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우리과학] 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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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과학] 구들
  • 승인 2003.04.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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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전하는 선조들의 지혜.
구들장이 꺼지면 건강도 깨진다.

추운 겨울,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지루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어린이들이 방 안에서 이리저리 쿵쿵대며 뛰어다니면 어른들은 "구들장 꺼진다"며, 아이들을 호통치곤 했다.

구들은 '구운 돌'이란 뜻의 순 우리말로 전통 온돌방의 주재료로 쓰인 넓적한 돌을 말한다.

전기보온밥통이 나오기 전 온돌방의 따끈따근한 아랫목에 밥을 퍼서 묻어두면 보온밥통의 역할을 톡톡히 해 냈으며, 따끈한 구들장을 지고 누우면 근육통 신경통으로 고생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통증도 어느새 삭아 들었다.

젊은 층에서는 이름마저 생소한 이 '구들'은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서구문물의 도입은 우리의 생활문화를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꾸었고, 난방방식도 방바닥은 따뜻하고 윗 공기는 찬 온돌방에서 바닥은 차고 윗 공기만 따뜻한 환경으로 변모돼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사는 형편이다.

우리 나라에서 구들이 없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뭐니해도 연탄의 사용이다. 한국전쟁으로 온 산이 민둥산이 되자 국가가 벌목 채취를 금지하게 되었고, 전통 구들난방에 접목된 연탄은 인체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생명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화기가 아닌 뜨거운 물로 난방하는 서양의 온수난방 방식이다.

그러나 구들 연구가들은 이를 두고 '멍텅구리 구들'이라고 혹평한다. 방바닥 전체에 퍼지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옛 구들이나 온수 구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황토 대신에 시멘트를 깔아버린 구들방은 자연의 氣를 차단해 땅에서 솟아 나오는 자기력을 막아버리기 때문에 그 바닥 위에서 잠을 자면 사람이 시름시름 병들어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물과 구들은 열 전달과 열 축척에 있어 비교가 안된다. 원래 열 축척은 비중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론상 구들은 물에 비해 3배 이상의 열 축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 구들은 상당한 수준의 열 관리 지식이 배어 있다.

즉 연기를 잘 배출하고 구들을 골고루 데우기 위해서 바람과 기후조건을 잘 따져서 아궁이와 굴뚝을 배치했다. 그리고 아랫목은 낮게 윗목은 높게 구들장을 놓고, 아랫목은 두껍게 흙을 바르고 윗목엔 얇게 발라 열전도율의 균형을 맞추었다.

구들은 난방 효과온도가 높다. 이는 인체가 구들 표면에서 방사열을 받을 때, 인체가 느끼는 온도가 실제 온도보다 높기 때문이다. 또한 윗목과 아랫목이 구분되기 때문에 머리는 차가운 쪽에 두고, 발은 따뜻한 쪽에 두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었다.

물론 과열되거나 불이 날 염려도 전혀 없다. 게다가 실내에서 재나 먼지 등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위생적이었다.

침대나 소파를 두고 입식생활을 하는 경우 먼지나 진드기에 감염돼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그러나 장판과 구들을 사용하면 먼지 제거가 쉽고, 구들이 열을 고루 발산해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침대나 카페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알레르기 질환이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한편 우리 나라 최고의 구들방으로 알려진 지리산 반야봉 남쪽에 위치한 칠불암 아(亞)자방은 불을 한 번 지피면 45일간 뜨겁고, 따스한 온기는 무려 백 일이나 간다는 불가사의한 구들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구들의 뛰어난 과학성은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에 'Ondol'이라는 단어가 등록돼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난방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관심 있는 학자 중에는 과거의 구들난방방식을 현대적으로 고안한 심야전기 축열식 전자겹구들을 발명하기도 했다. 이는 에너지원인 장작을 전기로 대체하고, 굴뚝과 아궁이를 밀폐해 열효율을 극대화시킨 방식이다.

구들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학회까지 창립돼 슬기로운 과학기술의 산실인 구들을 널리 보급하고 세계화하는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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