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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자하거 사태 3년, 한의계는 무엇을 준비했나
2011년 03월 10일 () 10:03:40 강연석 contributor@mjmedi.com

양질의 제품개발 위한 검증시스템 도입필요
바이러스 등 분야별 전문가 발굴, 지원해야

지난 2008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인태반 유래의약품’은 ‘인태반 유래 완제의약품’의 제조에 사용할 목적으로 허가된 의약품제조 업소에만 판매토록 하라”고 행정지시를 하였다. 이 행정지시는 태반을 한의원에는 공급하지 말고 태반 성분의 다른 의약품을 만들기 위한 제약회사에만 공급하라는 내용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태반을 주원료로 하는 완제의약품이 한약제제가 되어 한의원으로 공급될 가능성도 차단되어 있는 현실에서 한의계는 졸지에 태반을 사용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던 것이다.

태반은 많은 포유동물들, 심지어 초식동물들조차 출산 직후 자신의 태반을 먹는 습관을 갖고 있으며, 출산 후의 회복에서부터 허로의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집에서 출산한 직후 자신의 태를 자신이 활용하던 시기에는 태반의 안전성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출산이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이 때 적출된 건강한 산모들의 태반이 폐기되지 않고 대부분 제약회사로 넘어가게 되면서부터는 태반의 안전성은 매우 큰 문제가 되었다.

식약청은 지난 2005년 바이러스 오염가능성차단 등 품질에 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하거를 대한약전의 한약규격집에서 삭제하였고, 2006년 7월 1일부터 원료의약품 신고제도(DMF)를 적용하여 안전성·유효성을 재검증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2009년 자하거 추출물 주사제, 2010년 자하거EX함유 복합액제, 2011년 자하거가수분해물 주사제 등의 재평가 결과가 공개되었다. 그리하여 양방으로 유통되는 자하거 주사제는 유효성이 인정된 것도 있고, 인정받지 못해 품목취소가 된 것들도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품질기준을 마련해가면서 점점 품질이 개량되고 있다.

자하거 사태는 바이러스 오염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막상 곧바로 약침제제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자하거 추출물이 개발되었지만, 아세톤이나 염산 등의 용매를 사용하면서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의 제약을 받게 되었다. 식약청은 ‘정제수나 30% 이하의 에탄올 용매로 추출되지 않은 것은 한약재가 아니므로 한의원에서 쓸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한의계와 제약회사들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경구용’, ‘한약조제용’이란 단서를 달고 납품하도록 하였다. 당시 사태는 이렇게 일단락 되었지만 한의원에 납품되는 경구용 자하거는 2008년 이후 한번도 품질을 검증받지 않았다.

당시 상황으로부터 우리는 몇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한약에 대한 비전을 새로이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한약은 기존한약서에 기준했다고 하면 많은 부분에서 검사 면제를 받고 있다. 이러한 면제 제도는 한의계의 시장규모나 환경으로 보았을 때 필요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하여 축적해나가면서 양질의 제품으로 만들어가는 양방의 시스템 또한 점차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식약청 및 보건복지부, 협회 및 한의회원, 한의언론, 그리고 제약회사가 끊임없이 토론하는 논의구조가 필요하다. 향후 녹용을 비롯한 다른 많은 동물성약재의 바이러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의계의 여러 난제들에 정면으로 부딪힐 전문가가 필요하다. 만약 한의계 내에 바이러스 관련 전문가가 있었다면 태반의 안전성 문제는 좀더 쉽게 풀 수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약제제 전문가들을 발굴하여 장기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 태반주사제는 양방병원에서 갱년기장애에 대한 유효성을 재검증받는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임상실험 결과가 발표되면 자하거를 둘러싼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명약관화하지 않을까?

강연석 원광대 한의대 의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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