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13] 유한길 서울 세광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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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13] 유한길 서울 세광한의원장
  • 승인 2003.04.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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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엔 온통 ‘추나’ 생각 뿐”

2001년 12월 3차원 체형측정기 개발로 보건복지분야 하반기 신지식인에 선정돼 한의계의 주목을 받았던 유한길(51·서울 세광한의원) 원장은 선정 전이나 후나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머리 속엔 ‘추나’에 관한 생각 뿐으로 쉽게 진단하는 방법을 찾았으니 빨리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유 원장이 한의학에서도 추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부터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던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디스크 수술로 몇 년간 누워 계신 아버지가 직장 생활을 못할 형편까지 되자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검정고시로 치르고 늦은 나이에 한의대에 입학했다.

유한길 원장이 척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버지 탓이지만 한의대 지원은 친구 아이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건축사가 되고 싶어 공대 진학을 꿈꿨던 유 원장은 친구와 함께 아기를 살리기 위해 이곳저곳 병원을 쫓아다니며 의학을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소아과 양방의를 생각했다가 전체적인 것을 볼 수 있는 한의학에 매력을 느껴 서른 한 살 늦은 나이에 82학번으로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 한의계에 입문했다.

늦깎이 대학생활이 만만치 않았다는 그는 졸업 후 몇 년간 시험 보는 꿈을 꾸며 깜짝 놀라 깰 정도였다고.

그래도 신준식 원장(자생한방병원·대한추나학회장)과 늦깎이 동기생으로 대학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지낼 수 있어 힘이 됐고 이런 인연은 졸업 후 대한추나학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90년 추나학회 창립 후 유 원장의 ‘추나’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좀더 구체화·현실화 됐다. 척추, 체형의 문제가 만성질환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그는 추나치료는 근본적인 치료의 방법 중 하나로 추나로 척추를 바르게 잡아주고 한약으로 내부장기를 조절해주고 침으로 기혈소통을 해주면 중증의 병도 나을 수 있다며 추나학의 우수성을 확신했다.

양방병원에 장시간 다녀도 낫지 않아 수술 날짜를 잡았던 척추질환 중증 환자가 추나치료를 받고 좋아져 수술을 취소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지만 추나치료의 목표는 완벽할 때까지 치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통만 제거되면 다 나았다고 판단하고 한의원에 오지 않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다고.

추나 환자 치료에 전념을 다하던 유 원장은 평소 치료전후를 비교 설명할 때 환자가 자신의 등 모습을 볼 수 없고 의학적 지식도 부족해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95년 체형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검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그가 3차원 체형 측정기기를 현실화시키는 데는 5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97년 4월에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연구를 시작, 98~99년에는 복지부의 선도기술 의료공학 기술개발 사업(G7 프로젝트)으로 선정돼 KAIST, (주)인텍플러스와 3자 공동 연구를 수행했으며 2000년 9월에는 식약청 제조품목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제품의 성공은 그를 2001년 하반기 보건복지 신지식인에 선정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체형측정기는 반복측정에도 안전하고 순간측정에도 방대한 양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으며 대량정보의 비교·분석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저장이 쉽고 환자도 이해하기 쉬워 분석결과를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는 있으며 일제 영사식 모아레와 비교할 경우 가격은 1/4 정도이고 유지비용 역시 저렴해 수입의료기 대체효과에 따른 외화절감의 장점이 있다는 점이 인정돼 선정됐다. 현재 이 기기는 한방병원을 비롯 양방병원과 건강검진센터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유한길 원장은 요즘 ‘척구’와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어찌보면 체형측정기의 개발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 척구 때문이다.

유 원장은 “등 가운데 척추 극돌기 부위를 따라 수직의 오목한 고랑이 나타나는데 이를 편의상 脊溝라 칭한다”며 “척구는 촉진 시 매끈해야 정상이고 체형의 肥瘦에 상관없이 누구나 있어야만 하며 척구 유무와 상태에 따라 척추의 건강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목욕탕에 가거나 TV 혹은 뮤지컬, 패션쇼 등 공연에서 등이 패인 의상의 배우나 모델을 보더라도 척구만 유심히 살핀다는 그는 온통 머리 속엔 ‘척구’ 생각뿐이다.

몇 달 전 노인 환자가 허리가 아파 찾아왔는데 치료를 위해 척구의 유무를 살펴보니 척구 대신 볼록 튀어나온 척봉이 있는 특이한 체형이었다고 한다. 유 원장은 기력이 너무 노쇠해 치료효과가 있을지 우려가 앞섰지만 약 2개월 간 척봉을 거의 평평하게 만들어 주었더니 치료효과가 나타났다며 추나 환자를 치료하면 할수록 ‘척구가 있어야 건강하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고.

유 원장은 “척구를 잘 만들어줬을 때 척추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척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을 시기만 해도 척구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최근에는 척구의 중요성에 대해 한의사들이 점점 많이 인식하게 돼 기쁘다며 차차 한의사, 의사를 넘어 국민들에게도 ‘건강한 척구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싶단다.

유한길 원장은 “척구의 중요성을 좀 더 일찍 알 수 있도록 특히 어린 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며 “추나학회나 개인 활동을 통해서 전 국민 ‘척구 만들기 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척구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등에 신청을 받아 무료검진을 실시하는 등 한의원에 찾아오는 환자 이외의 환자를 찾아 나설 생각이다.

한의사가 된 것이 행운이라는 유 원장은 환자에게 아픈 것을 치료해 줘 환자와 본인 모두 만족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초등학교 4, 1학년생인 딸, 아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직업이란다.

개원 이후 시간이 날 때면 학회 연구에 매달려 별다른 취미를 가져 볼 시간조차 없었다는 그는 요즘엔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대한한의학회 감사, 추나학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 원장은 경희대대학원 동서의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환자의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바람이다.

양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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