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 2010년 한의계 10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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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2010년 한의계 10대 뉴스
  • 승인 2011.01.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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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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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의 시련 맞은 한의계, 개원가의 한숨도 깊어

돌아보면 2010년 한의계는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초반부터 KCD 도입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가 하면 3년 임기의 새로운 한의협 수장이 선출되면서 한의계에 새로운 변혁의 바람이 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삼복첩 사태, 공신단 문제, 보완대체의학 헌법재판소 판결 등 굵직굵직한 외환으로 인해 한의계 민심은 요동쳤고, 한의협 집행부는 커다란 시련을 겪었다. 한의계 최고의 국가연구기관인 한의학연구원의 통폐합 소식과 최초의 국립한방병원인 부산대 한방병원의 독립성 문제는 한의계를 더욱 시름에 젖게 만들었다.

한약재의 가파른 가격상승은 개원가의 경영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KT&G라는 대기업의 한방프랜차이즈 사업 및 한약재 유통사업 진출 소식도 한의계는 주시하고 있다. 홍삼시장에 무관심하다 첩약시장에 큰 타격을 입었던 전례를 비추어볼 때 건기식 시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점차 커져가는 한방시장, 나아가 천연물시장까지 아울러 한의사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지 한의계의 고민도 함께 커져가고 있다.

1. KCD도입 초반 혼란… 점차 적응 중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한의) 3차 개정안이 2010년 1월 1일부터 적용됐다. KCD 3차 개정안은 과거 한방만 별도로 적용되던 분류법에서 국제질병분류법인 ICD를 적용한 한국질병분류체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꼽힌다. 2009년 한 해 동안 한의협은 달라진 질병분류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3차례 교육을 실시했지만, 준비기간이 부족하고 회원들의 참여도 미흡해 2010년 초반 많은 회원들이 혼란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한방상병명의 특성을 보여주는 U코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 한의협 제40대 새 집행부 출범

40대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3파전이 예상됐으나, 김현수 39대 회장은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정곤(정)-박상흠(부) 후보와 이범용(정)-박용기(부) 후보의 2파전 양상으로 정리되고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졌다. 두 후보캠프에서는 선거 막판까지 대의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선거원들의 막후접전이 과열양상을 보였으며, 최종 선거일인 대의원총회 날까지 박빙으로 승부를 가늠하기 힘들어 보였다. 젊음과 패기를 앞세운 김정곤 후보측이 대의원들의 표심을 잡았다.

3. 삼복첩 사업 일파만파… 이사 사퇴 등 파문 확산

젊은 회원들의 기대감을 등에 업고 호기롭게 출범한 제40대 한의협 집행부는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곤 회장이 서울시한의사회장에 재임하던 시절부터 관심을 갖던 삼복첩사업이 출범과 함께 긍정적인 마케팅사업으로 시작됐으나, 사업의 학술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더구나 삼복첩 사업이 일부 이사가 소속된 회사의 주요사업이고 상표권까지 출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회원들의 반발과 파문이 잦아들지 않자 결국 해당 이사를 윤리위에 징계하는 한편 고발조치하고, 삼복첩 사업을 접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 됐다.

4. 보완대체의학 헌재판결, 한의계 충격

7월 30일 일명 보완대체의학 관련 판결로 알려진 헌법재판소 판결 결과가 과거 전례에서 전원일치 합헌결과가 나온 것과 달리 5:4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이 난 것이다. 이는 김남수씨를 비롯 일부 유사의료업자들이 헌법소원 한 것으로, 현행 의료법(유사의료행위를 금지한 제27조)이 헌법이 규정한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것이다. 이에 한의계 내부는 벌집을 쑤신 듯 들끓었고 한의협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기회에 보완대체의학의 입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면서 연일 지상파를 통해 관련 주제 프로그램이 나오고 급기야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김정곤 회장과 김남수씨가 증인으로 동반출석하기도 했다. 한의계와 양의학계, 유사의료업자들 간에 보완대체의학의 입법화를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5. 부산대 한방병원 독립성 흔들… 부산대 한의전 이원철 원장 사임

