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History(48) |「승정원일기」 속의 의학기록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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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History(48) |「승정원일기」 속의 의학기록 ②
  • 승인 2011.03.1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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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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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건강상태, 「일기」에 남겼다

사극을 통해서 주로 각인된 조선왕들의 일상은 대체로 한가해 보이지만, 실제 조선왕들의 하루 일과는 무척이나 빡빡했다.

아침 5시면 일어나서 죽 같은 것으로 가벼운 식사를 시작한다. 그 다음엔 의관을 갖춰 입고 왕실의 어른들에게 문안인사를 다닌 다음, 주요 대신들의 조회를 받는다. 그 다음엔 천상감에서 올라온 천문기사에 관한 보고를 받으며, 이어서 약방대신들의 문안을 받는다.

「육전조례」에 기록된 약방대신들의 문안은 대략 한 달에 6번 꼴이다. 그러나 질병이 있거나 왕의 호출이 있으면 수시로 문안을 받는다. 그리고 9시경이 되면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식사를 마치면 아침 경연을 시작하고 중앙정부의 대소사를 처리한다.

오후 2시경에 가벼운 점심을 마치면 오후 경연을 하거나 지방관을 접견하는 등 지방정부의 중요 결재사항을 처리한다. 6시경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각부에서 올라온 상소문을 검토하고 또는 그날 중에 다하지 못한 일들을 처리한다. 그렇게 공무를 마치면 왕실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서 대략 9시를 넘겨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모든 왕들이 매일 이 같은 격무를 이어간 것은 아니고, 때로는 경연을 생략하거나 하는 일은 있었지만, 조선왕들의 일상은 그다지 녹녹하진 않았으며, 게다가 사관들이 쫓아다니면서 일일이 적고 다녔으니, 하루살이가 그다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국왕의 건강상태는 국가 일급비밀에 해당한다. 우선적으로는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질병이 있을 때 즉시 치료해서 국정공백이 없도록 해야 했고, 또한 다른 사람들이 그 세세한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래서 내의원의 책임자[都提調]는 영의정이, 부책임자[提調]는 승정원의 승지가 겸임하는 것이 정례화 되었다.

국왕을 진찰하고 예후를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은 영의정 및 승지가 주도했지만, 대신 전문 의사들을 배석시켜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도록 하였다. 치료도 한 사람이 전담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의사가 모여서 질병의 원인과 병기, 치료원칙과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상의해서 결정하도록 했다. 또 침구시술을 할 때는 반드시 왕이 시술자를 직접 지목하였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승정원일기」에 세세하게 기록하였다.

재위 기간이 길면 그만큼 기록의 양도 많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조[1057건]의 경우 27년 동안 재위했지만, 15년을 재위한 현종[2647건]보다 기록상으로는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인조는 아픈 기색이 있어도 의원을 부르는 일이 별로 없었고, 병색이 깊어서 의원들이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해도 극구 사양한 케이스이다. 반면 현종은 원래 병약하기도 했지만, 의학에 조예도 깊었고, 치료받는 것을 즐겨했다. 약에 柴胡가 들어가는지, 人蔘은 얼마나 들어갔는지 궁금해 하고 藁本, 蔓荊子, 石膏, 黃芩 같은 약을 넣어라 빼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독살로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경종은 근 반년동안 치료를 거부하고 내전을 통해 비밀리에 약을 먹는 일도 있었다. 「승정원일기」 속의 의학기록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차웅석 /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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