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대체의학 담론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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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대체의학 담론 넘어서자
  • 승인 2010.03.31 10: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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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이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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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 10대질환 도전 죽비 같은 소식
보완대체의학 담론 넘어서자

연구들, 한의학 고유 관점• 이론 상실
패배감 때문에 정체불명 치료법 난무
양방 10대 질환 도전 죽비 같은 소식

지금의 한의사들은 한의학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과거 우리 선배들은 한의학에 대해 자부심이 있고 한의학 공부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들은 한의학을 최고의 의학이라 생각했고 한의학을 통해 세상을 보려고까지 했다. 한의학은 그들에게 모든 것이고 일종의 세계관이나 다름없다.

우리에게 과연 이런 자부심이 남아있을까? 많은 사람이 한의학 교육의 개혁을 말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하는데 있다. 많은 학생이 자신감보다 패배감에 젖어 대학 문을 나선다. 그리고 이것은 곧바로 임상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 한의학 고유의 임상 방법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과외수업’을 통해 얻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정체불명의 치료법들에 모든 것을 거는 형국이다. 이는 한의학으론 안된다는 패배감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지금 한의사들이나 한의학 연구자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관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보완대체의학 담론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된 보완대체의학 담론은 서의사들은 물론 한의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한의사들도 보완대체의학 담론을 통해 한의학을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한약과 침구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 한약으로부터 유효 성분을 추출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 이것들은 모두 보완대체의학 연구의 목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 한의학계에서 이뤄지는 연구는 의과대학이나 약학대학, 제약회사가 하는 연구와 별 반 차이가 없다. 한의학의 고유한 관점이나 이론이 빠져있는 것이다.

임상 한의사들이 한의학을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과거 우리 선배들은 한의학을 서양의학과 대등하고 질병 치료에 있어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인식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의사들 스스로가 한의학을 서양의학 치료를 보조하는 보완요법 정도로 제한하여 생각하고 있다. 서양의학으로 잘 치료되는 질환은 굳이 한의사가 손댈 필요가 없고, 서양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은 한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이제 한의원에는 서양의학이 치료를 포기한 환자들, 또는 서양의학으로 치료해도 별 성과가 없는 환자들만 온다. 한의원이 이른바 ‘4차 의료기관’이 된 것이다.

1962년 동양의약대학 시절 윤길영 교수는 맹장염도 한약으로 치료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무료진료를 시도했다. 학생들과 함께 어렵게 환자들을 설득해 케이스를 모으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덕분에 시중에 맹장염도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내원하는 맹장염 환자도 늘어났다.

최근 대구한의대에 새로 부임한 최환영 의료원장이 한의학으로 현재 양방 의료보험 상위 10대 질환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패배감에 젖어있는 우리 의식을 깨우는 ‘죽비’ 같은 소식이다. 아무쪼록 이 시도가 성공해 한의사들과 학생들이 잃어버린 한의학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보완대체의학 담론을 걷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치료의학으로서 한의학.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서양의학을 주류의학으로 삼고, 한의학 역할을 서양의학의 보완 정도로 여긴다면 치료의학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다. 보완대체의학 담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의식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보완대체의학 담론을 넘어서야 한다.

이충열/ 경원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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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2010-06-29 09:37:56
교수님의 견해에 적극 공감합니다. 심각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하겠죠. 공리공론에 치우친 학문과 교육을 넘어서서 어려운 환자를 목전에 두고 한의학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심각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보완대체의학은 정말 '보완'의 의미로 활용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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