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임상한의학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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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임상한의학회 만들자
  • 승인 2010.03.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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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신

박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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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역시 새 선택을 할 때
한의계 역시 새 선택을 할 때
한의학회 대안으로 임상한의학회 필요 

현 학회의 폐쇄성은 학회가 과연 한의계의 학술영역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학회 속성상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학회는 끊임없이 분과학회의 가입요건을 강화해 왔다. 이런 시도들은 기득권 논리만 강화했을 뿐이다. 이미 학회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이 아니다. 분과학회로 존재하려면 정기적으로 논문을 싣는 학회지가 있어야 하고, 학회에 일정 이상의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새로운 분과학회로 등록할 경우 기존 학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제 사단법인화까지 하려고 한다.

먼저 분과학회의 전 단계인 준회원 학회로 등록하려면 한의학회 회칙 제27조(등록서류)에 의하면 ‘4. 회원 50명 이상의 명단(준회원분과별학회 인준 신청시 회원명단은 대한한의학회 입회비를 납부한 자의 명단을 말한다)’이 있어야 한다. 최소 50명의 학회 입회비를 낸 회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50명이 별거 아닌 숫자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학회로부터 정기적으로 학회지 받아보는 게 전부인 일반 한의사들은 구태여 학회 입회비를 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의사로서 임상‧연구활동을 하고 한의사협회비를 내면 당연히 학회 회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회 입회비를 따로 내야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또한 준회원 학회가 되려면 기존 학회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회 회칙 제16조 ④항에 ‘기존 분과 별 학회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거나 유사한 목적의 분과 별 학회가 있을 때에는 준회원 분과 별 학회의 인준을 불허할 수 있다’고 하였고 이어 ⑤항에 ‘본 학회의 인준을 득하지 않고는 분과 별 학회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학회는 기존 분과 학회의 기득권을 철저히 대변함으로써 한의사들의 학술활동을 장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위축시키고 있다. 대체 기존의 분과 별 학회가 지닌 권익은 무엇인가? 설령 같은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학술활동을 장려할 판에 유사성을 내세워 제재 대상으로 삼으니 알다가도 모를 처사다. 한의사들이 모여 학술활동을 공식적으로 하려고 학회에 가입하려면 기존 학회와 차별성을 입증해야 하고, 더구나 그것을 유사한 학회로부터 다르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하는 판이니 장벽이 너무 높다. 전문의가 가입하는 전문분과 학회인 경우 더욱 까다롭다.

관련 분야 교수와 학회지 발간 의무도 문제다. 분과학회를 유지하려면 한의학회 회칙 제25조(등록 및 자격) 제③항에 ‘분과 별 학회는 관련 분야 교수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5인 이상의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하며, 매년 1회 이상에 걸쳐 본 학회 투고형식에 맞는 10편 이상 20편 이하의 논문이 실린 분과 별 학회지를 발행하여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징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조항대로 라면 교수를 회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대다수의 한의사 학술모임은 학회로 등록할 수 없다. 임상가 현실을 완전히 간과하고 있다. 이런 조항은 결국 학회는 교수들 몇몇이 하는 학술활동이라는 인식을 쌓이게 만들었다. 특히 학회는 한의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 도움을 주지 못해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 학회 폐쇄성 학술영역 대표성 의문
기득권 논리만 강화… 열린 모임 포기
한의계 현안 타개책 못줘 존재감 상실


분과 별 학회의 폐쇄성도 지적되어야 한다. 학술활동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교류하고 배우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학회 간 교류가 활성화하고 서로 영역을 넘나들 때에 새로운 학문과 치료술이 개발된다. 그러나 현 분과학회는 절대 영역을 넘보지 못하도록 자기의 성을 공고히 쌓는데 관심이 많다.

또한 학회의 활동이 한의계를 위한 것인지, 일부 한의학계 특히 학교나 몇몇 학회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의문이 들게 한다. 한의학회 회칙 제16조(선출 및 자격) 제③항에 ‘평의원의 수는 정회원 분과 별 학회를 통해 입회비와 연회비를 납부한 회원 수를 기준으로 하되… 회원 수 50명 당 1명을 기준으로 하며, 50명 이상일 경우 남은 수가 과반수 이상일 때 1인을 가산한다’라고 하였다. 철저하게 회원 수를 기준으로 평의원 수를 할당해 소위 힘센 학회가 학회 전체를 대표하도록 하고 있다.

학회에 따로 회원 가입을 해야만 하는 이중부담도 문제점이다. 이미 한의사협회비를 내고 있는 상태에서 왜 학회에 새로 가입해야 하느냐 이다. 학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단법인화해 한의사협회와 재정적으로 확실하게 독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단법인화가 되면 한의사협회의 회무에서 학술영역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위임한 유일한 단체가 아니라 독립적인 임의단체가 되는 것이다. 회원을 별도 모집해, 그 돈으로 운영하는 단체가 되는 것이다.

한의사협회는 학회에 2008회계연도에 1억5천여만원, 2009회계연도에 6천4백여만원을 지원했고, 2010년 예산액으로는 1억7천6백만원이 잡혔다. 반면 2010년 2월20일 제12회 정기평의원총회에서 책정된 한의학회 예산은 5억812만원이다. 한의학회 예산에서 한의사협회 지원금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이 적어져 충분히 독립하겠다고 할 수 있다. 홀로 서기를 하려면 확실하게 홀로 서기에 나서야 한다.

한의학회가 한의계를 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협회의 유일한 공식적인 학술단체가 아니라면 한의계 스스로 학술활동을 장려할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학회는 학술에 관련된 협회나 한의계의 주요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렇다면 이제 학술 부분에서, 한의학 임상 영역에서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할 다른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한의학계의 학술활동이 임상과 학교 간에 차이가 난다는 것은 하루이틀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임상가에서는 학교 교육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학교 교육의 한계를 말한다. 이런 문제 정도야 어느 집단에서나 존재하고 한의계가 서로 교류하면 얼마든지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그 괴리가 지금은 너무도 크게 벌어져 있다. 학술적인 내용에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제도적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하루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시선을 둘러싼 스펙트럼도 아주 다양하다. 이제 한의계도 새로운 선택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박용신/ 밝은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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