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의원 살아야 우리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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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의원 살아야 우리도 산다”
  • 승인 2010.04.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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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김정열 한의유통 대표
“동네 한의원 살아야 우리도 산다”
김정열 한의유통 대표가 한약재 시장의 현주소와 문제점, 선진화 방안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기획‧ 실행력 남달라… 쏟아지는 애증 ‘도외시’

대담: 김정열 한의유통 대표
진행: 강근주 편집국장 

저 사람은 천상 학자다. 저 사람은 천상 정치인이다. 흔히 일상사에서 천상이란 수식어는 해당 직분에 딱 맞아 떨어진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김정열 (주)한의유통 대표는 천상 사업가다. 통상 천상이란 수식어가 상찬과 동의어인데, 김정렬 대표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본래 한의사여서다. 그래도 실례를 무릅쓰고 다시 한번 단언한다면 그는 분명 사업가 기질이 넘친다.

우선 그는 사업 기획력이 뛰어나다. 각종 기획을 씨줄 날줄로 얽힌 인맥을 동원해 실행에 옮긴다. 명분도 잡을 줄 안다. 사업은 정치와 같아 명분이 약하면 장사꾼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4월 들어 한약재 매출원가 판매행사에 들어갔다. 개원가를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다.

건기식 시장을 노리고 보급형 공진단 제작 보급에 나서고, 진안홍삼과 전국 한의원들과 연계도 시도하고 있다. 사업 감각이 얄미우리만치 본능에 가깝다. 그 본능은 애증을 낳기 마련이다. 쏟아지는 애증에도 그는 게의치 않는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라는 식이다. 그리고는 휘적휘적 자기 길을 간다.

-매출원가로 약재를 시장에 풀었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개원가 사정이 영 안좋다. 매입비용을 줄여줘 한의원 경영에 일조하고 싶었다. 동네 한의원이 살아야 우리도 사는 것 아닌가.”

-동고동락도 좋지만 영업이익이 전혀 없지 않나.
“매입가격에 택배비, 홍보비, 카드수수료 등이 들어간 판매원가이니 영업적자도 없다.”

-한의원 경영이 어려운 판에 몇몇 약재가격은 무섭게 치솟더라.
“수입약재의 경우 중국 내 분위기를 이해해야 한다. 예전과 달리 인건비 부담이 늘고 과적 제한이 강화돼 물류비가 올랐다. 자체 소비량 증가 역시 가격 상승 요인이다.”

“회원들은 환영하고 도매상들은 싫어한다. 시세표도 공개하고 매출원가도 공개했으니 더욱 그렇다”

-중국의 현대화가 원인이라면 일시적 현상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국산약재 사용을 늘려야 한다. 사흘이 멀다 하고 지방출장을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순군 하고 계약재배를 맺었고, 우리가 필요한 수량을 전남생약조합에 알려줬다.”

-모든 약재를 매출원가로 내놓나.

“녹용과 인삼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 품목은 워낙 이익 자체가 박하다.”

-녹용은 마진이 많을텐데.
“거의 없다. 녹용을 많이 팔든 적게 팔든 상관 없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적정 가격을 고수해 왔다. 우리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온 셈이다.”

-매출원가 판매인데도, 다른 업체에 비해 그다지 싸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우리 약재가 원래 비싸다. 카드 수수료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아직도 카드결제를 안한다. 우리는 인터넷 주문이 많아 카드결제를 받아 출고한다.”

-병원도 하는데, 유통업체가 카드결제를 안한다니 말이 되나.
“나름대로 사정이 있지 않겠나. 내년부터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이 의무화되면 달라질 것이다. 남의 집 사정을 놓고 뭐라 말하기는 곤란하다.”

-매출원가 판매행사는 언제까지 진행되나.
“두달 정도 잡고 있다. 연장 문제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 약재가 원래 비싸다. 카드 수수료가 포함되서다.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카드결제를 안한다”


-다른 유통업자들의 반발은 없나.
“회원들은 환영하고 도매상들은 싫어한다. 더구나 시세표 공개하고 매출원가를 그대로 공개했으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충격은 덜할 것이다. 매출원가 판매행사는 2004년부터 매해 한 차례씩 열어오다 2007년부터 3년간 중단했다.”

