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규 칼럼- 법대로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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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칼럼- 법대로 해야 하는 이유
  • 승인 2010.05.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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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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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한방병원 한방진료처로 규정
법대로 해야 하는 이유

국립대 한방병원 한방진료처로 규정
한의약임상연구센터 아예 규정 미비


사소한 다툼이 있을 때 ‘법대로 하자’고 말하면 더 큰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산업화 이전에 우리의 삶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다툼은 공동체 내에서 해결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법대로 하자’는 말은 공동체의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겠다는 의미이고 동시에 다툼으로 인한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꺼려하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法)이라는 글자는 흔히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다는 풀이가 있다. 최근에 삼권분립이 무색할 만큼 법대로 결정한 판결조차 수긍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법대로 하자’는 말이 큰 싸움을 만드는 표현이 아니라 힘 없는 사람의 탄식이 된 것 같다. 그래도 법대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법 위에 있을 수 없고 사람이 바뀌어도 법에 따라 물처럼 흘러가야지만 복잡한 사회시스템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긴 서설은 국민 세금으로 만든 소위 ‘국립대학 한방병원’과 ‘한의약임상연구센터’ 때문이다. 지난 3월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이 국내 최초 유일의 국립대학에 설립되었지만 아직 부산대학교 대학병원의 ‘한방진료처’로 규정되어 있고, 또 하나의 국내 최초 유일의 ‘한의약임상연구센터’는 규정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국립의료원은 ‘정부조직법’에 근거하여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와 ‘책임 운영기관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한방진료부는 국립의료원의 ‘기본운영규정’에 근거한다. 운영규정은 책임운영 기관장인 국립의료원장이 소속 중앙행정기관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으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

부산대학교에서 국내 유일의 최초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할 때 준비하여 설립이 결정된 뒤 바로 해당 부처에 의견을 제출했어야 마땅하다. 5월이면 개원식을 하는 지금까지 양방 병원의 진료처로 묶어두고 인사와 예산을 독립시키지 않고 있다. 총장이 독립법인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고 (양방)병원장이 이사로 있지만, 진료처장이나 한의학전문대학원장이 이사가 될 법적 근거가 없다. 준공이 7월로 다가온 ‘한의약임상연구센터’도 법적 근거가 없이 무주공산이 될 우려가 깊다. 우수한 임상경험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설립을 주장하였다면 우리 한의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그 사람 마음대로가 아니라 법대로 하려면 법을 만들어야 한다. ‘국립대학 한방병원 설치법 및 시행령’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정부안을 발의하여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국립한의약임상센터 설치법 및 시행령’은 보건복지부에서 정부안으로 발의하여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법대로 할 수 있다.

권영규/ 부산대 한의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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