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칼럼- 영혼이 있는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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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칼럼- 영혼이 있는 승부
  • 승인 2010.01.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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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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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있는 승부

임상 한의사 외줄타기 안내자
환자와 만남 아주 특별한 사건

새해 첫 달이 벌써 지나간다. 모두들 새로운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바쁘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성공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가? 의사 출신의 성공한 CEO 안철수씨는 일을 진정 좋아하고, 제대로 된 실력과 재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덧붙여 ‘흔적론’를 강조한다. 진정한 성공은 단순히 개인이나 조직이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선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회 속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참된 성공은 “영혼이 있는 승부”라고 부른다.

한의사로서 성공이란 무엇일까? 환자를 많이 보는 일, 병을 잘 고치는 일, 현대의학도 못 고치는 어려운 난치병에 도전하는 일, 의료봉사, 탁월한 연구결과, 환자를 진실한 마음으로 섬기는 일. 하지만 현실은 성공은커녕 생존도 쉽지 않다. 경제난 속에 의료계에도 한파가 몰려온다. 줄어드는 인구와 넘쳐나는 병‧의원, 치열한 생존경쟁, 한의학에 대한 폄훼와 불신감, 돌팔이 무면허 의료의 기승, 제도적인 열세…. 환경을 탓하기 전에 나도 물론 명의도, 신의도 아닌 평범한 한의사일 뿐이다. 때론 침 한방, 약 몇 첩의 일도쾌차를 바라지만, 잘 낫지 않는 환자 때문에 고민할 때가 많다. 한의학의 치료효과에 놀랄 때가 있고, 현대의학에 어쩔 수 없이 의존할 때도 있다. 병을 고쳐도 죽음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임상 한의사로서 나는 내가 고칠 수 있는 것과 고칠 수 없는 것 사이에서 외줄 타기 안내자일 뿐이다.

기실,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사의 만남은 아주 특별한 사건이다. 아무런 인연이 없던 낯선 사람이 생면부지의 몸을 의사에게 맡기고 치료를 부탁한다는 일은 큰 ‘사건’이고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마다 질병이 다르고 체질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고 병도 다르다. 인간은 소우주라고 하였다. 반복되는 진료실의 일상들 -환자와 대화하는 일, 진맥하는 일, 침을 놓는 일, 처방을 하는 일, 약을 달이는 일- 이것들은 전 우주적인 사건이자, “영혼이 있는 특별한 승부”인 것이다. 수 천 년의 경험과 지식이 녹아난 한의학으로 그 누군가의 고통을 도와주는 일, 사회와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일.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멋진 승전보를 기다려 본다.

박재현/ 강북한방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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