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립한방병원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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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국립한방병원 ‘곤란’
  • 승인 2010.06.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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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원들 이제라도 결기 모아야
사설- 무늬만 국립한방병원 ‘곤란’
소속원들 이제라도 결기 모아야

너무도 기막힌 현실인식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이원철 부산대 한의전 원장이자 부산대병원 한방진료처장 만큼은 국립한방병원‧한의약임상연구센터의 설립 취지를 적확히 인식하는 줄 알았다. 헌데 이 원장은 “지금 상태가 부산대병원 양의들의 도움을 받기에 유리하다”며 “국립대학은 공무원 체계여서 정부에 법률 제정을 요청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국립한방병원이 부산대병원 한방진료처로, 한의약임상연구센터가 부속 연구기관으로 전락하는 건 한의계 자존감을 짓밟는 처사다. 그토록 갈구하던 한의계 소망이 산산조각 나는 악몽과 다름없다.

설령 부산대병원이나 정책 당국이 국립한방병원‧한의약임상연구센터의 독립법인화를 이런저런 핑계로 막을지라도 이원철 원장은 자리를 걸고 이런 행태에 결연히 맞서야 옳다. 적어도 그는 한의계 대표선수로서 국립한방병원을, 국립한의대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당사자에게 그런 사명감이 추호도 없다면 한의계는 인선에 실패한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 그 인선 작업에 간여한 한의계 인사는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에 나서야 한다.

국립한방병원‧한의약임상연구센터는 한의계의 애타는 갈망이, 눈물이, 설움이 고스란히 응축된 결정체다. 해방 이후 국립한방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의료 이원화 체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벌써 국립한방병원이 전국 각 시도에 하나씩 설립 운영되고, 지금쯤 한의학 세계화가 구체성을 띄어야 당연하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한의학 우수성에 눈을 뜨는 바람에 국립한방병원‧한의약임상연구센터가 세워졌는데, 이런 기회를 최대한 살리지 못한다면 한의계 미래는 명약관화하다. 자기 밥그릇조차 챙기지 못하는 측에 어느 누가 눈이라도 돌릴는지 의문이다.

부산대병원에서 이원철 원장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동료 한의사들의 침묵 역시 아리송하다. 머리띠를 둘러매고 집단행동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국립한방병원 독립법인화를 위해 최소한 연판장이라도 돌려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통일된 목소리가 없고 입을 다물고 있으니, 국립한방병원 개원이 벌써 1개월을 넘어서고 한의약임상연구센터 개원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센터장 등 인력 구성은 물론 기본적인 운영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결기가 필요하다. 첨예한 문제의식이 요구된다. 한의학 미래가 내 손에 달렸다는 사명감 아래 국립한방병원‧한의약임상연구센터 관련 법률이 제정되도록 치밀하게 움직이자. 한의계에도 협조를 구하자. 작금의 상황은 일부 인사가 그토록 원하는 의료 일원화가 됐을 때 상정 가능한 모습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면 영영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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