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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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 승인 2011.01.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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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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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 현승은 한의사

독일의 철학자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라고 말했다.
내가 먹는 것이 내가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즉 질병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건강한 먹을거리로 질병을 예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바른 식생활문화에 앞장서는 한의사가 있어 만나보았다.

“좋은 술로 건전한 술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는 전통주 애호가 현승은 한의사.

 식품이 곧 나를 만든다
현승은 한의사(32)는 현재 아이쿱 생협에서 식품안전 전문위원, 수원 의료생협 부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간혹 식품의 유통과정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잘못된 정보가 오가는데 현 한의사는 이들 정보를 세련되고 정확하게 정리해 소비자가 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 혹은 식품에 관심 있는 모임이나 단체, 그리고 영양교사 등을 대상으로 식품관련 강의를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토피로 고생했던 현 한의사가 식품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한 것은 이미 20여년 전부터였다. 아토피에 좋지 않다는 과자류 등을 먹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어머니가 짜준 식단대로 음식물을 섭취한 후로는 증세가 조금씩 호전됐기 때문이다.

“가공식품 등의 증가는 요즈음 아토피 및 알레르기 등의 질환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식품의 원재료가 신선하다 해도 여러 번의 가공단계를 거치다보면 그 과정 속에서 유해요소가 유입되고 따라서 원재료의 영양가는 떨어지게 마련이죠.”

아토피 및 알레르기 질환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요즈음 이제는 식생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을 주장했다.

“가깝게는 학교 등에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예이지요. 한 예로 영국의 어느 학교에서 급식식단의 변화로 학생들의 성격을 바꾸는 시도를 했습니다. 실제로 산만하던 아이들이 침착하게 변화했다는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질병의 기본적인 원인이 식생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바른 식생활 문화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주, 음양의 조화 이뤄주는 좋은 약
그는 식품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술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다. 3년 전 전주술박물관이 운영하는 전통주 제조과정에서 박록담 선생으로부터 전통주 제조법을 전수받은 이력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무슨 술을 마셨을까, 요새 술은 왜 탈이 날까, 그러한 의문에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또 전통주를 약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도 궁금했죠.”

하지만 배우면서 처음의 궁금증 보다는 전통주의 맛과 향기에 점점 더 매료됐고 2년여 과정동안 배움에 열정적이었다. 그 열정은 제1회 가양주 대회에서 2등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일제시대 양조장 문화가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의 술 문화는 가양주(家釀酒) 문화였습니다. 즉 술 빚는 과정은 김치나 장 담그는 과정과 비슷하며, 역시 협동을 중시하는 문화지요. 특히 사대부가에서는 술이 27여종이나 됐다고 하니 술 담그는 문화가 핵심 중의 핵심이었죠.”

전통주는 쌀로 빚지만 상업화된 술에 비해 맛과 향의 차이가 많이 난다. 그 맛과 향의 다양성은 바로 누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 김치 맛이 집집마다 다르듯 누룩 역시 손맛을 비롯해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에 상업화된 술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랜 발효과정은 유익한 미생물과 비타민의 증가로 우리 장기에 좋은 역할을 합니다. 특히 술은 흡수가 잘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우리 몸이 전통주와 같이 좋은 술을 흡수할 경우 말초까지 그 좋은 기운을 빠르게 전달합니다.”

동의보감의 양생편에 보면 전통주 안에 음을 보호하는 구기자, 생지황, 숙지황, 하수오 등의 약재를 많이 넣는다고 한다.

“술은 곧 양기인데 동의보감에 따르면 양기를 먹되 음의 기운도 함께 들어가 음양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이렇듯 전통주가 우리의 몸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면 상업화된 술은 깊은 맛보다는 자극적인 맛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가끔 유해한 성분이 유입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술은 잘 쓰면 어떤 약보다도 좋습니다. 한 예로 인현왕후가 궁에서 사가로 쫓겨나 냉방에서 엄청나게 고생할 때 향온주(香縕酒) 덕분에 기력을 차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좋은 술로 건전한 술문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술 익는 한의원
1월 중순에 수원의료생협 개원을 앞두고 있는 현 한의사는 당장은 경영의 안정이 우선시 되겠지만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취약자에 대한 의료지원이나 생활 속에서 예방할 수 있는 건강강의도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의원에서 사람들과 함께 좋은 술을 빚고 싶고 또 더 나아가서는 의료인으로서 모토로 삼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다케구마 내과의사처럼 술 외에도 좋은 야채나 과일 등 몸에 유익한 식품을 직접 재배해 환자들에게 처방해 주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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