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10] 사상의학 전도사 이수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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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10] 사상의학 전도사 이수완 원장
  • 승인 2003.04.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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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은 병이 아니라 마음을 고치는 학문

이수완 원장(45·서울 구생한의원)은 지난해 여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상의학 약재가 아닌 것은 모두 버렸다.

100% 사상의학으로만 진료를 하겠다는 이 원장의 결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원전의사학을 전공한 이 원장이 이처럼 사상의학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까지 그의 여정은 그리 짧지 않다.

헌신을 버리고 새신을 신기까지

한의사이신 큰할아버지를 도와 함께 일하셨던 이 원장의 할아버지는 예과 1학년 시절 대뜸 물으셨다.

“내가 무슨 체질인 것 같냐?”
별생각없이 “소음인이요”라는 그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나는 9년을 공부해서 알아낸 것을 넌 1년도 안되서 아는구나”하시며 감탄하셨다고 한다.

그때의 할아버지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는 이 원장은 사상의학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대학시절 송일병 교수에게 사상의학에 처음 입문했고 나름대로 연구를 했지만 임상에서 응용하다보니 어려움이 많고 오류가 많았다.

1988년 여름부터 고등학교, 대학교의 대선배인 김주 선생에게 4∼5년간 사상의학의 기본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 정도 기간이면 뭔가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던 그는 여전히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신고 있던 신발을 버리고 시작해야 하는데 신발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 원장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 후 98년 김주 선생에게 함께 가르침을 받았던 신홍일 원장이 느낌이 온다고 그를 불러 줬다. 하지만 그것도 후배의 느낌일 뿐 이 원장에게 이것이다 싶을 정도로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게 사상의학에 매진하기를 10년, 드디어 1999년 무엇인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가 보이니 열이 보이고 그때부터 그는 사상의학의 광신도가 돼버렸다. 그 후 1년 가까이 신 원장과 새벽 3, 4시까지 임상토론을 함께 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고 그러는 사이 이 원장은 사상의학에 매력에 푹 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했다.

강의, 인터넷 상담은 끊임없는 자기 훈련

이수완 원장은 4년 전부터 서울시립대 부설 서울시민대학에서 동양의학 강의를 맡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한의학의 일반적 이론을 중심으로 강의했지만 사상의학에 확신이 생긴 이후로는 강의 내용도 사상의학 중심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 1학기에 70명이 수강하는 이 강의는 대기자도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그는 “강의하면서 자신의 사고를 정리하고 항상 경주할 수 있는 신선한 촉매제가 된다” 며 “3월부터는 동방문화대학원이란 곳에서 강의를 하나 더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원장은 한방전문 포털 사이트 한방건강샘(www.hanbangkorea.co.kr)에서 병원장을 맡으며 사상체질과 상담을 하고 있다.

그는 문서화된 환자의 차트만으로 체질을 감별해야 하는 상담이 쉽지 않지만 “병증을 볼 수 있는 눈이 넓어지고 상담 후 환자들이 만족해 할때면 보람을 느낀다”며 “끊임없이 자신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사상의학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

이수완 원장을 찾은 환자들 중에는 진료 중에 울음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다.

이 원장은 “환자가 마음의 벽을 허물지 않는다면 병이 낫지 않는다”며 “환자의 흉금까지 알 수 있는 사이가 돼야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환자와 나의 교감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사상의학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상의학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

자신이 타고난 본성과 천성을 어떻게 하느냐와 아는 만큼 얼마나 실천하고 사느냐가 건강의 지표라는 것이다.

환자의 병증과 체성만 맞아 떨어지면 특정한 부분에 해당되는 정기를 채워주는 것만으로 치료가 된다고 한다.

이미 100년 전 이제마 선생은 『동의수세보원』에서 인간은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애노희락(哀怒喜樂)의 성(性)과 정(情)을 받으며 이 성을 잘 펼치고 정을 폭발시키지 않으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 사상의학의 기본원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한 사상의학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체질’이라는 용어 대신 ‘체성’을 사용한다.

『동의수세보원』에 ‘체형기상(體形氣像)이라는 용어가 나올 뿐 체질이라는 용어는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체질이라는 용어는 주로 몸이 안 좋을 때인 알러지 체질, 과민성 체질, 다혈질 등 병증을 말할 때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란다.

사상의학은 천성(天性)과 정명(情命) 등 마음가짐에 따라 인체의 사장(四臟) 사부(四腑)의 원기를 다루는 의학이므로 체질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타고난 마음가짐에 따라 이루어진 체형을 뜻하는 체성(體性)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모든 사람에게 사상의학에 대한 믿음 주고 싶어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어떤 환자였냐는 질문에 이수완 원장은 뜻밖에도 체성을 잘못 판단했던 환자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다시 한번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고.

지난해 집필한 『운명을 바꾸는 사상의학』은 이 원장의 학문적 지식과 사고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사상의학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환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믿음을 주고 싶습니다.”

책이 출판된 이후에 간혹 한의계와 전혀 상관이 없는 독자와의 만남이 생겨 행복하지만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진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요즘 운암 韓錫地 선생이 지은 『明善錄』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사서오경 등 잘 알려진 고전의 진수가 담겨있는 것으로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수세보원』에 깔려있는 사상적 배경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사상의학이 유학에 바탕을 두고 있듯이 그도 ‘學不厭而敎不倦(배우는데 싫증을 내지 말고 가르치는 데는 게을르지 말아야함)’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다음 달부터 새로 맡게 된 강의 때문에 벌써부터 설렌다는 이수완 원장. 모든 사람에게 사상의학에 대한 믿음을 주고 싶어하는 사상의학 전도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양두영 기자


<약 력>
△경희대 한의대 졸업
△경희대 대학원 원전의사학 석·박사 학위 취득
△서울 강서구 한의사회 회장 역임
△대한한의사협회 중앙이사 역임
△現 서울시민대학 교수, 한방건강샘 병원장·서울 구생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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