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 티테라피 운영하는 이상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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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 티테라피 운영하는 이상재 원장
  • 승인 2011.03.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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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선 기자

김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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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차 처방·제조하는 한의사 바리스타

한방차 처방·제조하는 한의사 바리스타
티테라피 관점에서 ‘미병’관리 성공적 출발

 

처방, 조제한 한방차를 시음하고 있는 이원장

 

이상재 원장(38)은 서울 압구정동에서 한약재 이용 ‘친환경카페(cafe)+한의원(clinic)+건강문화교실(school)’인 티테라피(Tea Therapy)를 운영하고 있다.

티테라피는 나만의 맞춤차를 즐길 수 있고, 미병상태인 몸을 파악해 이 원장이 직접 처방하고 방문한 환자나 손님에게 약재 하나하나의 효능 설명을 통해 원하는 약재를 담아보는 기회 제공, 무분별한 홍삼 건기식에 대응할 수 있는 홍삼 처방, 현대인들의 건강관리 방법 강의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또 이를 통해 한약은 써서 먹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깨고 한약재도 예쁘고, 쓰지 않고, 은은한 향이 있다는 새로운 시도로, 또 다른 한약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약재와 함께 또 다른 시작

“대학원에서 예방한의학을 전공했습니다. 지금도 제 박사학위 논문인 ‘건강증진을 위한 한의학적 방법론 연구’를 종종 즐겨 보고 있습니다. 연구논문에서 고민했던 것들을 실제로 적용해 보고자 카페를 시도하게 됐죠. 제가 하는 티테라피는 한의원 경영이 잘 되게 하는 매개로 차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차를 이용해 평소 건강한 삶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는 한 때 마포에서 한의원을 운영했는데 제법 잘 됐다. 그때 한약재를 끓여달이는 방식이 아닌, 녹차처럼 우려내는 방식을 시도했다. 그 덕분(?)인지 한의원은 꽤 잘 됐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마음엔 서양의학적 검사로는 전혀 알 수 없는 평상시 몸 상태에 대한 ‘건강관리시스템 개발’이 더 절실했다. 그리고 그는 과감히 한의원을 정리했다.

“한의원을 그만둘 때만 해도 한방차에 대한 사람들의 칭찬에 고무돼 평상시 건강관리에 한약재를 이용한 차를 시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 준비해보니 더 힘들었어요. 그래도 일단 마음먹은 일이니 열심히 했어요. 제 능력보다 더 많은 투자를 했지만 욕심이 없는 성격 탓인지 현상유지만 하자는 생각으로 하게 됐죠.”

 

티테라피 압구정 본점의 내부 모습
그렇게 시작한 티테라피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곧 많은 언론사들의 관심, 한의사들의 관심, 손님들의 호기심, 한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티테라피 안에서 그는 진료를 하는 한의사, 새로운 차를 제조하는 바리스타, 좋은 약재를 찾아다니는 심마니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나만의 차’라는 메뉴가 있어요. 이 메뉴는 자신에게 맞는 차를 의미합니다. 오는 손님들 중 ‘나만의 차’를 주문하는 손님에게 몸에 꼭 맞는, 평상시 건강을 위해 먹어야 하는 차를 제조해 드립니다. 그날 먹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20번 정도 먹을 수 있는 분량을 같이 드려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만이 다른 길 열어

이 원장은 지난날 한의원만 운영했을 당시 한의원 매출이 좋은 날도 스트레스를 받고, 환자가 별로 없는 날도 스트레스를 받았단다.

“한의원 운영 당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내 스스로가 내가 하는 진료에 자신감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도 한의학적인 치료를 믿지만, 학문이라는 것이 믿음만으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또 “전에는 한의원 매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했기 때문에 타 한의원을 소개한다든지 하는 생각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해 타 한의원을 소개해주는 여유까지 생겼어요.”

그는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너무 좋다며 “젊은 한의사들이 더 폭넓게 생각해주시길 바래요. ‘한의대 졸업은 곧 개원이다’ 이런 생각말고, 더 많고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조교 생활을 5년 정도 했었는데 방학을 이용해 다양한 경험들을 했어요. 그런 것들이 모여 지금의 일을 하게끔 했고, 더 많은 아이디어와 콘텐츠 개발을 하게 한 것 같아요.”

일단 성공적인 모델로 정착된 이 원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많은 한의사들이 찾아온다.

“관심이 많은 한의사들에게 차를 공급해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만큼 그렇게 잘되지는 않습니다. 이걸 교훈 삼아 단순하게 그냥 차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적으로 공간배치부터 새로운 개념을 가지고 시작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것은 한의원을 잘 운영하기 위한 차가 아니라. 차가 우선이니 한의원 운영과는 또 다릅니다.”

의료 문화를 하나의 콘텐츠로

 

티테라피 안국동 분점
이 원장은 “우리나라 한의학은 제도권 의학으로 들어왔지만 의료와 문화를 정확히 구분했어야 하는데 실패했다”며, “매뉴얼의 부재로 감에 너무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한의원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저 한의원에서 저렇게 말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할뿐더러 심지어 한의원의 한약과 건강식품이나 홍삼의 구분을 못하는 것이다. 한의학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고찰이 필요하고, 대학교육에서도 매뉴얼화된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또 다른 방안을 제시해줘야 하며 확고한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부산대 강의와 외부 기업체 강의를 나가고 있다.

“외부 기업체 강의내용은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몸을 이해하는 방법과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있죠.”

그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끔 차를 통해 병을 고치려고 오는 사람들을 보고 ‘미병’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미병은 서양의학적 검사로는 병이 없지만 현대인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병입니다. 미병은 내 몸이 보내는 신호, 경고, 하소연입니다. 이걸 귀담아 들어야만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미병연구는 ‘미병평가도구’를 만들어야겠다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은 시스템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미병에 대한 관리는 티테라피적 관점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향후 도인안교를 바탕으로 하는 기(氣)테라피를 도입해 더 다양한 미병관리 방법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도 ‘나만의 차’를 주문하는 분들께 우리 몸의 기조절을 통한 건강증진 개념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이걸 더 구체화 시키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고 향후 5~10년 안에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요.” 

 김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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