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중서의 결합, 한의학 발전모델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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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중서의 결합, 한의학 발전모델 될 수 있을까
  • 승인 2010.01.29 13: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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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이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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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서의 결합, 한의학 발전모델 될 수 있을까 

한의사의 KCD 사용과 함께 한의학은 큰 변혁의 길로 들어섰다. 막바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국시 개선안에도 서양의학의 임상지식이 정식으로 포함될 예정이어서 이제 양방 병명 진단은 한의학도에게나 한의사들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한의대에서 서양의학 지식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다만 서양의학 지식은 한의학을 현대화하고 과학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되었고, 그래서 주로 기초의학 과목에 한정되어 그 비율도 전체 교육과정의 30~40%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과정의 원칙은 그동안 망각되거나 무시되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한의학 임상 교과목들은 수업시간에 다루는 서양의학 지식의 비율을 꾸준히 늘여왔다. 그 결과 우리도 잘 알고 있듯이 한의대 교육과정에서 서양의학 지식이 차지하는 실질적인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한의사들의 KCD 사용과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시 개선안은 이러한 추세가 현실화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화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문제는 좀 더 심사숙고해 봐야 한다. 이제 서양의학 지식은 한의대 교육과 한의사들의 진료업무에 중심이 되었고 한의학 지식은 부수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이런 점에서 2010년은 한의학 내에서 한의학 지식과 서양의학 지식 사이의 主次관계가 뒤바뀐 원년으로 후세에 기억될 것이다.

이런 방식의 한의학 지식체계 구성은 중국의 중서의 결합 방식의 체계를 떠올린다. 한의계의 정책 주도자들의 머리 속에서는 이미 중서의 결합 방식이 한의학의 중요한 발전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取長補短 미명 하 중의학 서양의학화 초래
KCD 국시 개선안 서양의학 편향성 현실화
2010년 한‧양의학의 主次관계 뒤바뀐 원년


중서의 결합은 중의학 지식과 서양의학 지식 각각의 장점을 취해 결합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서양의 문물이 동아시아에 들어오면서 생겨난 ‘取長補短’이라는 전통적인 이념이 정책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중의학 잡지에서는 중서의 결합을 첫째, 중의이론과 서의이론의 결합, 둘째, 서의이론을 이용한 중의이론의 천술 또는 이것의 반대, 셋째, 서의의 실험방법을 이용한 중의이론 및 실천 연구, 넷째, 서의 실험방법을 이용한 중의 치료효과 검증과 평가, 다섯째, 서의약의 제약법을 이용한 중의약 제형 개선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중서의 결합이 지향하는 동서의학의 결합 내지 융합, 더 나아가 새로운 의학의 탄생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다. 학문적으로도 동서의학의 取長補短的 결합을 실현할 수 있는 철학적, 방법론적 틀이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현실에서는 서양의학의 한의학 흡수 통합(일원화)이나, 동서의학의 상호 독립적인 병존(이원화)만이 가능한 해법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처럼 取長補短과 같은 낭만적이고 순진한 이념은 현실에서 적절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현실은 힘이 지배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중서의 결합도 결국 서양의학적 방법이 중의학을 압도하여 중의학의 특성을 사라지게 하고 중의학의 서양의학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자들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의학 특성을 살려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한의학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한의학과 서양의학 사이의 主次관계가 뒤바뀔 경우 한의학 특성은 점차 서양의학의 방법과 지식 속에서 질식되어 소멸되고 말 것이다. 수단이 본질을 압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충열/ 경원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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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sdmltk 2010-02-02 01:34:36
제가 겪어본 한의사들의 굴욕은 기본적인 의학적, 생물학적 지식이 부족해 의료인 맞냐는 비아냥을 당하던 경험들이네요. 90년대 후반 이후학번의 젊은 한의사들의 사정이 그렇습니다. 공보으등을 통해 한의사를 겪어본 의사, 치과의사들이 한의사를 같은 의료인이라고 보기엔 너무 무식하다며 혀를 내두릅니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뭐가 그렇게 한의대교육에 서양의학이 너무 많고 전통한방이 보조라는 생각이 드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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