2010년 5월 부산대 양산캠퍼스 내 한방병원이 200병상 규모로 개원하면서 최초의 국립한방병원이 설립됐다. 그러나 한의계의 염원과는 달리 병원이 독립성을 가지지 못한 채 양산 부산대병원의 부속기관인 한방진료처로 전락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부산대 한방병원의 원장은 한방진료처장으로서 독자적인 예산, 인사권이 없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더구나 부산대 한방병원 한의약임상연구센터 역시 독립적인 국립임상연구센터로서의 위상을 갖지 못한 채 한방병원의 부속연구소에 불과하다는 점도 우려를 낳았다. 이에 따라 한의계는 최초의 국립대 한방병원으로서 독립법인의 근거를 가질 수 있는 관련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 또한 한의약임상연구센터가 한방연구에 있어 독립성을 지닌 국가연구센터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해결되지 않은 채 결국 이원철 부산대 한방병원장겸 한의전 원장이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6. 정부 기초기술위 소속 연구원 통폐합· 한의학연구원 존속될까 우려 팽배

정부가 과학기술분야 발전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통합하는 안(기초기술통합연구원)을 마련했던 것이 드러나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한의학연구원도 통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2009년 11월 출범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발전민간위원회’는 현행 ‘자문형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를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전면 개편하고, 기초 및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26개 출연연구기관 중 일부를 통폐합해 ‘국가연구개발원’을 설립하는 발전안을 검토했다. 출연연 구조조정은 논란이 거세 정부의 확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의계는 커져가는 세계전통의약시장에서 우리나라 전통의학이 해나가야 할 위상과 역할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한의학연 통합은 본연의 연구기능을 축소시키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7. 멜라센시스 vs 아갈로차 침향 진위 논쟁

때 아닌 침향논란으로 한의계가 시끄러웠다. 공진단에 사향 대신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침향은 사향보다 비싸고 구하기 힘든 한약재다. 대한약전에 등재돼 있는 아갈로차란 학명을 근거로 베트남산 아갈로차만이 진침향으로 알려져 극소량의 침향이 일부에서만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신광호 한의외치제형학회장이 침향에 대한 연구논문을 근거로 인도네시아산 멜라센시스 역시 CITES에 근거해 진침향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특히 이 멜라센시스는 아갈로차에 비하면 가격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침향 논란이 거세지자 중앙약심에서는 침향논란을 안건으로 올렸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침향논란은 침향의 기원에 대한 의견이 한의계에서도 분분하다는 점, 진침향을 가름할 수 있는 기원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계기로 고가인데다 종(種)이 다양해 진·위품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여러 한약재들에 대해 식약청이 연구를 통해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 KT&G 한방사업 진출 건기식시장 뜨거운 논란

KT&G 한국인삼공사가 2008년부터 BTL(우수한약재유통사업)사업을 통해 국산한약재 유통사업에 진출한 것과 더불어 2011년 7월부터 KT&G 자회사인 라이프앤진을 통해 한방프랜차이즈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나서 한의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일부 언론을 통해 라이프앤진에서 한약사들과 손잡고 한방프랜차이즈를 설립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존 홍삼시장에 이어 첩약시장이 완전히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한의계를 강타했다. 일선 한의사들은 한방프랜차이즈에서 만들어낼 다양한 한방 건기식제품은 안전성 편리성 등을 내세워 한의원 한약수요를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한의사 역시 건기식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다양한 한약제제의 보험급여화 혹은 첩약급여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안하고 있으나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태다.

9. 한약재 가격 폭등 어려운 개원가 시름 보태

한약재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개원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첩약수요에 더해 한약재 가격상승은 개원가 매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갑작스레 약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일선 한의사들은 난국에 빠져있다. 한약재 가격상승은 일부 품목에서 부터 시작됐으나 지금은 전체적으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상승 배경에는 중국 현지의 기상악화, 내국인 수요 증가, 매점매석 투기자본 활개 등이며, 국내 상황으로는 한약재 수요 증가, 중간업자 매점매석, 엄격한 중금속 기준 등이 꼽힌다. 한약재수급조절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서는 중국산 한약재 수입이 앞으로도 원활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10. 공론화 없이 진행된 한의협-의협 회장단 의료통합 논의

한의협·의협 간 의료통합 논의는 협의를 위한 명칭부터 시작해 아직은 논의진전이 쉽지 않다. 게다가 두 단체의 협의모임이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어 일선 회원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한의계에서도 회장단 위주로 논의가 진전되는 것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공론화 과정을 통해 누구를 위한 의료통합인지, 의료통합의 방식은 어떤 형태인지 등에 대해 한의계 내부의 합의점을 먼저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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