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장과 최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김남수의 뜸치료를 한의사 입장에서 비판하는 글을 쓴 뒤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는 그에게 심경을 물었다. 이 원장은 “제가 포문을 열면 누군가 뒤를 따라오리라 믿었는데 막상 일을 당해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1월 21일 김남수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원장과 ‘참실련(참의료실천연합회)’ 회원 등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기자는 대한한의사협회를 찾았다. 한의협 관계자들이 고소 당한 한의사들을 어떻게 도울 계획인지 궁금했다. 한의협 고위 관계자는 암중으로 이들을 도울 것이며 가장 필요한 도움이 무엇일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말과는 달리 한의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위기에 빠진 이들을 과연 제대로 도울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강하게 솟구쳤다. 특히 암중이란 단어가 귀에 거슬렸다. 당당히 떳떳하게 도우면 뒷탈이 나는 것일까. 도무지 그 의중을 종잡기가 어려웠다.
한의협 바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돕자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내용도 변호사단 구성에서 모금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정작 말만 무성할 뿐 이들을 위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 이들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화재사고로 업장을 잃은 한의사를 도울 때도, 한약 간독성 시비에 휘말린 한의사를 도울 때도 말만 무성했지 실질적으로 이들을 도운 이들은 일부에 그쳤다. 1만7천명의 한의사 수가 무색할 정도다. 어쩌면 대다수 한의사들은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어떻게 이들을 도와야 할 지 모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의협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외부 단체를 의식할 필요도 없다. 이들은 개인적인 이익이나 욕망을 채우다 송사에 휘말린 게 아니다. 의권 수호, 한의계 전체, 아니 협회를 대신해 목청을 높이다 궂은 일을 당한 것이다. 이런 회원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협회는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강한 구심점이 요구된다. 그 구심점은 한의사협회일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 고소 건에 적극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의계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줄 것이다. 이래서야 누가 한의학을 위해 헌신하려 들겠는가.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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