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천연물신약연구개발 촉진계획 공청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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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천연물신약연구개발 촉진계획 공청회’ 참관기
  • 승인 2010.12.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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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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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정부정책 미리 읽고 선도적 과제발굴 해야

한의계, 정부정책 미리 읽고 선도적 과제발굴 해야
용어 개념 설정 애매, 한의계 연구 참여 배제 인상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복지부가 주최한 ‘제3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 수립관련 공청회가 열렸다.〈사진〉
한의약을 기반으로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본초학 교수로서 정부정책에 대한 한의학계의 입장을 주장하기 위하여 공청회에 참석하였다. 공청회 참석 후 민족의학신문사 편집국장으로부터 원고부탁을 받고, 전문가 입장에서 바라본 한의약분야 치료제 개발의 시각을 적어 본다.

■ 천연물신약, 1000조원의 세계의약시장에 도전
최근 지식경제부의 R&D 전략기획단은 2010년도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중 ‘조기성과창출형 5대 미래산업선도기술사업’을 발표하였다. 그 중 글로벌 선도 ‘천연물신약’으로 2020년 10조원의 매출달성을 기대하고, 1000조원의 세계의약시장에 도전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조기성과창출형과제(대형선도과제) 신규지원 기획과제를 공고하여 사업단을 선발하고 있다.

이것은 2000년 ‘천연물신약개발촉진법’이 발효된 이후 복지부 등 7개 부처가 참여해 매 5개년마다 1차, 2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을 확정하고 여러 가지 연구사업을 추진해 온 것에 따른다. 특히 이번 공청회는 최근 지경부의 향후 글로벌 선도 천연물신약개발과 연계하여 중요한 방향추가 될 것으로 보여서 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공청회를 통해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과 관련, 범부처 R&D지원 5개년 계획이 수립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이형규 본부장이 공청회에서 밝힌 제3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 추진계획에 따른 비전과 목표는 글로벌 천연물신약산업 육성으로 미래신성장동력창출과 2020년 글로벌 천연물신약개발을 하는 것이며, 이에 따른 중점추진과제를 보면 만성·난치성·노인성 질환치료용 천연물신약개발, 글로벌 천연물신약 산업화지원, 글로벌 천연물신약 연구기반 구축, 관련제도 개정 및 정책적 지원 등의 사업이다.

■ 미래를 먼저 읽는 그룹이 정부정책 수행할 수 있어
공청회를 보면서 첫 번째 느낌은 우리나라 제약기업들과 약학대학 교수들은 천연물신약개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고, 한의학분야 교수들의 관심은 적다는 것이었다. 또한 토론자로 나온 각계 대표에 한의과대학 교수가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먼저 읽고 선도해가는 그룹이 정부정책에 반영돼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청회가 이뿐만 아니다. 수많은 공청회를 통하여 과제나 사업을 기획하여 정부정책에 반영해오고 있다. 그러나 여태까지 한의사들은 항상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대목으로 생각된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로는 의사들은 “한약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한약에는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 증거가 없다”고 하고, 약사들은 “한약의 성분에 대한 규명과 효능연구는 약학대학에서 주로 연구해왔다”고 한다.

아직도 이와 같은 한약에 대한 의학계 현실을 외면하고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일부 한의사들은 한약은 전통적으로 치료해온 증거를 가지고 있고 한의학적으로 우수한 효과들이 있다고만 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한의대 교수들 중에는 아직까지 우수한 한의약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힐 실험모델이 없어서 신약개발연구를 할 수 없으며, 한약을 화장품이나 식품쯤으로 생각하여 한의약산업의 육성책으로 한약을 이용한 기능성식품이나 화장품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교수들을 볼 때면 전체 한의사들의 수준을 비과학적인 사람으로 비하할 것 같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있다.

