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8] 노인병연구에 매진하는 李哲浣 한국노인병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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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8] 노인병연구에 매진하는 李哲浣 한국노인병연구소장
  • 승인 2003.04.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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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요"
어린이보다 노인 치료 더 어려워…한방노인전문의제 시급

아무리 탁월한 의료라도 전문적 연구 없으면 유명무실
서양보다 600년 앞선 연구역사, 보험 적용으로 대중화해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질병이 증가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못된다. 그만큼 사람이 사는 환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질병에 대응해서 전문한의사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면 그것은 한의학의 발전을 이루는 좋은 초석이 될 것이다.

이철완 한국노인병연구소장(44·초록한의원)은 한의학의 지평을 넓히는 대표적인 한의사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노인의 건강문제를 주목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해 지금은 노인병 하면 이철완을 손꼽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입지를 굳혔다.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드는 이미지를 지닌 이철완 소장은 말씨조차 차분하여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즐겨하는 듯하다.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데는 관심이 없고 한의계 돌아가는 사정을 두루두루 묻기 일쑤다. 그래서 뭔가 있을 것만 같은 그의 활동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물어 물어 노인병연구의 대강을 짐작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노인병연구 시작한 사연
이 소장이 노인병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동기는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면서부터다. 한의학적 소양이 부족한 타 직능이 한약을 조제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던 소위 한약분쟁 당시 그는 미국 UCLA 교환교수로 재직하면서 미국의 요양시스템을 연구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미국 전역의 요양기관을 돌아다니면서 현장을 보고 정리하기를 1년 한 뒤 97년 귀국하여 그해 12월 한국노인병연구소를 개설하게 됐다.

이 소장은 그때를 회고하면 어려웠던 그 시절이 아스라하게 스쳐지나간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무모하게 뛰어들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앞으로 우리 자신들의 현실이 될 일이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뜻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5년을 달려왔습니다.”

그의 말대로 노인병은 의료기관에서, 특히 한방의료기관에서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다른 계층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는데도 소홀히 대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어린이는 소아과, 여성은 산·부인과 등이 있고 나아가서는 전문의과목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노인병만은 유독 방치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기껏해야 요양원 정도가 노인병을 다루는 전문영역일 뿐이다. 그러니 그가 노인병연구소를 개설한 것 자체를 무모했다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셈이다.

지금은 연구소가 조금 커져서 소장 이하 노화검진연구원 1명, 약물식이개발연구원 1명, 인턴연구원 1명 등으로 늘어 연구소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건강한 노년세대를 위하여
그가 노인을 보는 눈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노인을 치료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가 중시하는 분야는 치료만이 아니라 노인 스스로 질병예방법과 건강유지방법을 터득케하여 건강한 노년세대를 만드는 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예방의 대상을 장년층으로 삼고, 노인은 발생된 질병의 관리에 집중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진행시키고 있다.

이 소장의 활동반경은 매우 광범위하다. 복지관, 사회교육원 강좌, 신문 칼럼, 방송 출연은 부지기수다. 어르신 건강관리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물론 세계식품박람회와 효 박람회에도 참여하여 활동범위를 의학, 간호, 식품, 복지, 실버산업, 문화 등으로 넓혔다. 발행도서도 ‘건강한 장수, 바라기만 하시나요’, ‘노후건강과 한의학’, ‘건강과 장수를 위한 해외연구동향’, ‘천년 전 사람들의 음식으로 노인병 고치기’ 등 다수가 있다.

무엇보다 학술적 성과는 연구소의 현 위치를 알려주는 잣대다. ‘강남구 내의 노인정 운영과 실태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작하여 학술발표로 ‘기후변화와 노인건강’, ‘21세기 노인건강과 한의학의 역할‘, ‘노인병의 한의학적 치료대책과 전망’ ‘노인병의 한의학적 치료대책과 전망’ 등 다수다. 월간 소식지인 ‘건강한 노년’은 40호째 발간되었다.

