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수급조절제도 존폐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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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수급조절제도 존폐 논쟁 재점화
  • 승인 2010.09.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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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일 기자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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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 단체들 복지부 상대 행정소송 제기
한약재수급조절제도 존폐 논쟁 재점화
약재 단체들 복지부 상대 행정소송 제기 

한약재수급조절제도 존폐에 관한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약재수급조절위원회 위원들도 입장이 갈린다. 유통단체 위원 중 일부는 제도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폐지하고 수입을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생산자 단체에서는 국산 한약재 및 농가 보호를 위해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급조절제도 논란은 최근에 불거진 것은 아니다. 수입량이 정해기 전에 수입업자들이 미리 약재를 대기시켜 놓은 뒤 가격이 오를 때까지 수입량 합의를 미루다가 합의와 동시에 물건을 판매해 이익을 챙기거나, 국산 농가의 약재를 매점매석한 뒤 합의를 하지 않아 가격이 오른 뒤에 되파는 등 폐해가 많았다고 한다. 수입이 되지 않는 동안에는 식품으로 약재를 들여와 판매하는 일까지 벌어져 약재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힘들었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때마다 수급조절제도 존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한국한약제약협회, 한국한약협회, 한국한약도매협회, 서울약령시협회 등 4 단체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수급조절제도 품목을 폐지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류경연 한국한약제약협회장은 “수급조절제도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식품의 의약품 전용 등 불법 한약재를 유통시키는 통로로 전락했다”며 “수급조절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류경연 회장은 또한 “수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매점매석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국산 한약재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수급조절제도가 중간상인들 배만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급조절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잦아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김정렬 한의유통 회장은 “수급조절제도가 악용되는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제도 자체를 없애기보다 문제점을 해결하는 편이 더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정렬 회장은 이어 “한약재 수입량을 배정하는 방식을 단체에 일임하지 말고 국산 한약재를 수매한 비율만큼 수입량을 배정한다면 농가 보호와 수입량 조절이라는 취지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악용 사례 많아 vs 제도 개선 운영해야
국산 한약재‧ 농가 보호 취지 모두 인정


생산자 단체 쪽 위원들은 수급조절제도의 부작용을 인정하지만 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송화 농협중앙회 차장은 “수급조절제도의 취지는 유통단체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도 제도 자체보다 부작용을 제도 폐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약재와 농가 보호라는 취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송화 차장은 또한 “한중FTA가 체결되면 수급조절제도가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한중FTA 체결시 수급조절제도가 하나의 방패막이 될 수도 있는데 우리 스스로 없애는 것도 손해”라고 주장했다.

생산자 단체 쪽의 입장은 대체로 제도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데 중점을 두었다. 최동진 한국생약협회 부회장은 “유통단체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이 과거에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매점매석 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지부를 통해 수시로 가격 동향을 파악하고 가격이 급증하는 품목들은 곧바로 수입을 허락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동진 부회장은 또한 “수급조절제도를 폐지하면 국내 생산약재는 판로가 사라진다”며 “자국 약재가 사라지면 수입약재들의 가격은 더욱 올라 결국 손해”라고 말했다. 국내 한약재 생산 농가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약재주권을 확립하는 데도 필요한 제도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유통과 생산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관계 당국에서는 이렇다 할 중재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류경연 회장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정부 당국이 역할을 소홀히 했다”며 “관리만 철저했더라도 제도 폐지를 주장하거나 소송까지 제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 유통단체, 정부 모두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문제점도 인식했다. 제도를 개선해 문제점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굳이 폐지를 하지 않아도 모든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수급조절위원회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며 정부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박상표 전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은 “수급조절제도가 유지되는 것으로도 일단 국산 한약재와 농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폐지한다면 국내 농가 보호의 방패막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참조>

박상표 전 과장은 또한 “식품을 약품으로 전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관세청과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수입업체들이 물량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는 불만에 대해서도 “국내 수요량에 비해 부족한 양만큼 상시수입을 하도록 정책 당국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해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려는 것과 같다. 집은 남기고 해충을 제거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게 중론이다.

백상일 기자

박스기사- 수급조절위원회 복지부 이관, 위원 수 조정

한약재수급조절위원회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됐다. 위원 수도 17명에서 14명으로 줄어들었다. 위원이 17명일 때는 유통단체 9명, 생산단체 4명, 정부측 4명으로 구성됐으나 14명으로 변경된 뒤에는 유통단체 4명, 생산단체 4명, 정부 4명, 전문위원 2명이 됐다. 상대적으로 생산단체나 정부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동안 위원회 운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많다. 복지부 담당자는 “인원이 많아 위원회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왔다”며 “인원을 줄여 효과적으로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낙온 대한한의사협회 전 약무이사는 “생산단체, 유통단체, 정부가 위원으로 구성된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성낙온 전 한의협 이사는 또한 “민간단체가 위원회를 주관하다 보니 단체 이익을 우선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복지부로 위원회가 이관돼 책임 있는 운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방섭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장도 “수급조절위원회에 참여할 당시에도 복지부에서 위원회를 주관하는 것이 좋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며 “운영이 민간에 있다 보니 각자 입장만 내세워 위원회 기능과 역할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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