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45] 東茶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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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45] 東茶頌
  • 승인 2003.04.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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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露水에 우려낸 東國茶香

그림설명-『동다송』

우리나라 전통 茶道의 중흥조로 추앙받는 草衣禪師는 속성이 張, 法名이 意恂(1786~ 1865)으로 전남 무안 땅에서 태어났다. 그는 16세에 入山 출가하여 당대 최고의 석학이자 명사인 茶山 丁若鏞, 秋史 金正喜와 교분을 나누었으며 종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의를 나눔으로써 당시 세인들의 師表가 되었다. 그는 또 다예의 이론과 실제를 생활화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 茶藝의 꽃을 피웠을 뿐만 아니라 『四辨漫語』, 『草衣集』, 『一枝庵文集』 등을 남겨 학문과 예술 등 다방면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책은 正祖의 駙馬인 海居道人 洪顯周의 부탁을 받고 저술한 것으로 첫 머리에 ‘東茶頌承海道人命作 草衣沙門意恂’이라고 밝혀져 있다. 그는 禪과 茶를 하나로 생각하여 法喜禪悅食해야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茶禪一味 사상은 삼국시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 다예의 극치를 이룬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차를 즐겨 음용해 왔으며 고려인들은 찻물을 약처럼 여긴다는 말이 徐兢의 『高麗圖經』에 전할 정도였다. 이 책과 자매편으로 草衣가 쓴 『茶神傳』(1830년)이 전하는데 중국의 茶法을 抄出하여 적은 것으로 이 책보다 앞서 지은 것으로 여겨진다.

여러 말 필요 없이 그가 예찬하는 東國茶의 품질을 논해 보기로 하자. “우리 나라에서 나는 차는 그 근본이 한 가지로 色香氣味가 모두 한결같이 뛰어나다……. 東茶記(丁茶山이 지었다고 전해짐)에서 말하기를 어떤 사람은 우리 동국산 차가 남방의 越産茶만 못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차의 빛깔과 향기와 약 기운이나 맛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또 陸安지방의 茶는 맛이 좋고 蒙山의 茶는 약효가 뛰어나 옛 사람들이 으뜸으로 여겼으나 우리 東茶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겸하고 있다"라고 하여 동국차의 우수한 효능을 피력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차의 명산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지리산 花開洞에 차나무가 여기저기 40~ 50리나 번성했으니 나라 안에서 가장 넒은 차밭인 듯하다. 茶經에 이르기를 바위틈에서 자란 것이 으뜸이요, 자갈 섞인 흙에서 자란 것이 그 다음이라 하였으며 谷中에서 나는 차가 상품이라 하였다. 화개동의 차밭은 골짜기에 위치한데다 돌자갈이 섞여 있다"라고 하여 지리산 일대가 차 재배의 적지임을 알 수 있다.

또 법도에 맞게 만들어지지 못한 차에 대해서는 “천하에 좋은 차를 속된 솜씨로 망치는 것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차를 따는 시기로 『다경』에서 穀雨 전후라고 말한 것은 토산차에 적합하지 않고 立夏 뒤가 적당하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저자의 오랜 경험에 의한 주장이다.

그리고 “차를 딸 때에는 그 묘를 다하고, 만들 때 정성을 다하고, 참으로 좋은 물을 얻어서 中正을 잃지 않게 달여야 體와 神이 더불어 조화를 이루고 서로 화합하여 차도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하였다. 여기서 體란 물을 말하고 神이란 차를 가리키므로 차는 물의 정신이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좋은 물이 아니면 차의 정신을 나타낼 수 없고 좋은 차가 아니면 체가 되는 물에서 좋은 차 맛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그가 완당 김정희와 교류한 서신이 많이 남아 있는데 특히 『瀛海朶雲帖』에는 완당이 초의에게 보낸 편지 10통이 실려 있다. 瀛海는 제주도이고 朶雲은 편지를 뜻한다. 그는 유배 중에도 매년 초의에게 햇 차 맛을 보게 해달라고 애걸하였으며 그가 찾아와 주기를 애타게 갈망하였다. 그중 하나에는 “병중의 枕席에서 연달아 스님의 글월을 맞이하니 이것은 바로 실낱같던 생명을 이어주는 영험한 부적이요, 이마를 적셔주는 甘露水인들 이보다 낫다 하겠습니까? 보내준 차는 병든 위를 쾌히 낫게 해주니 감사함이 뼈에 사무치도록 절실한데 ……"라며 초의의 소식과 차를 간청하고 있다.

이 책은 東茶의 우수성을 학문적으로 究明한 유일한 茶書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토산 차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배어 나오는 勞作이다. 많지 않은 분량이니 맑은 차 한잔을 같이하여 잠시나마 茶禪三昧境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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