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학의 꿈은 접어야 하는가?
상태바
신의학의 꿈은 접어야 하는가?
  • 승인 2010.06.25 09:56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왕

김기왕

contributor@http://


동서신의학병원 명칭 변경… 최원철 교수 병원 떠나
신의학의 꿈은 접어야 하는가? 

동서신의학병원-경희대학교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새 병원의 이름이다. 이름과 달리 서의(西醫) 쪽이 중심인 병원이라 이름과 실제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름 자체가 주는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의사들이 곧바로 들고 일어났다. 의학은 하나이고, 현대의학 이외 다른 의학은 있을 수 없다며 이 명칭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였다.

그러나 이런 모든 논란을 뒤로 한 채 동서신의학병원은 첫발을 내딛었고, 동서 의료진의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애썼던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게 평가하겠지만, 동서신의학병원이 보여줬던 혁신의 노력 가운데 가장 빛나는 것은 최원철 교수의 암 치료였다. 나는 몇년 전 그 성과에 대한 발표를 들으며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동안 암으로 고통 받고 죽어간 사람이 얼마인가. 그리고 그 앞에서 인간의 노력은 얼마나 헛되이 무너져 내리곤 했는가. 그런데 드디어 암과 싸워 전과를 올린 분이 나타났구나….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동서신의학병원이 이름을 바꾼다고 한다. 통합암센터도 둘로 쪼개지고 최원철 교수도 병원을 떠난다고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말이 되는가? 암 치료제를 개발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것 필요없으니 병원을 나가달라?

지인을 통해 들은 단편적인 이야기에 따르면, 치료제 넥시아에 대한 권리가 모두 최원철 교수 소유로 돼있고 이를 양보할 것을 경희대 재단 측이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찰이 생겨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넥시아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 연간 몇 백억 원쯤 된다고 치자. 그게 과연 암 치료에 신기원을 마련했다는 역사적 영예에 비해 얼마의 가치가 있는 돈일까.

동서신의학병원 명칭 변경… 최원철 교수 병원 떠나
암 치료제 넥시아 관련 소유권 놓고 재단 측과 마찰
정치가 과학 기술 재단… 한의계에 재등장한 것인가


20세기 말 엔도스타틴・안지오스타틴으로 암 환자들에게 엄청난 기대를 안겨주었다가 이어진 임상시험에서 큰 실망을 남겼던 주다 포크만 박사는 숨을 거둘 때까지 하버드 의대를 지킬 수 있었다. 우리의 사례와는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일이다. 도무지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순진하게 속고만 있던 것일까? 환우회의 환자들, 통합암센터의 동료들, 그들의 행동과 증언, 그리고 내가 직접 경험했던 놀라운 효과들까지…?

나는, 국내외에 회자되고 있는 통합의학, 중서결합의학, 제3의학, 신의학… 이런 종류의 ‘혼합된 의학’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은 한의학으로서 발전시키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 ‘동서신의학’이란 표현에도 그다지 실질적 내용이 담겨있다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의학을 표방했던 경희대학교의 취지에는 분명 지금까지의 의학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원대한 희망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취지를 살려나가지는 못하고 단지 환자들이 병원 명칭을 듣고 한방병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으니 ‘동’자를 빼버리자는 식의 대응을 하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나는 지금 동서신의학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해결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던 애로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바깥으로 들리는 소식만으로 판단할 때 작금의 사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김봉한, 황우석, 그리고 최근 광우병 사태에 연루되었던 여러 학자들…. 이들은 모두 과학과 기술이 어떻게 정치에 의해 재단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기가 막힌 예였다. 너무나도 안타깝게 끝난. 이제 그런 사례가 한의계에 다시 등장하는 것일까? 신의학의 꿈은 접어야만 하는가?

김기왕/ 부산대 한의전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기왕 2010-07-01 17:09:41
오늘자(2010년 7월 1일) 민족의학신문에 최원철 교수님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었네요. 병원을 떠난 것이 아니었군요. 다행입니다. 기사 덕분에 저 역시 상세한 정황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기왕 2010-06-29 07:01:37
궁금이님께: 소개하신 링크의 기사, 잘 읽어보았습니다. 일찍부터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실 동서신의학병원의 상황을 저는 잘 모릅니다. 최원철 교수님의 거취도 잘 모릅니다. 궁금이님께서 제안하신 바와 같이 신문사에서 한 번쯤 심층취재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공감합니다.

궁금이 2010-06-28 19:16:23
최원철 원장님이 그만두신다는 것은 사실인가요>
동서신의학병원 양방 의료진에서는 한방을 완전히 배제/무시하고 의대 부속병원으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 왔지만(http://www.medipana.com/news/news_view.asp?CateCodeF=&CateCodeS=&NewsNum=46376) 결국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민족의학신문에서 심층취재 좀 해 주세요.

김기왕 2010-06-26 18:13:41
황우석 박사의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저는 잘 모릅니다. 김봉한 교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과학적 성과를 정치가 재단했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전북대 김근배 교수님이 이에 대한 좋은 비교를 하신 바 있습니다(예를 들어 "황우석 신화와 대한민국 과학"이란 책이 있습니다. 직접 읽어보지는 못 했지만 김근배 교수님의 논지가 잘 드러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aaa 2010-06-25 13:02:51
...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