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규 칼럼- 한의학계의 석학교수
상태바
권영규 칼럼- 한의학계의 석학교수
  • 승인 2010.04.08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자

기고자

contributor@http://


편의 보다 자존감 앞선 한의 없나
한의학계의 석학교수

후학 위해 고국 다시 찾는 양의들
편의 보다 자존감 앞선 한의 없나

2008년부터 국내 대학에서는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World Class University; WCU) 육성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WCU 사업은 전공학과 개설, 학자 초빙 지원, 세계적 석학 초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 수준의 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서울대, 연대, KAIST 등을 비롯한 우수 대학이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사업으로 노벨상을 받은 석학들이 국내 대학에 초빙되어 연구와 교육에 참여하고, 중․고등학생을 위한 특강도 진행된다. 한의학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받겠다던 철학자도 있었는데 아직까지 수상 소식은 없고, 다른 분야의 석학을 보면서 한의학계의 큰 학자인 석학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예전에 대학 교수는 전임강사로 시작해 정교수가 되는 단일 직종이었지만, 최근 교수의 직종도 다양하다. 무보수 명예직인 명예교수를 비롯하여, 초빙교수, 석좌교수, 외래교수, 겸임교수, 연구교수 그리고 정년 보장과 별개의 비정년 트랙 교수까지 대우나 계약방식에 따라 다양하다.

우리 한의학계의 1세대 학자들은 정년 이후 ‘명예교수’로 위촉되지만, 실제 연구나 강의에 참여하는 학문적 열정을 펼치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다. 후배 교수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시려는 배려를 이유로 말 그대로 명예로 대학에 적만 올리고 있다. 그나마 한의학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대학은 명예교수조차도 위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정 기술 분야에는 대학의 교수 채용 부담은 줄이면서 현장의 실무경험에 대한 교육을 위하여 ‘겸임교수’를 위촉하는데, 이들은 자기 직업을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일정 시간 강의를 하면서 교수 직도 가지게 된다. 겸임교수와 ‘시간강사’의 차이는 오랜 현장 실무경험 여부와 강의로만 생계를 유지하는지의 여부다.

‘외래교수’는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병원 수련을 마친 전문의를 해당 전공교실에서 위촉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 발령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발령하여 임상교육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학에서는 외래교수를 직함으로 대학이나 병원 발전을 위한 기금을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전공 분야의 다양한 인력풀은 학문 발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계적 석학은 특정 분야의 학문적 수준을 세계적으로 발전시키고 후속 학문 세대 양성에 결정적이다. 해방 이후 ‘어의’를 지내셨던 분들이 강의를 하셨다던데, 지금 우리 한의학계의 석학은 어디에 계실까?

올해 국립 한의전에서는 임상교육을 위하여 기존 교수들의 선배가 되는 분들이 오셨다. 미국에 있는 양방 의사의 경우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대접하며 특별채용을 하면서, 우리 한의전 교수들은 경력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특별한 혜택도 없이 공채를 하였다. 이 또한 국립대의 한계라는 변명을 들으면, 국립대 교수는 오로지 자존심과 사명감으로 버텨야 함을 느끼게 된다.

서울을 떠나기 싫어서, 연봉이 줄어들기 때문에, 모교의 편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는 석학이 내세울 명분이 아닌 것 같다. 후학이나 학문 발전을 위하여 고국을 다시 찾는 양의사들처럼 석학 대접을 받지 못하더라도, 한의학에 대한 자존심과 사명감을 가진 진정한 ‘석학’인 선배 교수를 또 기다려 본다.

권영규/ 부산대 한의전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