나, 사상체질, 형상진단, 맥진, 복부진단과 같은 도구들은 사람을 인식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그것들이 상호 보완을 통해 총제적인 관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지 의사가 그 틀 안에 종속되어 하나의 방법론을 전체인 듯 인식한다면 환자를 진단하는데 있어 나도 모르게 놓치게 될 부분이 매우 많을 것입니다.

복부를 통한 진단은 중사가 처음 발명하였고 그다지 역사가 길지 않은 과거에 일본의 몇몇 의가들이 한방을 활용하기 위해 다시 부각시켜 설정한 하나의 방법론으로써, 그것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재해석하여 하나의 훌륭한 진단도구로 활용하려는 한 학회의 시도는 또한 한의계의 넓은 범주 안에서 그 공(功)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진단영역과의 시너지효과를 통해 정반합의 단계로 발전되어야 한의학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한의학이라는 큰 길을 앞서 밟은 선배 제현의 책임이 막중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뒤에서 오는 사람들은 선배(先輩)가 닦아놓은 길을 방향으로 알고 나아가려 하기 때문이며, 이는 배가 항해함에 있어 선두 갑판의 나침반이 배와 선원들의 운명을 책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명확한 것입니다.

독성 강한 약 쉽게 생각하는 풍토 형성될까 우려돼
마지막으로 ‘우리는 약독(藥毒)을 쓰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마황, 부자, 감수와 같은 준열(峻烈)한 성질을 가진 본초에 대한 조심성이 사라질까 하는 염려가 생깁니다. 의사가 독약으로서 병독(病毒)을 제거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나, 그 독약이 몸의 정기(正氣)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학교가 아닌 학회라는 공간에서도 사람의 상태에 따라서 약의 용량을 조정한다던지, 상황에 따라 용약(用藥)을 달리 할 것을 가르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급이 빠진 채로 동통질환에 독약을 사용한다는 내용이 여과 없이 한의대생들에게 전달 될 경우 마황, 부자, 감수와 같은 독성이 많은 약을 쉽게 생각하는 풍토가 형성될 것에 우려의 마음이 생깁니다.
한약이라는 것이 이치가 오묘하여 같은 방제라도 군신좌사 약을 어떻게 잡느냐, 같은 군신좌사라도 약의 용량을 얼마만큼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그 효능이 천지차이로 드러나게 됩니다. 용약을 하는 것에는 마황, 감수, 부자를 사용하는 의미인 極한 補瀉法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補瀉의 비율을 달리 써 和解시키기도 해야 하며, 따뜻하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서늘하게 식혀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 상한금궤론에서 중사는 독약을 맥증에 맞게 몇 번 쓰고 이후 팔법(八法)의 규칙을 정당하게 제시하여 인간의 신체에 대한 존엄성을 공표하고 있는데, 그런 질서정연함이 배제된 이독치독(以毒治毒)만의 강조는 학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사는 훌륭한 기술인이기 이전에 이치에 밝고 자비로운 품격을 함양하여야 만이 환자에게 당당해 질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학문을 바탕으로 하여 고방과 후세방을 자유롭게 구성하는 능력을 배양해 주어야지 몇 가지의 틀로 용약에 대한 인식을 고정시키는 학문적 풍토를 조성한다면 이는 자신의 의(意)를 지닌 의사가 아니라 하나의 기술자로서의 역할 밖에 수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찌 몇 개의 방으로 현대의 다양한 모든 병이 치료되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금원사대가나 온병학자들이 나온 이유이며 중사의 뜻이기도 한 것입니다. 의학은 意로써 근본하는 것이지 意 없는 기술이야말로 큰 후유증을 낳을 것이며, 그 모든 것은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고 결국에는 한의학적 몰락의 근간이 될까 두렵습니다.

