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 논쟁, 어불성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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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 논쟁, 어불성설(상)
  • 승인 2010.05.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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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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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명명에 옳고 그름 없다
비장 논쟁, 어불성설(상)

장기 명명에 옳고 그름 없다
명명 맞게 기능 차이 찾아야

예전에 영국인 친구와 토마토가 채소인가 과일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토마토가 채소라고 이야기했고, 그 친구는 토마토는 fluit이라고 했다. 나는 과일은 나무에서 나오는 것이 과일이고 토마토나 수박은 채소라고 이야기했고, 그는 토마토는 명백히 fruit이며 배추나 시금치가 vegetable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영어사전을 보여주며 fluit의 예문으로 토마토가 나오는 것을 보며 자신이 맞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순간 나는 토마토가 과일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토마토가 채소인 게 틀렸나? 나중에서야 fruit은 열매라는 뜻으로, 토마토는 열매이나 과일이 아닌 채소의 열매였다. 그도 나도 맞은 것이다. 단지 번역과정에서 나는 과일이 fruit이라고 생각했고 vegetable이 채소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한의학 도처에 깔려있다.

흔히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과 양의학에서 말하는 간은 다르다고 말을 한다. 그렇다면 한의학의 간은 무엇인가? 심은 무엇인가? 비장에 대해서도 그것이 서양 해부학적인 spleen이다, 내지는 pancreas다 라는 논쟁이 있다. 심포에 대해서도 pericardium이다, 무형의 존재이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점은 자칫 고대인의 인체관이 소박하거나 해부를 하지 않아 잘 몰랐다거나 하는 식의 해석을 낳는다.

그러나 천만에도 해부란 그리 고도의 문명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다. 원시부족들은 사냥한 짐승의 최소 절개와 최소 출혈로 원하는 장부를 보지 않고 손을 집어 넣어 똑 떼어낼 수가 있다. 그 결이 어디로 나있는지. 손으로 잡아 질감이 어떤 지를 찾아 해내는 작업들이다. 이것은 동네에 한두 개쯤 있는 재래시장의 생선 손질하는 아줌마들도 하는 일이다.

즉 현대의 해부학이 대단한 건 동일한 시각적 사물에 대한 같은 명명이라는 합의를 보았다는 것과 그것을 고도 문명을 필요로 하는 생리학과 실체를 연결시켰다는 것이지, 동물의 장기에 명명을 한다는 작업 자체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속된 말로 그것은 6살 난 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이며 나아가 옳고 그름이 없는 일이다. 좌측통행이나 우측통행이 시비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인체를 5개로 나누건 100개로 나누건, 그래서 100개의 이름을 붙이건 상관없다. 단지 그렇게 구획해서 다른 이름을 붙인 것이 이름이 다른 만큼 기능적으로 다른가 다르다면 그게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일은 고도의 문명이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인체 분획의 방법의 차이가 명명과 기능 매칭의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즉 초와 목으로 나누어 채소와 과일을 구분할 것인가. 열매와 전초를 통해 구분할 것인가에 따라 구획 방법과 명명 그리고 그 명명에 따른 기능과 분류가 달라지는 것이다. <계속>

장혜정/ 봄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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