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해외보완대체의학 현주소- 일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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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해외보완대체의학 현주소- 일본<중>
  • 승인 2010.01.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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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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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및 교육 현황

2010 해외보완대체의학 현주소- 일본<중>

일본 동양의학회는 국내 한의계와 돈독한 교류를 맺고 있다. 작년 2월29일 이시노 쇼고(오른쪽) 동양의학회장이 해외 학회로는 처음으로 김장현 대한한의학회장과 학술교류 협정을 맺었다.  

학술연구 및 교육 현황 

일본 보완대체의학의 학술이나 교육분야는 제도‧정책분야와 마찬가지로 아직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방의학은 활성화됐다. 허나 일부 양방학자의 시각을 제외하면, 일본의 한방의학은 보완대체의학과 달리 별도의 의료체계로 간주된다. 여기선 일본이 의료 일원화 체계인 점을 고려해 한방의학을 보완대체의학에 포함시켰다.

일본에서는 통합의료라는 이름으로 보완대체의학을 접근하고 있다. 일본에서 대표적으로 통합의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등장한 곳이 일본통합의료학회(IMJ, 이사장 Atsumi Kazuhiko)다. 2007년 12월 JACT(일본대체·상보·전통의료연합회의)와 JIM(일본통합의료학회)이 통합돼 새로운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10개 지부를 두고 의대 교수 뿐 아니라 침구학·간호학·약학·보건학·치의학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IMJ는 “통합의학 뿐만 아니라 현대 서양의학을 중심으로 전통의학, 보완대체의학을 통합해 환자 중심의 의료를 추진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 단체는 △국립종합의료센터의 설립 △의대의 통합의료학과 학부의 설치와 통합의료대학과 개설 △통합의학의 조사연구 추진 등을 세부 과제로 추진 중이다.

학회지인 일본통합의료학회지도 발간하고 있으며, 특히 이 학회는 작년 12월 일본 정부에 학회와 통합의학을 추진하는 민간단체, 시민단체 등과 함께 연합해 정부에 통합의학 추진을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학회가 포함하는 전통요법에는 한방·중의학·요가·카이로프랙틱·기공·음악요법·온천요법·오존요법·요료법·아유르베다·아로마테라피·심령요법·침구·호메오파시·서플리멘트·허브 등 보완대체의료를 모두 포함하려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방도 포함돼 있어 일본 내에서 한방의학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들과 대립될 가능성이 크다.

통합의료 이름 아래 보완대체의학 접근
서양의학 중심 전통의학 등 흡수 움직임

다만 한약을 중심으로 한 일본 동양의학회의 특성상 한약을 제외한 여타 보완대체의학 분야에 대해서는 논란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완대체의학의 범위로 알려져 있는 많은 의료기술들을 실제 사용하고 있는 한의사의 권한을 침범하려는 무자격 의료업자나 양의사들의 움직임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국내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한방의학의 경우는 2003년부터 일본 후생노동성이 각 의대 교육 커리큘럼에 한방의학 교육을 일정시간 이상 포함시키도록 개정했다. 이에 따라 80개 의대에서 한방의학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교육내용은 해당 대학에서 독자적으로 정하고 있다. 크게 한약과 침구로 나뉘는데, 의대에서는 한약을 중심으로 교육한다.

통일된 교과서는 없고, 일본동양의학회가 제작한 교재를 교과서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교육시수가 길지 않아 짧은 시간 내에 한방교육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부족해 대개 한방에 대한 이해와 소개 등 총론에 그치고, 교수 역시 부족해 대부분 외래강사로 채워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방의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은 각 학교 내에 한방연구회를 조직해 교육을 받고, 특히 규슈지방에서는 각 지방의 국립 의대 한방연구회의 연합체가 설립돼 1년에 2회씩 모여 내용을 발표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한다.