오늘 이 글은 누구의 잘못을 탓하려는 것보다는 한의약연구에 대한 연구자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고, 아직 접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하여 경외심과 불신을 가지고서 한의약연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말고, 한의약의 과학화를 위하여 성분연구든, 천연물신약이든 한약을 이용한 한의약육성책을 빨리 발굴하여 정부정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지경부의 천연물신약개발 프로젝트의 개요를 보면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전통의약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해 첨단과학으로 재해석하는 천연물신약개발을 조기성과창출형과제로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한의학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먼저 선도적으로 과제를 발굴하여 정부정책을 요구하지 않은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한의약 육성발전을 위하여 향후 발전 가능한 분야를 발굴하여 선도적으로 기획하고 정부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전 한의학계가 힘을 합쳐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천연물신약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한의학계의 역할은?
공청회에서 느낀 두 번째 느낌은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의 애매한 부분이었다. 천연물은 생약이나 한약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고(물론 ‘생약은 서양의학적인 성분으로 효능을 설명하는 것이고, 한약은 한의학적인 원리로 효능을 설명하는 것이다’는 원론적인 개념을 제외하고), 신약은 새로운 약이라는 것인데, 천연물신약이라 하여 생약제제와 한약제제와는 또 다른 개념으로 천연물의 분획 또는 성분을 이용하여 신약을 개발하는 천연물신약개발촉진을 설정해 한의학계의 연구자들이 참여하기 힘들게 한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한의사들은 한약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성분에 대한 것에는 경외시하는 경향이 있어 성분에 대한 연구는 약학대학에서 주로 연구한다는 것에 묵시적인 동의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단일성분에 대한 연구는 천연물신약에서 연구할 것이 아니라 신약 또는 합성신약분야에서 연구하는 것이 적합하므로 분리해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천연물신약에서는 복합물질로서 효능에 따른 연구개발을 하고, 여기에서 도출할 수 있는 단일성분에 대한 좋은 효능결과에 대한 것은 신약분야에서 연구개발하는 것으로 용어의 개념을 설정하면 천연물신약개발에 한의학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게 자리매김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한의과대학 교수로서 공청회에 참석한 책임감으로 두 가지 제안을 하였다. 첫째는 천연물신약개발에 한의학의 효능에 대한 전문가인 한의학계 연구자들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한의약에 대한 기술특허는 개발자가 그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원기술개발자가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기업만이 주도적으로 천연물신약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 이외에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대학교수도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 한의협·학계 힘 모아 적극적인 전략과 정책 발굴해야
끝으로 5년 전에 암정복 2단계 10년 계획을 기획하기 위해 의과대학 교수 세 분과 함께 기획과제에 참여한 때가 생각난다. 우연한 기회에 2단계 암정복사업기획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의학분야에서의 역할은 없을까?’라고 생각해 과제기획에 늦게 참여하게 되었다.

그 당시 암정복사업 연구비가 1년에 약 500억이 책정돼 있었다. 그 중에 10%에 해당하는 50억의 연구비를 한의학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을 하였고, 그렇게 과제를 기획하고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일산 국립암센터 회의실에서 공청회가 열렸는데, 그 당시 한의학계에서 암을 연구한다는 교수들이 몰려와서 절대로 암정복과제에 한의학계가 참여하면 안된다는 논리로 입에 거품을 물고 항의하는 것을 보고 당황해 아무런 답변을 못하고 의대교수의 발표에 힘없이 꽁무니를 내린 아픈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그렇게 반대하던 교수들은 왜 그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추후 들리는 소리로는 복지부의 높은 분과 연결이 되어 ‘한의학적 암치료와 관련하여 더 큰 과제를 받을 수 있는데 왜 10%로 참여하려고 하느냐’고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때 그분들은 한의학계가 함께 연구할 암정복을 위한 한의학과제를 발굴하는 노력을 했는지, 왜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암정복 한방과제는 기획하지 못하였는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현재의 한의학계는 연구인력이 턱없이 적어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탓할 여력이 없다. 누구든지 힘을 합쳐서 한의약연구를 위한 과제를 기획해 정부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의학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전국 한의과대학교수, 대한한의사협회 등의 적극적인 전략과 정책 발굴을 기대해본다.

박 용 기 동국대 한의대 본초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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