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 단안 내려라
상태바
협회장, 단안 내려라
  • 승인 2010.04.21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연석

강연석

contributor@http://


본말이 전도된 국가시험 개정안
협회장, 단안 내려라
-본말이 전도된 국가시험 개정안

최근 원광한의대 학보에 “국시 개정안 개선(改善)인가 개악(改惡)인가”라는 기사가 실렸다. 학장협의회에서 격론이 벌어졌던 것은 물론, 제40대 대한한의사협회장 선거에 나섰던 후보들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첫째는 또다시 형식적인 양방 따라하기를 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본초학, 침구경혈학, 사상의학과 같은 과목 명칭이 사라졌다는 점이며, 세째는 한의계 내 합의 도출에는 소홀한 채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점이다.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시험을 개정하려고 하는 측에서 보다 분명한 이유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왜 양방 내용을 국가시험에 반영해야 되는가? 반영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얼마나 많은 내용을 반영할 것인가? 왜 과목 이름을 삭제한 통합과목 출제가 필요한 것인가? 과목 이름은 그대로 두고 통합 출제를 하면 안되는 것인가? 왜 2012년 또는 2014년이라는 급박한 일정을 제시한 것인가? 양방의 비중을 늘리는 것과 과목 간의 통합이 다른 어떠한 주제들보다 중요한 문제인가?

이미 한의사국시에는 양방 내용이 포함되고 있으며, 과목 이름을 그대로 두고도 통합과목 형식으로 출제하면 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2014년 국가시험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미 개정될 내용으로 교육이 개편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시험 개정에 대한 안은 나왔지만 각 교과목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회와 대학 내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

지난 한의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 때와 마찬가지로 보험 청구를 비롯한 공공의 활용을 위해 국제적인 기준을 채택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한의학이라는 학문의 질병 분류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몇 편의 논문이 있었으며, 교육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아무도 논의하지 않았다.

지난 60년의 대학교육에서 우린 뼈저린 몇 차례의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첫번째 실수는 1970년대에 양방 따라 하기를 하면서 한방병원 내 진료 분과를 한의학적인 체계에 맞추어 나누지 못했다는 점이고, 두번째 실수는 80~90년대를 거치는 동안 중의학을 도입하여 교육과정의 형식을 재단하고 분량을 늘려나간 점이며, 세번째 실수는 2000년대에 전문의의 역할과 교육내용을 갖추지 못한 채 다수의 전문의를 배출하였다는 점이다.

모두 학문적인 내용과 자체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제도와 형식만을 외부에서 수혈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번 국시 개정안도 다분히 앞 세대들의 실수를 다시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시험을 개선한다는 것 자체보다도 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 양방에서 벌어진 국가시험과 교육 개선의 방향은 그들의 한계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통합 교과를 지향하는 것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전문화된 단점을 극복하려는 것이고, 의료사회 교육을 강화하려는 것은 인간을 객체화시키는 현대의학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며, 임상 실기시험을 도입하려는 것도 실질적인 능력을 갖춘 의사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의계의 산적한 현안들은 양방과 반대로 각 분과 별로 전문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며, 임상 현실에 맞지 않는 중의학에 의한 기초교육 때문이고,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양방 따라 하기 때문인 것들이 많다. 백년지계인 교육과 시험제도를 뿌리채 흔들기 전에 차근차근히 보다 정확한 문제인식과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는 아닐까?

강연석/ 원광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