-재개된 행사라면 오히려 반발이 더 심할 것 같은데.
“한의유통의 설립 취지는 한의사를 위한 회사다. 회원들이 어려운데, 다른 업체들 눈치 보느라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다.”

-또다른 긍정적 영향은 없나.
“이런 행사가 정례화하면 시장에 공정가 형성이 자연스럽게 유도될 것이다. 약재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 안된다. 그건 구시대 악습이다.”

-한의유통이 세워진 지 5년 뒤부터 매출원가 판매행사를 열었다. 이왕이면 첫해부터 하지 그랬나.
“자본력이 없었다. 행사 품목도 20종에서 점진적으로 늘려온 것이다.”

-처리 곤란한 재고를 푸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우리는 재고를 15일치만 유지한다. 한때 비상용을 위해 25일치를 보유했는데, 감사에서 지적받아 15일치로 환원됐다. 게다가 자금문제도 있고 해서 재고를 늘릴 수 없다.”

-시장 잠식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판단은 자유이지만 해괴망측한 억측을 양산하면 안된다. 물론 이번 행사를 한의원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는 한의유통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란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한의유통의 마케팅 전략을 따라오는 유통회사들은 없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회원들이 좋다. 권유한 적도 없지만 권유한다고 해서 들을 사람들도 아니다. 이 동네 생리를 내가 잘 안다. 물론 다양하기 때문에 도매업체들의 생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대체적인 정서가 있잖은가.
“멀리 봤으면 좋겠다. 장사가 아니라 사업을 하고, 장사꾼이 아니라 사업가 개념을 가지면 약재시장의 현대화가 급속히 이뤄질 것이다. 복마전, 아수라장은 구시대 유물이다.”

“6월 말까지 BTL사업단이 완성된다. 전남생약조합과 화순군, 한의유통이 공동 운영에 들어간다”


-BTL 사업은 계획대로 잘 되가나.
“6월 말까지 사업단이 완성된다. 전남생약조합과 화순군, 한의유통이 출자를 해서 공동 운영에 들어간다. 유통물류센터는 화순군이 짓고, 우리가 임대해 사용키로 했다. 골조는 이미 다 올라갔다.”

-그럼 포천의 물류창고는 어찌 되나.
“처분할 예정이다. 그 돈은 BTL 사업에 투자되고 유동자금으로도 쓰인다.”

-유동성이 확보됐으니, 도약의 계기를 맞은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2010년에 도약을 한다고 공언해 오지 않았나.”

-국가사업이나 다름없어 전망이 밝아 보인다.

“초기엔 적자가 나지 않겠나. 그 다음은 역량의 문제라 본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생산과 제조, 유통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니 약재 우수성은 담보될 것이다.”

-연착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약재는 항상 나오는 게 아니다. 생산 시기가 있다. 그런데 생산자는 저장시설이 없다. 저장 시설이 없어 수매를 해줘야 하는데 자금이 넉넉지 않다.”

-그렇다고 쌀처럼 정부가 수매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약재를 매입할 때 농림부나 복지부가 저리융자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펀드회사도 접촉하고 있다.”

-나중에 대형 유통업체만 살아남는 것 아닌가.
“정부 정책이라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그런데 동네를 보면 큰 유통업체도 있고 슈퍼도 있고 편의점도 있다. 약재유통업도 그런 식으로 재편되지 않을까 싶다.”

-진안군과 한의원들을 연계시켜 건기식 시장에 빼앗긴 한의학 수요를 되찾으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척은 있나.
“서울시협회 이사회가 의결했다. 홍삼은 인삼의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법제다. 때문에 홍삼도 체질과 증상에 맞아야 된다. 의권 수호 차원에서도 홍삼은 반드시 한의원이 가져와야 한다.”

