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염을 둘러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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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염을 둘러싼 오해
  • 승인 2010.11.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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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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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적 진단 ‘확진’ 아니다
나도균 칼럼- 맹장염을 둘러싼 오해 

얼마 전 한의사들의 식사모임에서 충수돌기염(맹장염)을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가가 화두에 올랐다. 예전 어느 원로교수께서도 100명 가까운 충수돌기염 환자를 한약으로 완치시켰다고 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충수돌기염을 한약으로 치료했다’고 하는 한의사들의 ‘충수돌기염이라는 근거’는 ‘의사의 임상적 진단’이다.

하지만 충수돌기염 진단이 ‘확진’은 아니고, 충수돌기염의 확진은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조직검사를 하지 않은 충수돌기염이란,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질환이었을 뿐이다. 대개 1/3에서 1/2 이상이 충수돌기염으로 진단하고 수술했는데 충수돌기염이 아닌 경우다.

서양의학적으로 충수돌기염은 급성질환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질병이다. 만성 충수돌기염이라는 말도 흔히 하는데, 이것은 만성적으로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학술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충수돌기염은 아니다.

일단 충수돌기염의 50% 정도는 기본적인 패턴을 밟는데, 첫날에 체한 것처럼 윗배가 아프다가, 이튿날에 장염처럼 배 전체 또는 배꼽 주변으로 아프다가, 사흘째에는 오른쪽 아랫배, 맥버니씨 부위가 아프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것이므로 이런 환자는 놓치면 절대 안된다.

임상적 진단 ‘확진’ 아니다
치료법 선택 환자입장에서


나머지 50% 정도는 상당히 비전형적인 경과를 밟기 때문에 의사들도 오진이 무지하게 많은 것이 충수돌기염이다. 때문에 진단 적중률이 90%인 의사를 꼭 좋은 의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충수돌기염의 적중률이 90%인 의사는 너무 신중하여 진짜 확실한 것만 수술했다는 것이어서, 나머지 놓친 환자 중에서 진짜 맹장염 환자는 상당히 고생했을 것이다. 즉 충수돌기염에 있어 진단의 적중률은 70% 정도가 의사의 기술의 숙련도와 양심과 적절한 운용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내과의사와 외과의사 사이에 종종 분쟁이 일어난다. 배가 아파서 온 환자를 적절한 시기에 외과로 보내주어야 하는데, 그 적절한 시기에 대해 견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충수돌기염을 항생제로 치료했다고 해서 내과의사를 칭송하지는 않는다.

염증 초기에 적절한 한약 치료로 염증이 소실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실제로 사례를 경험하기도 한다. 만성염증인 경우는 수술과 항생제로 되지 않아 한약으로 치료한 경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급성염증이 진행된 경우는 종기가 익어서 국한(localizing)되고 결과적으로 배농되어야 낫는데, 뱃속에 들어 있는 종기에서 배농된 고름이 어디로 갈 것인가?

질병 치료에서 약과 수술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길인지에 대해 치료자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나도균/ 나도균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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