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균 칼럼- 고수가 되는 과정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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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균 칼럼- 고수가 되는 과정을 즐기자
  • 승인 2010.02.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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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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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되는 과정을 즐기자 

어느 사업가가 죽을 때가 되어, 자식들과 가족들을 불러모아 놓고 자신의 사후를 부탁하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재산에 대한 이야기가 없자, 장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아버지, 재산은 어떻게 할까요?”
“그것은 내가 즐기고 남은 찌꺼기다. 어찌 처리하든 난 관심 없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는 숨을 거두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출세하고 싶고, 얼른 부자가 되고 싶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남는 것은 죽는 일뿐이다. 볼 장 다 봤으면 집에 가야지, 장도 다 본 사람이 무엇 하러 장터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가?

목표 달성하면 남는 건 無

취미로 하는 목공 동호회 모임에 나갔을 때 이야기다.
“선배님은 목공 시작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한 오 년 되었습니다.”
“뭐 많이 만드셨나요?”
“침대, 식탁, 책상 몇 개, 의자 몇 개, 책꽂이 몇 개, 책장 몇 개, 콘솔 등등이네요.”
“아유~! 많이 만드셨네요.”
“이사 갈 때 가구를 하나도 안사고, 하나씩 만들어서 지금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불평하지 않고 기다려준 마누라가 고맙죠. ㅎ ㅎ.”
“대충 다 만드셨네요?”
“아니요, 아직 많이 남았어요.”
“저도 얼른 고수가 되고 싶어요.”
“고수가 되면 뭐하시게요?”
“고수가 되면 좋잖아요. 이것저것 만들고 싶은 것 만들고 좋잖아요.”
“목수가 직업이십니까?”
“아니요”
“그럼 취미시네요?”
“네”
“만들고 싶은 것 다 만드시면 어떻게 하실 거죠? 목공을 접어야겠네요?”
“네?”
“목수가 직업이면 빨리 고수가 되어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빨리 고수가 되어야 하지만, 취미로 목공을 즐기는 방법은 점점 고수가 되어가는 자신을 즐기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못하던 단계에서, 노력해서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해서 잘하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지, 정말 잘하게 되면 덜 재미있는 거죠. 구멍을 파고 촉을 깎아서 끼우는데, 아무리 해도 잘 안되다가, 어느 날 하니까 찰칵~! 하고 딱 맞아, 그때 쾌감이 짜릿하죠. 그런데 이제 잘하게 되어서 매번 잘 맞아, 그러면 쾌감이 점점 떨어집니다. 책상도 처음 하나 만들었을 때는 뿌듯한데, 계속 만들면 그렇게 뿌듯하지 않죠. 어떤 디자인으로 할까? 그것이 과연 작업이 가능할까? 만들어 놓으면 멋있을까? 작업은 어떤 순서로 해야 할까? 준비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슨 나무로 만들까? 등등, 목공을 하는 과정, 뭔가를 만드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죠. 빨리 만들려고 설계도 올려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구상하는 재미, 설계하는 재미를 남에게 주고 자기는 아주 일부분의 재미만을 취하는 것입니다.

결과지상주의 피폐함 초래

예전에 제가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것을 한 적이 있는데, 자기가 게임을 하면서 점차 레벨이 높아지는 것이죠.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집니다. 어떤 아이들이 레벨이 높은 캐릭터를 사서 게임을 하는 것을 봤는데, 그것은 게임의 결과를 사는 것이죠. 게임은 과정이 재미인데, 정작 재미있는, 레벨이 높아지는 과정은 하나도 즐기지 못하는 거죠. 바둑에서 바둑을 두는 과정은 생략하고 이기고 진 승부의 결과만을 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고수가 되는 과정을 실컷 즐기시고 천천히 고수가 되십시오. ㅎ ㅎ ”

나도균/ 나도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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