한방의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 스스로 모임을 갖지만, 보다 체계화된 교육과 한방의학 저변 확대를 위해 일본동양의학회, 관련 제약회사(쯔무라 등), 연구소 등이 주최하는 교육강좌도 활발하다. 실례로 전국의 의대생들이 모여 열흘 간 합숙을 통해 집중 강의를 하는 강좌도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전문의 제도가 아닌 학회에서 인정하는 인정의 제도가 활성화돼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본동양의학회에서 만든 한방 전문(인정)의다, 국내에도 한방 전문의들과 교류가 활발하다. 작년 6월에는 대한한의학회와 학술교류 협정을 맺었고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소장 조기호)와도 끈끈한 유대관계가 이어져 있어 국내 학술대회에도 꾸준히 참여해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동양의학회는 전문의 인증 뿐 아니라 지도의 임명권도 갖고 있다. 전문의가 되려면 지도의의 지도 및 실습을 받고 일정 양의 학회 참석 및 임상 케이스 발표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다음에 간단한 시험과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주목할 것은 한방 전문의는 다른 학회의 전문의 자격을 소지한 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영신 이사는 “일본에도 국내 양의사처럼 한방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지만 양방과 학회의 전문의 자격자가 한방 전문의가 됐을 때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의가 되어도 일정한 기간(5년)이 지나면 갱신을 해야 하고, 학회 참석 논문 발표 등 활동내용 등의 점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학회 전문의의 자격이 없어진다.

통합의료학회, 의료 각 직능 전문가들 참여
의사 출신 한방의들 독특한 ‘KAMPO’ 완성
EBM 성과 크지만 정체성 상실문제 제기돼

일본 한방의학에 대한 관심은 ‘한방의 임상’ 잡지에 나와 있는 각종 한방의학 학술발표회를 보면 엿볼 수 있다. 매달 20~30개가 열리며 약사 등 다른 직역의 전문가들도 학술모임에 참여할 정도로 관심은 높은 편이다. 특히 약사의 경우는 한약 임의조제가 가능하고, 한약에 대한 효과도 인정하는 편이어서 약사들의 참여가 높다.

일본의 의대교육 체계에는 2년의 의무임상 연수기간이 의무화돼 실질적으로 8년(의대 6년 과정 포함)을 마쳐야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즉 대학에서는 의학교육을, 임상은 졸업 후 교육에서 담당하는 형태다. 졸업 후 임상교육을 위한 교재나 참고서적 출판도 활발하고 의사협회나 학회 등을 통한 교육 기회도 많아 이를 활용해 임상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침구 교육과정은 2~3년제의 침구학원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 4년제의 침구대학이 만들어졌다. 침구사는 맥락을 계속 유지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경혈학, 한방적인 기초이론 등 한방적으로는 전문성을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침구사는 유사의료업자로 기술직적인 경향이 짙어 학술적인 활동이 그리 많지 않지만 4년제 대학이 생기고 나면서부터 수준 높은 실험논문이나 임상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일본침구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 한방의학의 발전 정도와 그 방향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 한방의학이 동양의학회 등을 중심으로 양방 의사들이 만들어낸 잣대, 즉 EBM으로 한방의학의 객관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고 수준 높은 실험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쌓아온 혁혁한 성과가 있지만, 반면 한방의학의 개별성 등 온전히 한방의료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고유의 한의학이 사라졌다고 보는 평가도 있다. EBM은 한방제제에만 해당되고 정작 한방의학을 적용한 첩약에 대해서는 증례보고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신 국제동양의학회 이사는 “한방의학의 전통이론에 의거해 변증하고 처방하는 첩약을 치료에 사용 중인 한방 전문의는 전체 한방의학 사용 의사들 가운데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일본의학은 병인병기가 없는 증상과 처방만 있는 의학으로 변질됐다”며 “그래서 EBM을 기초로 새로운 해석을 붙인 일본만의 KAMPO가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습은 현재 한국 의료체계, 특히 KCD 도입으로 인해 양방 상병명을 쓰게 된 우리나라 한의계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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