1천년 전에 노인병에 관심
한의계의 노인병 연구 역사는 오래됐다. 1085년에 송나라 陳直이 쓴 양로봉친서가 효시다. 이 책은 노인전문 서적으로 부인, 소아과 등과 같이 노인의학을 독립된 분야로 인식한 첫 기록이다. 1724년 서양의 Floyer가 지은 ‘Medicina Gerocomica’보다 6년이나 앞선 것이다.

그가 한방노인전문의를 만들자는 것은 동양의학의 치료 및 예방의학 바탕을 두고 있다. 사실 한의학에서는 노인병이 꽤 난해한 병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흔히 성인 10명보다 부인 1명을 치료하는 게 더 어렵고, 부인 10명보다 아이 1명을 치료하는 게 더 어렵고, 어린이 10명을 치료하기보다 노인 1명을 치료하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한의학적 근거를 깔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보다 꺼져가는 생명을 다스리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학이 양방보다 노인병에 아무리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하더라도 심층적인 연구가 없이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한의학이 중심이 되어 범위가 넓은 노인질환을 연구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한국노년의학회다. 작년 9월의 일이다. 한의학계가 중심이 돼서 타 분야의 전문인을 영입했다. 타 분야의 전문인을 영입한 것은 여러 분야를 끌어안아야 공감대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노인병 환자의 대부분이 양방을 거쳐서 한방으로 오는 추세다. 그로서는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니다. 그것도 치료능력 때문이 아니라 수가 때문에 그렇다고 하니 속상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원장은 노인병의 대중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한의협 등이 나서 노인병의 보험적용 여부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상적인 연구는 물론 한국노년의학회의 몫이다.

쉽지 않은 연구재정 확보
사설 연구소를 운영하다 보면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최대의 걸림돌은 역시 ‘돈’이다. 후원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협회나 학회에서 예산을 대주는 것도 아니어서 여하히 연구비를 융통하느냐가 연구소 운영의 관건이다. 때때로 노인건강제품을 개발하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빈도가 많은 것도, 액수가 큰 것도 아니다.

국가가 발주하는 용역사업에 눈길을 돌려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2000년 봄에 겪은 아픈 경험이다. 정부 산하 모연구원에서 주관한 건강증진사업에 관심을 갖고 응모했다. 그만큼 연구에 관심이 있었고, 연구소와 연구원들은 그 분야에 대한 연구실적과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선진국에서는 연구능력만 있으면 그 능력을 평가하여 연구지원을 합니다. 그 결과 좋은 연구들이 쏟아져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요. 그런데 우리는 사정이 달라요. 국가가 용역을 줄 때는 학교기관이나 법인형태의 연구기관에만 연구과제를 줍니다. 유명 국립대학조차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제재를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요. 왜 그리도 학교와 법인을 고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한번 좌절을 겪었다고 해서 쓰러질 그가 아니다. 이 일을 계기로 노인병에 대한 그의 자신감과 신념은 더욱 강해지지 않았을까?

“陰德을 쌓고 있군요”
노인병연구를 향한 이철완 소장의 길은 끝이 없다. 지금도 스스로 만든 노인건강지수를 한의학의 운기이론으로 보완하여 보다 세련되게 다듬고자 부심하는 등 여념이 없다. 또 한편에서는 정책, 치료, 복지, 문화 등 노인에 관한 일이라면 두팔 걷어부치고 뛰고 있다. 그런 그에게 노인들의 반응은 무척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언젠가 어르신 건강관리 세미나에서 뵌 어르신 한분이 ‘陰德을 쌓고 있군요!’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 어르신의 말씀처럼 노인병연구는 미래에 대한 헌신적인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우리 모습인 노인병. 이철완 소장이 있기에 안심이 된다. 보다 건강한 노년세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승진 기자

<약력>
·경희대 한의과대학 졸업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
·대전대 부속 천안한방병원장
·한방재활의학회 회장 역임
·현 한국노년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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