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11] 한방간호연구회 초대회장 옥도훈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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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11] 한방간호연구회 초대회장 옥도훈 병원장
  • 승인 2003.04.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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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는 한방간호영역의 개척자

"한방간호사는 한의학 수호하는 동반자"

구체적 역할분담, 직무모델 초안 제시

한의대 총장을 지냈던 모 교수가 어떤 모임에서 창조와 모방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세계최초로 한의사제도를 출범시킨 한국의 한의사는 창조자의 역할과 그에 따른 고충도 짊어지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제도, 문화 등이 생성·성장·소멸하는 운명은 수없이 관찰됐다. 한의학은 유구한 전통을 이어왔지만, 제도적으로는 덜 자란 아이다.

따라서 제도권 내에 확고히 기반을 다져야할 과제와 함께 기존의 여타 보건의료직능단체의 견제를 감내해야 하는 창조자·개척자로서의 과제를 안고 있다.

옥도훈 강남하나한방병원장(45·한방간호연구회 초대회장·한방간호연구소장)이 한방간호사의 영역을 구축하고자 팔을 걷어부친 것도 어찌보면 개척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가 한방간호에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은 경희대 졸업 후 89년 수원에서 막 한의원을 개원했을 당시였다.

한방의료기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의원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채용 인지도는 매우 저조할뿐더러 실제 채용율도 낮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 역시 힘든 업무와 낮은 임금 등을 이유로 한방의료기관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원초기 고용했던 간호조무사들이 이런 이유로 한의원을 떠나는 악순환이 거듭되던 중, 한방간호와 관련된 중국서적을 선물받은 옥 병원장은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한방간호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게 제시할 교육내용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 그는 학원과 대학에 강의를 하는 틈틈이 자료를 모아 94년 ‘한방간호개론’을 펴낸 데 이어, 99년에는 ‘한방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그의 저서는 간호사와 간호학과 학생들을 위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뜻 있는 간호사와 한방간호연구회를 발족해 활동한 결과, 대한한방간호사회가 결성됐고 그들 스스로 한방간호교육지침, 연구서 등을 펴내는 등 한방간호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증폭시켰다.

그가 가장 큰 문제로 여기는 부분은 현재 간호사 교육내용 중에 한방요법이 민간요법이라는 이름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은 한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개념으로 전수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방요법이 한의사의 손에서 떠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옥 병원장은 “수지침의 경우는 이미 민간단체의 영역으로 편입됐다”며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것을 염려했다.

양방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파트너관계 개념으로 역할분담이 정착된 것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한의사의 경우도 모든 치료과정을 홀로 실행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한의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한의사와 전문한방간호사가 역할을 분담하고, 한의사의 지시하에 한방간호사의 시술이 시행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조정한다면 이들을 통해 한방영역을 수호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방간호사와의 역할분담은 일차적으로 전문적인 한방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생산한다. 또한 한방전문인력으로 양성된 만큼 다른기관으로의 누수현상을 방지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말한다.

옥 병원장은 “한방이라는 공통분모에서 출발하는 한방간호사는 한의사와 함께 한의학의 영역을 추구해 나갈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인력양성을 비롯해 한방간호교육의 확대는 다른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를 한의원으로 인도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양방의료기관은 물론 학교·산업체 등의 의무실에서 한방기관으로 환자를 보내는 사례가 드물다.

서양의학이 사후처치를 중심으로 발달한 것과 달리 예방의학적 기능이 뛰어난 한의학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환자와 접촉이 용이한 간호인력이 올바른 한방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환자를 한방의료기관에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한방간호영역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은 물론 일부에서는 한의사 고유영역과 이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와 비난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며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그는 “이 두 직능단체는 절대 상호협력적인 관계”라며 소신
을 굽히지 않는다.

경남 마산에서 출생한 옥 병원장이 한의학을 선택한 것은 형님의 권유에 의해서다.

반면 한의계에서 지나온 그의 행보는 목표를 향한 뛰어난 추진력과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한방무료시술현장에서 환영을 받고 있는 금연침의 경우 그 첫주자는 바로 그였다. 경기도 한의사회 부회장 시절 양호교사를 대상으로 한방교육을 실시하던 때였다.

초등학교에서는 비만과 흡연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던 시기. 옥 병원장은 이 점에 착안, 최초로 학교에서 금연침을 시술해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그 후로 이 금연침 시술을 학교는 물론 일반 직장에까지 확대추진한 결과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을 ‘발로 뛰는 정보수집가’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중 무조건 하루는 직접 뛰어다니며 새로운 정보를 찾아 나선다. 정보수집가면서도 계획을 실현시켜 나가는 추진력을 겸비한 것은 타고난 열정과 도전정신에서 기인한다.
한의학은 학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옥 병원장은 “한의학에서 배울 게 없다면 그건 죽은 학문이죠”라면서 “알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는 겁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한방간호영역을 개척하고 나선 것 역시 옥 병원장의 이런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방간호 역할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연구를 추진하는 동시에 한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유관단체를 상대로 끊임없이 의견을 개진했다. 치과의사협회와 협조해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에 한의원과 치과실습 과정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성과다.

그는 한방간호의 역할과 의료지침 등을 마련하기 위해, 문헌조사와 함께 한방 보건 의료의 여러 방법들을 수집 정리하고, 분류한 내용을 설문형태로 작성해 전국의 한방병원에 보냈다.

그 결과 기기외치, 목욕과 약무외치, 부항과 뜸, 연부조직추나, 정신기거법에서의 자극의 시작과 마무리, 발침 복약에서의 탕전 및 복약 온도의 결정과 복약·식사 지원 행위, 운동·도인법에서의 지도 행위 등은 한방간호사가 실시하고 있거나 앞으로 할 수 있다는 응답을 얻어냈다.

이를 토대로 간호사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편 한방간호사의 직무를 임상분야, 조리분야, 양생분야로 나눠 직무모델을 제시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냈다.

그의 역작 ‘한방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이렇게 나온 것이다. 지난 3월 강남하나한방병원장에 취임한 옥 병원장에게 병원은 또 다른 도전이다. 그의 목표는 여성전문한방병원으로 특화한 새로운 병원으로의 탈바꿈. 때문에 더더욱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하지만 한방간호사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옥 병원장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노인시설이 대거 확대될 것입니다. 이때 간호사 수요도 함께 늘어나겠지요” 라면서 “한의계 내부의 합의를 거쳐 바람직한 제도를 형성해 가야할텐데… 서둘러야할 것 같습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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