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소외계층에 펼치는 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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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소외계층에 펼치는 인술
  • 승인 2010.12.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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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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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릴레이 인터뷰 38 | 윤성현 순천 들풀한의원장

늦깎이 한의사 된 사연…

“민주화를 외치던 80년대 시대상황은 저의 가치관이나 인생관도 변화시켰습니다. 사회적·역사적 관점에서 나의 존재를 바라보려 했고 당시 한국의 상황을 바꾸는데 동참하고자 학생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동신대 한의대 98학번으로 늦깎이 한의사 생활을 시작한 윤성현 원장(45). 사실 85학번으로 영문학을 전공했던 윤 원장은 한의사의 길로 들어선 이력도 남다르다.

80년대 시대상황에 따라 자연스레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그는 제대 후에도 졸업이나 직업을 찾는 일 보다는 여전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머물러 있었고, 결국 그는 노동운동을 결심하고 공장에 취업했다. 하지만 몸이 약했던 그에게 공장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고단하고 무리가 따랐다.

윤 원장은 “기계로 철사 뽑는 일을 하는데 어찌나 힘들고 아픈지 견뎌내지 못하겠더라고요, 게다가 주야맞교대라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며 당시를 회상하는듯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회운동도 중요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건강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게 더욱 절실했다.

“노동현장에서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뒤로는 앞으로 뭘 할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터라 내 몸도 돌보고 할 방편으로 찾은 게 한의사였습니다.”

연대모임 현장에서 만난 인연, 길벗

한의사가 된 이후에도 윤 원장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부터는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2006년 창립 이래 기륭전자, 발레오공조지회 등 비정규노동자들의 농성현장 및 용산참사현장, 쌍용자동차 파업 현장 등과 같은 장기투쟁사업장, 그리고 이주노동자들과 농민들의 삶의 현장 등에서 활동해왔다.  

“사실 모임에 가입하기 전부터 의료봉사를 위해 종종 연대모임 현장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용산참사, 쌍용자동차파업 등의 현장에서 진료하는 길벗 회원들을 알게 됐는데, 의료인으로서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에 먼저 다가가 그들의 고충을 어루만지고 인술을 실천하는 회원들을 보니 감동이었죠.”

윤 원장은 ‘길벗’과 같은 단체가 현장에서 진료를 보는 일은 아무래도 체계적이며 지속가능하기 때문에 소수의 몇 사람이 잠깐씩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길벗을 만나 뜻이 같은 회원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료인의 역할

‘선생님 덕분에 여러 곳에서 약이 오고 있어요, 배고파서 한약감기약으로 배를 채우고 있어요.’ 점거파업 중인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윤 원장에게 보낸 문자이다.

“천 년 전, 금나라 군대에 포위된 중원의 성에서 사람들이 과로와 기아로 병들어 가는 것을 본 동원 선생은 ‘내외상변혹론’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입을 것, 먹을 것도 없이 고립되어 있는 환자들에게 의사의 인술은 어떻게 베풀어져야 합니까? 저항과 투쟁의 현장에서는 의료인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윤 원장은 의료인이든 기술직 종사자든 사회 어느 곳에서든 그들을 필요로 하면 찾아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특히 의료인으로서 윤 원장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건강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는 꼭 의료인으로서가 아닌 사회 한 구성원으로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단다. 

“현장을 자주 찾고 싶지만 사실 물리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현재 운영하는 한의원을 두 명의 원장 체계로 바꿔 주 5일 근무를 하면 어떨까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렇게 하면 의료봉사 및 연대활동 등의 활동기회도 넓어질 테고 그만큼 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보다 더 많이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윤 원장은 한의사들도 시대와 사회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이들과 생각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다시 말해서 의료인도 사회의 분업화된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서로의 직업에 충실하다면, 한의사의 위상을 다지는 동시에 한의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은주 기자

 윤성현 원장의 칭찬릴레이 추천

삼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안내해주고 계시는 오춘상 오씨삼대한의원장님을 추천하고 싶다. 가업을 그대로 물려받기가 쉽지 않음에도 선친의 직업을 따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한의사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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