“곧 한의원 30곳에 진안홍삼 진열장을 설치한다. 예산은 확보돼 있다. 나머지 70군데는 연내에 이뤄진다”

-가능하겠나.
“당연히 힘들 것이다. 그래도 소비자 인식 변화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

-당위론이 의미가 없다. 전략은 있나.
“대형 업체처럼 광고는 어렵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한의원에서 노출 빈도를 높이고 한의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을 들려 달라.
“곧 한의원 30곳에 진열장을 설치하고 제품을 전시한다. 예산은 확보돼 있다. 나머지 70군데는 올해 안에 설치한다. 나중에는 전국 16개 시도지부를 통해 1000군데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진안군과 협회가 협력해 좋은 결과를 맺을 것이다. 나는 진안군과 협회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에 불과하다.”

-한의사들의 인식 전환이 없으면 그저 장밋빛 설계에 불과한 것 아닌가.

“건강식과 한약은 같은 뿌리다. 그동안 한의사들이 너무 무관심했다. 그래도 우리가 한의사인데 식품까지 손대냐 이런 식이더니,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자세가 좀 달라지는 듯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약재에 대한 불신이 높다. 해결책이 좀처럼 안보인다.
“한의사 개개인이 진료효과를 높여 한약에 대한 믿음을 쌓아가야 한다. 그리고 식약청 기준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 카드뮴의 경우 0.3이나 1.0이나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0.3이 기준이다.”

-일본 등 외국의 기준은 어떤가.
“우리가 훨씬 엄격하다.”

-책임지기 싫어서인가.
“그렇다. 한약재 수급유통 관리규정도 잘못됐다. 도매업소, 제조업소 등 자기 단체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누더기 규정이 됐다.”

-양의사들의 무차별적인 흑색선전도 불신의 벽을 높인다.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 예컨대 쑥 가지고 위장약을 만드는 식이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로 만들었다.”

-취지는 좋지만 한약제조업체가 영세하지 않나.
“대학이나 연구소, 한방병원이 해줘야 한다. 물론 사립대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국립 한의전을 만든 것이다. R&D사업, 산업화를 정부 예산으로 하란 얘기다.”

-한의학연구원이 그 일을 하고 있지 않나.
“한의학연구원은 순수학문 연구에 30%, 나머지 70%는 연구내용을 실용화하는데 쏟아야 한다. 산업화와 시장 진출이 이뤄지지 않는 연구는 죽은 연구에 불과하다.”

-한약재이력추적제가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헌데 맹점도 적잖아 보인다.
“수입약재는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 문제는 국산약재와 고가약품이다. 사향은 식약청에서 관리하고 있고 녹용도 이제 규격화 돼있다. 그런데도 제대로 관리를 못해 놓고 이제 와서 새 제도로 규제를 강화하는 꼴이다. 자가규격 없애고 한약을 의약품으로 관리하면 된다.”

“내 앞에서는 안 하니 내용은 잘 모르겠다. 잇속만 챙겼다면 한의유통이 3년간 연속 적자를 냈겠나.”

-자가포장 폐지하면 반발이 크지 않겠나.

“생산가의 자가포장은 많지 않다. 거의 도매업소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된다. 수입약재와 구별 역시 쉽지 않다. 진작에 한약재 수급유통 관리규정을 고쳐 자가포장이 폐지됐어야 한다.”

-한의유통에 대한 비판들 가운데 뼈아픈 대목은 무엇인가.
“욕을 하면서도 벤치마킹을 한다. 이게 세상사 아니겠나.”

-한의계 내에도 비판이 있다.
“내 앞에서는 안 하니 내용은 잘 모르겠다. 다만 한의사를 위한다고 하면서 한의사를 대상으로 장사한다는 얘기가 흘러다니는 모양인데, 그런 얘기를 원장들이 하는 건지 업자들이 원장에게 세뇌를 시키는 건지 모르겠다. 잇속만 챙겼다면 한의유통이 3년간 연속 적자를 냈겠나.”

-한의유통이 약재시장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무엇인가.
“품질이 좋아졌다.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했다.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다.”

-올해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식품사업 진출이다. 첫째는 홍삼이고 공진단도 기획했다. 침향을 써서 보급형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GMP 시설을 보유한 한의사 소유 회사에서 만든다. 한의사가 기획하고 제조해서 한의사가 판매하는 것이다.”

정리=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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