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전략 없는 통합 논의 속 박탈당하는 한의사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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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전략 없는 통합 논의 속 박탈당하는 한의사의 권리
  • 승인 2010.12.23 10:2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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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석

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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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약분쟁의 성과를 뒤엎어버린 식약청 -

역사는 2010년 12월을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할 것이다. ‘건강보조식품 약진에 보약 완패’라는 KBS뉴스나 ‘한 한의원의 아토피 크림에서 스테로이드 검출되었다’는 사실이나 ‘바닥으로 떨어진 한의대 입시’ 소식 와중에 한의협과 의협의 대표들은 통합의료에 대한 논의를 시도하다가 한의사와 한의학을 싫어하는 의약계 세력들에 의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한편 식약청은 지난 10일 ‘생약.한약제제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제정고시(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하고, 30일까지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규정을 살펴보면 제목에 ‘생약제제’라는 명칭을 쓰고 있고, 내용 중에 “생약제제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말한다”고 용어를 규정하고 있다. 생약제제는 일본식 표현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쓰는 용어이다.


약사법 제2조 제6항에서 ‘한약제제’는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을 말한다. 한약제제와 생약제제는 서양의학적이냐 한의학적이냐에 의해 구분되는 법률적 개념인 셈이다.


이 안의 위험성은 첫째 상위법인 약사법에서 한약제제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약제제에 대한 고시안으로 충분하다는 점이다. 상위법인 약사법에서 언급하지 않은 생약제제를 하위규정에 생약제제라는 항목으로 집어넣었다는 점은 식약청 내에 무언가 정치적인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둘째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것’이 생약제제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의보감, 방약합편, 향약집성방, 경악전서, 의학입문, 제중신편, 광제비급, 동의수세보원, 본초강목 등의 한약서 및 한약조제지침서를 근거로 하여 만든 모든 처방을 생약제제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미명 아래 서양의학적 또는 약리학적인 검토 대부분을 생략해버린 채 모든 한약처방을 생약제제라고 규정지은 것이다.


현재 한의사들은 한약제제라 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있는 반면 약사나 의사들은 생약제제를 쓴다고 하면서 제제화 된 모든 한약을 다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는 한약분쟁 때 약사들은 한약조제시험에 통과한 한약조제약사만 한약조제지침서에 의해 한약을 쓸 수 있도록 제한을 두었는데, 지금의 이 안은 모든 약사들에게 ‘생약제제’라는 이름으로 모든 한약을 다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고시안의 논리는 CT를 비롯한 각종 방사선기구나 검진도구에 대한 유권해석 때와 마찬가지로 ‘한의학적’이냐 ‘아니냐’는 논리로 한의사들의 활동을 제약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의협이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절 양방의사들의 주사기를 도구로 활용한 약침을 ‘한의학적’이라는 논리로 한의학의 치료행위로 인정받았던 기억이 있다. 의사와 약사들은 약침을 한의사들에게 내어준 이후 ‘서양의학적’이라는 법률적 의미로 한의사들의 의료행위를 침탈하고 있으며, ‘한의학적’이라는 굴레로 한의사들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


우리의 상대는 20만 명이 넘는 의사와 약사들이고, 이들의 대부분은 한의약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정치력을 갖고 있는 의사세력들 중 극히 일부만 한의약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양화된 의사와 약사들은 각각의 협회의 통제 아래에 있지 않다. 한쪽에서는 통합이라는 사탕으로 적진을 사분오열하도록 만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상대의 권리를 야금야금 훔쳐오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단체들의 현주소이다. 한의사들만 지나치게 순수한 자세로 통합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강연석 / 원광대 한의대 의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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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1 2010-12-23 20:54:54
한의사의 99프로는 그저 한의원에서 자신의 왕국 꾸미기에 바쁘지 이런 문제 관심 없음으로 보이는데 이보다 더 심한걸 당해도 한의계는 그다지 할말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2010-12-23 17:16:49
생약,한약,생약제제,한약제제 개념 이상한거 한의사들만 문제 삼은거 아닙니다. 이미 약계에서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익단체간 눈치만 보다가 바로잡지 못한 것 아닌가요? 이제라도 바로잡아봅시다.

식약청 2010-12-23 09:27:42
그 때 약사법 하위 규정 만들 때 마무리를 못한 것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업보지 지금 와서 뭘 뒤엎었는지 알려 주세요.

지석영 2010-12-22 22:29:40
원래부터 "의약품 등의 품목허가심사에 대한 규정"에 생약제제 등 그대로 나와있습니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수십년 된겁니다. 갑자기 이번에 문제가 되었다는 식이 아니구요..

의약품 등의 규정에서 생약,한약제제 부분만 따로 떼어 한약규격품 규정등과 결합하여 독립시킨 겁니다. 그냥 Copy & paste 한 법규입니다.
새로운 논란이 아닙니다.

의료통합 2010-12-22 11:18:20
시평이라면 추측이 아닌 정확한 내용과 상황을 파악하고 글을 쓰셔야 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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