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D 개편의 후속 작업
상태바
KCD 개편의 후속 작업
  • 승인 2011.02.10 14:4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재연

정재연

contributor@http://


KCD 개편으로 한·양방에서 같은 질병명을 사용하게 된 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한의계도 이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KCD 개편에 대해서는 양방에서도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한의계의 KCD 개편 토론회마다 격론이 오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제도에 적응을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한의계도 대한민국 의료계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확인하자는 것이었다.

또한 이것은 대한민국 한의계가 국내 의료계 뿐 아니라 세계 의료계의 질병 진단 언어를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우리의 고유한 용어를 버리는 게 아니냐는 염려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는 역사적 작업이었다.

다수의 한의학적 상병명을 포기하고 KCD 개편에 뛰어드는 경우에 아무런 현대적 진단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칫 분쟁과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사실 KCD 개편에 찬성을 보낸 한의계의 현실적 의도는 따로 있었다. 상병명을 양방과 공유하게 되었다면, 다음 차례는 진단기기를 공유하는 수순이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상병명 개편작업은 사실 한의학의 목차와 제목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당장 한의사의 진료수단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전문의 시험 문제를 바꾸고 이것은 수련의 교육과정을 바꾸고, 또 한의사 국가고시를 바꾸며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다시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현실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듯하다.

상병명의 개편으로 한의사의 진료수단을 지금 바로 바꿀 수는 없다. 적어도 한의사 국가고시의 내용이 바뀌어야 한의사의 진료수단은 공신력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국가고시의 변화는 결국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선은 한의사 국가고시가 바뀌어야 한다. 현대 진단기기를 이용한 진단과 치료과정에 대한 문제가 출제되어야 하며, 이것은 결국 교과 통합출제를 통해서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한의사 국가고시에 현대 진단기기에 대한 과목을 드러내기에는 아직 우리나라의 의료계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교과 통합 출제라는 방법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논란 예방이 가능하며, 이 과정을 통해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권 및 각종 의료기사 지도권의 당위성을 더욱 공신력 있게 주장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 꼭 이런 이유만은 아니더라도, 인체를 전체적으로 보고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한의학의 기본 관점에서 봐도 교과 통합출제는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특정 과목의 명칭이 시험과목에서 누락되면 무자격 돌팔이들의 준동이 예상된다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한의계의 역사적 흐름을 막고 있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이유일 뿐이다.

KCD 개편은 한의사들에게 많은 불편함을 주었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우리가 이것을 받아들인 이유는, 한의학의 흐름과 발전 때문이었다. 그 흐름과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구체적 도구는 진단이다. 눈에 보이는 실체를 보여주는 진단과 이를 기반으로 하여 한의학적 진단이 결합되면 더욱 신뢰받는 진료가 될 것이며, 한의계의 중흥은 이 방법이 아니고는 다른 길을 생각할 수조차 없다.

KCD 개편을 주도했던 한의계, 그리고 그 개편의 중심에 있는 학회와 한의협이 이 작업을 충실히 그리고 공고히 진행하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재연 대전 매일한의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쿠치로 2011-02-15 09:59:20
KCD개편을 교과통합출제와 연결시키셨는데....교과통합출제가 현대진단기기 사용권을 획득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왜 통합출제가 현대진단기기를 위해 필수적인지요?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