한의학계의 미래와 직결된 학회의 막중한 책임을 되새기며…
지금의 한의학은 그 동안의 한의학을 지탱하게 했던 고유의 권한들을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영역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며, 겉으로 보았을 때 하나의 철학으로서 대중적인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그 정체성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의학계 내부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별도의 움직임과 개혁을 필요로 합니다. 한의학의 생명을 유지케 하였던 고유의 철학과 사상의 저변을 확대하여 흔들림 없는 학문적 기초를 돈독히 하는 것이 첫 번째요, 그것이 실제 현실에서 환자를 구제하는데 의미가 있게 사용되어 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진단의 도구들을 마련하는 것이 두 번째요, 그 도구들을 총체적으로 바라보아 현재 환자의 시점에 가장 알맞은 치료형태를 개발하는 것이 세 번째입니다.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려면 한의계 각 분야에 있는 여러 힘들이 상호소통과 비판,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성숙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학회라는 공간은 이런 작업의 가장 최전선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대학과 더불어 성장하는 한의학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체이자 권력입니다. 그 만큼의 힘이 있고 한의학계의 미래와 직결된 길을 터주는 것이 학회이기에 책임의 막중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글은 어떤 특정 학회를 부정하는 글이 아니며 그럴 뜻도 없습니다. 단지 한의계의 모든 학회의 활동은 분명 의미가 있고, 이것을 잘 활용했을 시 다른 영역들과의 합(合)을 통해 한의학이 한층 발전될 것이 분명함을 밝히려 하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 한의학은 각 내부의 힘들이 서로 배타적이고 그저 자신들이 구축한 기술적인 면만이 의미가 있다고 포장하기에 급급하여 훌륭한 한의사의 배출이 어렵고 의사로서의 자질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학회가 모두 반성하여 한의학의 고서 읽기를 바탕으로 기초를 튼튼히 하고 현대의 의학을 접목하면 국민건강에 크게 기여될 것은 물론 한국한의학이 세계의학의 중심으로 다가서는 전초가 될 것입니다.

특히 한의학의 진면목을 모르는 한의학도들이 충실한 학습을 통하여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앞선 자들은 노력해야 하며, 그들의 말과 행동은 사심이 아닌 진실에 근거해야 만이 후학의 존경과 아름다운 찬사를 얻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혹시라도 제 글에 불편함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한의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충언이라 생각하여 너그럽게 생각해 주시고, 제 글에 반박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보답해 드릴 것을 약속하며 글을 맺습니다.

呂和東 / 태한의학회 학술부, 공중보건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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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011-04-07 10:10:12
한 학회에만 빠지는 사람들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사람이거나 불안해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본인의 학회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할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불안해서 단점을 알고싶지 않은 것입니다. 특히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해 보아야할 학생때부터 그런 성향이라면 두말 할필요가 없는것이지요

송혁 2011-04-07 00:44:55
갖은 범주의 책으로 보는것은 무리입니다. 물론 두 책이 지금의 형태로 되기까지 첨삭과 가필이 광범위 하게 이루워 비슷하게 보이는 부분이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 근원은 전혀 다른 의철학을 가지고 만들어 졌습니다. 상한론에 대해서 조금더 공부가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 이 기회를 통해 상한론과 황제내경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있으면 좋겠군요. 학생들도 헷갈리지 않고 시간 낭비 없이 공부할 수 있게...

허원영 2011-04-06 14:31:56
황제내경과 상한론은 서로 완전히 다른 책입니다. 상한론 서론은 장중경이 쓰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상한론은 철저한 음양론 기반의 책입니다. 누군가를 비판하려면 그에 대하여 그 누군가에 대해 9999999999999999배 이상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다시 열심히 공부해서 읽어 보세요. 전 복치의학회 아닙니다;;

최태정 2011-03-31 01:54:37
다만 다른 지적들은 공감합니다.

복치의학만이 최고의 한의학이며 한의학의 나머지는 필요없다는듯한 몇몇 복치의학회 선생님들의 자세는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태정 2011-03-31 01:52:18
결국 고방이든 후세방이든 그 텍스트가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들이니

사용함에 있어서도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해야 옳다는 말씀이신가요?

복치의학회 분들이 듣는다면 코웃음을 칠 얘기라고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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