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현재에 충실하자”
상태바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현재에 충실하자”
  • 승인 2011.01.13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선 기자

김윤선 기자

ys8460@http://


공부도, 노는 것도 즐길 줄 아는 한의사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조계창(자생한방병원 척추추나과 한방내과·38)원장에게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Time and tide wait for no man’)” 라는 말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입니다. 이 때 저는 이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어요, 그래서 저는 공부도, 노는 것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 말은 조 원장의 삶의 모토가 됐다.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그냥 하는 법이 없다. 직성이 풀릴 때까지 뭐든지 열심히 했다. 환자들 앞에서든, 가족들 앞에서든, 본인에게든,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했고, 현재에 충실했다.

무작정 음악이 좋았다

“일단 그냥 음악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었고, 막연히 좋았던 것이라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대학에 들어갔죠, 그 후 한의대 밴드부에 들어갔습니다. 할 줄 아는 악기가 없어 리듬악기인 베이스를 맡아 죽어라 연습을 했습니다.”

할 줄 아는 악기가 없던 조 원장은 한의대 밴드부 시절, 베이스 기타를 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한껏 풀었다. 하지만 리듬악기인 베이스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멜로디가 있었다.

“빨리 멜로디 악기를 연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은 악기가 색소폰이었습니다. 해보니 정말 저한테 맞았습니다. 관악기를 하게 되면 복식호흡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잘 맞았어요. 대학 시절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 지금은 진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빵하고 불어서 날려버리곤 합니다. 또 밴드를 하게 되면 여러 명이 해야 하기에 없는 시간을 내야하지만 색소폰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저한테 정말 최고의 악기입니다.”

지금도 혹 밴드 음악이 그리울 때면 MR 반주 음악을 틀어놓고 색소폰을 연주하고, 진료 외 시간에는 자생한방병원 지하실이나 진료실에서 연습을 하곤 한다. “

자생한방병원 재활과에는 ‘재활용 밴드’가 있는데 가끔 합주도 합니다. 여름과 연말에 병원에서 기획한 공연이 있는데 그 때 같이 공연을 펼치기도 합니다. 병원 앞 클럽 등을 빌려서 할 때도 있고, 병원 안에서 환자들과 함께 할 때도 있습니다. 전에는 판소리하는 환자와 성악하는 환자, 색소폰을 불던 환자분들과 함께 1층 강당에서 공연을 했었습니다. 프로이지만 환자인, 아마추어이지만 의사인 재활용 밴드의 합주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성과 감성으로 환자를 대했다

“한의사를 포함한 모든 의사라는 직업은 참 슬픈 직업인 것 같아요. 아픈 환자들만 봐야하니깐요.”

조 원장은 허리가 아파서 온 환자든, 다른 이상이 있어 온 환자든, 어떤 환자라도 치료 후 “사는 거 재미있으세요”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진료 외의 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

“몸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환자들 마음을 파악해주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원인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에게도 마음의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해답을 찾은 듯 했다.

“전 음악과 사이클이 있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3년 전 집이 노원 쪽이었는데 그때는 너무 몸이 안 좋았어요. 지하철에서 1시간 30분쯤을 시달리고 나면 정말 몸이 안 좋았습니다. 지하철은 공기도 안 좋고, 진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허리와 몸의 중심이 흔들려 몸을 상하게 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치료방법은 ‘사이클 타기’였습니다. 지금은 이사를 해 건대입구 쪽에서 살아서 30분이면 사이클을 타고 병원에 도착합니다. 출퇴근 때 이어폰을 끼고 달리는 이 길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입니다. 나를 돌아보고 그날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니깐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사이클과 음악과 함께 합니다.”

현재를 정리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이제 한의사 생활을 한 지 11년 차가 되는 조 원장은 요즘 그 동안의 한의사 생활을 파워포인트로 정리하고 있다.

“거창하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10년 넘게 해왔던 것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한의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환자들을 보고, 처방하고, 어떻게 추나를 하면 더 효율적이 되는 지에 대해서 각 환자별로 케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뿔뿔이 흩어져있던 것들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지요.”

앞으로도 계속 한의사 생활은 하겠지만, 마지막엔 색소폰을 부는 삼겹살 가게를 오픈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다.

“저와 제 와이프가 삼겹살을 무지 좋아합니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저이지만 아주 먼 미래엔 색소폰이 연주되는 삼겹살 가게를 차리고 싶습니다. 감성적이고 로맨틱한 악기와 서민적이지만 누구나가 좋아하는 삼겹살의 만남은 생각만 해도 너무 황홀할 것 같아요”

조계창 원장과 인터뷰 후 걸어오던 일차선 도로 길, 서로 마주오던 차들은 양보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뻥뻥 클락션을 울려 도로 한복판은 전쟁 아닌 전쟁이었다. 우리나라 도로의 특성 상 일차선 도로에선 차들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지만, 누구하나 양보가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도로는 좁고 차들은 많고 그 주위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도로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그 오토바이를 조 원장이 한쪽으로 옮겨 교통이 원활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하는 모습을 봤다. 그에게서 또 다른 빛이 보였다.

김윤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