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중의약대학 황황선생님 방문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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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중의약대학 황황선생님 방문기(3)
  • 승인 2011.03.0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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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태

임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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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체계 조절에 감초를 많이 쓰더라"
한방병원 분위기 우리와 비슷, 약재상태로 약교부

토요일 아침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아침 8시에 진료가 시작되었습니다. 문진부 안에는 생각보다 환자가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잠시 기다리다가 병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환자대기실과 접수실은 우리 한방병원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이 곳 문진부 안에 외래진료실이 있습니다.
단 한 가지 신기한 점은 각 약재마다 가격표를 붙여놓고 계산하고 약을 받아간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달이지 않은 약재상태 그대로 환자에게 준다고 합니다. 약재 가격을 한번 비교해 볼까요? 한 한약국에 전화해서 용도를 밝히고 물어봤습니다.

자주 쓰이는 백출과 감초를 물어봤는데 1kg당 자감초는 3만 8000원, 황기는 1만5000원입니다. 중국에서 감초는 47위안, 황기는 55위안 입니다. 1위안에 170원 정도 하니까 감초는 8000원, 황기는 9400원 정도합니다. 수입해 오니까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중국산 약재 가격 자체가 현지에서도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이젠 임금만 오르는 게 아니고 약재 가격도 정말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감초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고 황기도 우리나라 황기보다 중국산 3년근 황기가 더 약효가 좋기 때문에 수입산의 수요가 더 많은데, 이런 식으로 중국의 약재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한약의 첩약보험이 시행된다면 이런 식으로 약재가격을 공표하게 될 수도 있겠네요.

가져간 약재를 30∼40분 정도 환자들이 직접 달여 먹는다고 하고, 소아의 경우는 보통 많이 먹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애가 먹고 싶은 만큼 먹게 한다고 하네요.

전날 식사시간에 황황 선생님께서 참관의 포인트를
(1) 처방은 무엇을 썼는지?
(2) 환자가 무슨 질병(서양의학적) 때문에 내원했는지?
(3) 호소하는 증상이 무엇인지?
세 가지에 집중해서 참관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진료실 내부전경인데 이날 한타임 동안 28명의 환자를 봤습니다. 환자들의 빠른 말을 한 분이 노트북에 모두 받아 적고 사진도 찍습니다. 노트북으로 사진을 어떻게 찍냐구요? 모니터 왼쪽 모서리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우리도 저런 노트북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토요일 같은 경우에는 진료가 끝나는 시간이 대중이 없다고 합니다. 침은 하나도 놓지 않으시고 양약도 쓰지 않습니다. 보조 겸 외래 참관인이 3∼4명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것 같은데, 한명은 처방전을 쓰고 한명은 차트를 받아 적는 식입니다. 실습생 참관도 있는데, 이날은 원래 실습생 자리에 저희 일행이 들어갔습니다. 방 하나에 황황 선생님, 진료보조 겸 참관인 3∼4명, 실습생 9∼10명, 환자 2∼3명입니다. 정말 정신없습니다.
실제로 많이 보는 질환은 자가면역질환, 다낭성난소증후군, 구내염, 불면 등이라고 합니다. 특히 감초를 면역체계조절을 위해서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 군요.

소시호탕, 대시호탕, 반하후박탕, 온경탕, 계지복령환, 온담탕, 치자후박탕, 사심탕류(특히 감초사심탕), 형개연교탕, 오적산, 시호가용골모려탕, 소청룡탕 등이 빈용되는 처방이었습니다. 그리고  除煩湯이라는 처방도 많이 사용했는데, 심리적인 문제에 치자를 군약으로 해서 임상에 많이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번탕 : 치자 15g, 후박 15g, 지각, 반하, 복령, 소경 15g, 연교 20g, 황금 5g.
해울탕이라고 반하후박탕에 사역산을 합방한 처방도 종종 쓰십니다.

아교를 이렇게 쌓아두고 파네요. 중국에서는 아교가 홍삼만큼 많이 팔리는 건강식품이라고 합니다. 제일로 치는 것은 산동 동아현의 아교라고 하네요. 그 지역의 지하수를 이용해야 진짜 아교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진료 중에 몇 가지 유용한 팁이 있어 적어보겠습니다.
* 심리적인 문제나 스트레스로 인해 흉부가 답답한 느낌은 치자증이다. 위장의 기능적 문제나 불면에도 많이 쓸 수 있다.
* 계지복령환을 썼을 때 처방이 맞다면 처음에는 무른 변을 보고, 그 후에는 정상변을 보게 된다. 계지복령환 환자의 혀를 들추면 혀 밑이 구불구불하고 다리 피부가 거칠다.
대시호탕 환자는 상체가 좀 더 발달했고,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계지복령환 환자는 하체가 좀 더 발달했다
* 반하 vs 시호
반하 : 예민한 편이고 눈이 크고 쌍꺼풀이 있고, 우울한 표정. 기질적인 구토.
시호 : 신경질적이고 찢어진 눈. 
* 폐경 후에 체중이 감소하고 설사하고 건조해서 손바닥을 비비면 소리가 나고 구내염, 항문압박감, 소화불량 등이 있다면 온경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어느 약재시장의 유리진열상자. 왼쪽이 백합이고 가운데 있는 게 산사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한론 처방을 많이 쓰시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복치의학회에서 약을 쓰는 것과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28명의 환자를 다 본 후 오전 외래가 끝났는데 아직도 다른 외래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이제 점심시간입니다. 허름한 중국식당에 들어갔는데 밥이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뭔가 비싼 술인 것 같은데, 저한텐 그 술이 다 그 술입니다. 사실 중국술은 너무 독해서 입에 잘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싼 술일수록 좀 순한 것 같긴 합니다.

다음날, 이백 소동파 등이 거닐었다는 남경의 현무호에 갔습니다. 일산 호수공원 비슷합니다. 송대에 호수에서 검은 용이 발견되어 현무호라고 한다네요. 수군의 훈련장으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이날에야 날씨가 좀 풀려서 처음으로 여행 온 기분이 좀 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중국의 약국에 잠시 들렸습니다. 정말 듣던대로 중성약이 엄청 깔려있고, 규모도 엄청납니다. 중국음식을 먹었더니 속이 좀 더부룩해서 소화제 같은 거랑 파스를 좀 사보았습니다. 소화제는 집에 와서 뜯지 않은 채이고 파스는 써봤는데, 그냥 한의원에서 파는 한방파스가 최고입니다. 중국파스는 별로예요.

중국에서 이상한 약재같은 것 사오는 것 권하고 싶지 않고, 통관도 안되겠지만 굳이 하나를 사야 한다면 아교를 권하겠습니다. 하지만 왠지 공항검색대에서 압수당할 것 같군요. 동식물은 반입을 하면 안 되는데 당나귀 가죽이니까 압수당할 것 같아요. 옷을 만들어 입고 오는 방법도 있겠지만, 냄새로 인해 공항당국에 정신이상자로 구금당할 수도 있습니다.

출발 직전 저녁식사로 중국식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중국에 가면 꼭 드셔보세요. 이렇게 남경중의약대학 2박3일 방문이 끝났습니다. 짧지만 이것저것 많이 배웠고 중국음식도 질리도록 먹고 왔습니다. 여행으로 추천할 만한 도시는 아닙니다. 〈끝〉

임정태 / KIOM(한국한의학연구원) 블로그 기자단 3기(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한방순환신경내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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