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제제 보험급여화 논의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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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제제 보험급여화 논의 ‘제자리’
  • 승인 2010.10.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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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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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40대 집행부 정책과제 주력
한약제제 보험급여화 논의 ‘제자리’
한의협 40대 집행부 정책과제 주력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보험제제의 전면 보험급여화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난 39대 집행부에서부터 의제가 된데다 이번 40대 집행부에서는 정책과제의 하나로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올해 초까지 이와 관련한 TF가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내에 꾸러졌다. 한약제제 보험급여화 확대를 안건으로 한 ‘한의약제도및건강보험개선TF’는 몇 차례 회의를 거쳤으나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서는 약사회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용신 한의협 기획이사는 본지 칼럼을 통해 “약사회 반발에 부딪쳐 한발도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 약사회는 약국도 같이 보험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협회는 이 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의약분업을 한의계가 받아들여 추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우려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즉 대승적 차원에서 약국의 보험 참여를 받아들여 한약제제를 전면 보험급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이사의 지적에서도 나와 있듯, 이는 결국 전면 의약분업으로 가는 단계라는 점에서 의약분업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한의계 내부에서는 이를 표면적으로 언급하기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첩약 의약분업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 한의협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협회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지만 “일부 이사들의 경우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치 금지어처럼 돼있던 의약분업이 이제는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 형상이다.

한약제제 전면 보험급여화를 안건으로 논의했던 ‘한의약제도및건강보험개선TF’에 대해 송재찬 한의약정책과 과장은 “한의협, 한약사회, 약사회 및 소비자단체 등 여러 유관 단체들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 세 단체가 가장 첨예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며 “회의를 통해 나온 지금까지의 결론은 약사회는 의약분업 전제로 하자는 쪽이었고 한약사회는 같은 입장이었다. 한의협은 의약분업과 한약제제 보험급여화는 별개의 안건이라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 TF는 한의협 40대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공식적인 회의가 중단된 상태인 것이다. 다만 송 과장은 “각 단체들의 입장에 대해 개별적으로 접촉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혀 논의가 중단된 상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약사회 “의약분업 전제 유연한 입장”
한의계 첩약 의약분업까지 확산 경계
정책자 약사회와 충분히 협의할 필요

TF에 참여하고 있는 약사회의 입장은 한의계에 알려진 것처럼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 보험급여화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신광식 약사회 보험이사는 “의약분업은 여러 조건들을 가지고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강제수단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며 “약사회의 입장은 어떤 형태를 고수하기보다는 현재 상태에서 상호적이고 합리적이며 순리적으로 되고 있다면 융통성 있게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방식대로 추진된다면 보험 된 후 기존에 한약제제를 사용하던 약국에서는 보험급여화된 한의원의 제제와 형평성에 맞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력한 반대 이유로 꼽았다.

신 이사는 복지부에서 중재안을 들고 나올 경우 이에 대해 검토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유연한 입장”이라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다만 그는 “일부만 보험급여화된 현재 상태가 한의협에서 불편하다는 것인데 처음부터 그렇게 돼있던 것이었다”며 “현재 상태로 유지되는 것도 우리는 나쁘지 않다”며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비쳤다.

이쪽 사정에 밝은 것으로 알려진 A학회 회장은 “주변 약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약사들이 임의로 처방하기 자유로운 한약제제를 팔면서 얻는 수익이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본인들이 불리한 쪽으로 협상할 리는 만무하다”며 약사회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약제제 시장이 발전하게 된 데는 약국의 처방 사용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 한의계는 그동안 한약제제 시장을 외면하고 처방율도 상당히 떨어진다. 한약제제시장은 결국 약국 위주로 발전한 상황인데 여기서 한의사들이 힘을 발휘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약제제 시장이 의약분업이 된다 하더라도 처방료·진찰료 등을 통해 한의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는 않을 거다. 이득을 얻으려면 양의사처럼 하루 당 50~60명 이상을 처방내야 한다는 얘긴데 그렇게 되지는 쉽지 않다”며 “기존 10종 처방서에 수재된 처방 외 임의처방된 다양한 제형의 한약제제까지 보험급여화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제약회사의 GMP 시설을 통해 안전한 한약제제들을 한의사가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한약제제 의약분업은 오히려 한의사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한의협에서도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의견을 내지 않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공론화되는 곳도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김용호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을 초청해 한약제제 전면 보험급여화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다. 김용호 국장은 “약사회가 극렬히 반대한다면 한의계 전체 이익과 더 많은 약을 골고루 사용하면서 한의계 파이를 크게 하기 위해서 약사회 측이 원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협의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광 부산한의사회 회장도 “의약분업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 한의사들은 보험약제를 사용해 수가를 높이는 것을 환영할 거다. 약을 꼭 쥐고 있다고 해서 그 수익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환자가 편리하게 한약제제를 처방받게 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이 사안에 대해 한의계가 공론화한 적이 없다. 어떤 의견이든 공청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지역 여론을 환기시켜 서로 간의 입장을 좁혀 나가고, 또 설문조사와 같은 여론 수렴의 장치를 통해 한의계 컨센서스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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