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대칭화시대, 전략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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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대칭화시대, 전략 준비하라
  • 승인 2010.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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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왕

김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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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지식 공유…바람 공급 주력해야
시평- 지식 대칭화시대, 전략 준비하라 

침뜸 시술의 권한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의계 내부에서는 침뜸이 당연히 ‘우리 것’이라 하겠지만 이 싸움에는 엄연히 상대방이 있다. 그들 역시 침뜸이 자기네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결론을 내야할까? 의료는 서비스다. 당연히 고객을 중심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헌데, 여기서도 문제다. 양측이 모두 ‘국민건강’을 위해 자신들이 침뜸을 시술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침뜸 시술의 위험성, 위험 질환 배제(룰아웃) 능력의 중요성, 한의계의 충분한 서비스 공급능력 등을 내세우며 자신을 변호한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양의학계가 우리를 공격할 때도 동일하게 사용하였던 것이다. 생약 투여의 위험성이 검증되었나? 한의사가 유관 질병을 얼마나 잘 배제할 수 있나? 등등. 과거 한의계는 침뜸이 매우 안전하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침뜸이 한의계 의료분쟁의 30%를 넘는다고 말한다. 양의계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전략까지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오늘날 각종 직업단체끼리의 분쟁은 흔히 ‘밥그릇 싸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이런 평가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런 이기심이 지금의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 아닌가 한다. 자본주의를 다른 말로 하면 ‘합리적 이기주의’라 할 수 있다고 한다. 근현대를 거쳐오며 욕망을 중재할 합리적 장치가 정교화됨에 따라 이런 자본주의의 원리는 큰 힘을 떨쳐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배경에서 현대의 자본권력이 탄생하였지만 자본권력만큼이나 힘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 지식권력인 것 같다.

의료계 소비자 이득‧ 편의 고려 안해
전문지식 공유…바람 공급 주력해야


이 둘은 서로 같은 편에 서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 대립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계다. 의사 단체는 거대자본이 자신들을 옥죄는 것을 애써 거부하며 소수 의사들에게 이득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있다. 이런 활동에서 사실 소비자의 이득이나 편의는 안중에 없다. 사실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려면 눈 앞이 캄캄할 뿐이다. 이 하나 때우려 해도 어딜 가면 얼마나 안 아프게 하는지, 얼마나 싸게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왜 의료계는 이 모양인가? 자본권력을 견제하는 지식권력의 횡포는 아닐까?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지식의 비대칭성이 클 수밖에 없는 의료 서비스를 사이에 두고 지식권력은 큰 특권을 누려왔다. ‘전문지식’은 의료인을 비의료인과 구별해 주는 든든한 방패였다. 이런 전략은 특히 미국과 같은, 대다수 우중(愚衆) 위에 소수 지식계층이 군림하는 사회에서는 그나마 잘 작동할 수 있겠지만 ‘나도 너만큼 머리 좋아’ 하고 덤벼드는 사람이 수두룩한 우리 사회에서는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이제는 의료지식 역시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비대칭성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전문지식을 무기로 특권을 누릴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그들의 원하는 것을 가장 편하게 공급하는데 주력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이제마 선생 말씀대로 “집집마다 의학을 알고 사람마다 질병을 이해(家家知醫, 人人知病)”하는 사회에서도 그들의 의료수요를 척척 맞춰줄, 그런 의료인의 모습을 꿈 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의사들에게는 민간의료 단체와 다름없는 논리를 펴면서 비의료인들에게는 의사들의 전략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데서 벗어나 지식 대칭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김기왕/ 부산대 한의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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