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38] 鍼灸大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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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38] 鍼灸大成
  • 승인 2003.04.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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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뜸, 약 어느 것 한 가지라도

그림설명-청대 목판본과 행림서원본 『침구대성』

명대 침구학을 집대성하여 종합 정리해낸 책으로 楊繼洲(1522~1620)가 짓고 근賢이 교정한 후 1601년에 처음 간행되었다. 저자는 지금의 중국 절강성 지역인 三衢 사람으로 그는 대대로 의원한 집안에서 태어나 태의를 지낸 조부를 이어 그 역시 태의원에 근무하였다. 이 책보다 앞서 양씨 집안의 家傳 비법을 담아서 지은 『衛生鍼灸玄機秘要』를 토대로 여러 종류의 문헌을 참고하고 양씨 자신의 견해를 첨부하여 만든 이 책은 모두 10권으로 꾸며져 있다.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면 이 책이 요모조모로 얼마나 짜임새 있게 엮어져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먼저 권1의 鍼道源流는 內·難·銅人으로부터 시작하는 침법의 원류와 이 책에 이르기까지의 嫡統을 밝혀 놓았다. 이것은 대체로 『鍼灸聚英』과 『素難要旨』에서 따온 것들이지만 후대 침구학술사 연구에 기초를 제공해준 가치 있는 부분이다. 권2와 3은 침뜸에 관한 歌賦로 역대 전해 내려온 가부 중 30여조를 수집 정리하여 학습에 편리하도록 하였다. 이 중 標幽賦, 金鍼賦, 通玄指要賦 등에는 주해가 곁들여져 있다. 권4에는 역대 의학자들의 침자보사법을 논했는데 內·難과 『神應經』에 나타나는 보사법과 燒山火, 透天凉 등의 자침기법을 수록하였다. 권5에서는 十二經井穴, 五兪穴, 子午流注, 靈龜八法, 飛騰八法 등 시간에 따라 선혈을 달리하는 취혈법을 논하였다.

권6, 7에서는 장상학설과 14경의 순행유주, 수혈의 부위, 자침의 깊이를 고증하였다. 또 奇經八脈, 경외기혈, 15경맥과 治病要穴 등을 논술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은 『침구대성』의 주요 부분으로 양씨의 학술과 임상경험이 반영된 곳이다. 이어 권8은 전문분과별 각종 질병의 치료를 다루었고 권9는 역대 의가들의 각종 침구치료법과 艾灸보사, 뜸치료 후의 조섭방법 등을 논하였으며, 부록으로 醫案을 기록하여 양씨 자신의 임상경험을 담아놓았다. 특히 그는 이론을 바탕으로 임상경험을 논술하였으며 성공한 예와 효과를 보지 못한 예를 함께 실어 誤治와 우수사례를 비교해 귀감으로 삼게 하는 실증적 태도를 보였다.

끝으로 권10에서는 각종 진단방법을 논하였는데 이곳에 陳氏(失名)의 『小兒按摩經』을 수록하였다. 그 내용은 소아병증의 진단과 치료, 안마의 적응증에 관해 상세히 논한 것으로 이것은 소아추나를 발전시키고 보급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 후대에 원본을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자료를 보존시켜 준 것 역시 소아보건에 크게 공헌한 점이다.

이 책은 명나라 이전의 침뜸에 관한 학술경험과 지식을 총결하고 있기 때문에 임상과 연구 측면에서 모두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의학입문』과 함께 명대 의학의 대표저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의학일반을 대상으로 쓴 『입문』에 비해 침구분야만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집필된 『의학입문』이 『동의보감』에 주요 참고서로 인용된 반면 이 책은 전혀 사용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 책이 조선에 소개된 것은 그보다 다소 늦은 시기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특히 의학의 역사적 계통성을 밝히고 源流와 전통의 계승을 제시한 점은 조선 의가의 취향에 맞아떨어져 비교적 널리 읽혀졌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에서 이 책을 간행했다는 명문은 없고 다만 필사본이 다수 전해질 뿐이다. 근대한의학 교육에 교재 역할을 한 이후 행림서원에서 우리말로 懸吐하고 교정하여 발행한 것이 있고 뒤에 이것을 기초로 국역 주해한 책이 『鍼道原流重磨』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어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침, 뜸, 약은 의사들이 한 가지라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던 소중한 가르침이 들어있는 책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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