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한의학 정체성 어디서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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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한의학 정체성 어디서 찾을 것인가
  • 승인 2009.12.30 11: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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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왕

김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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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정체성 어디서 찾을 것인가

동의보감 진료 형식 한의학 특성 대변
한의학, 중의학 변증시치 체계와 달라
경쟁 대상 각 전통의학 아닌 현대의학


주지하다시피 1986년 한의학의 명칭은 ‘한(漢)’의학에서 ‘한(韓)’의학으로 바뀌었다. 영문 표현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의학회지>의 영문 표기에는 ‘한국 동양의학(Korean Oriental Medicine)’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아예 ‘Korean Medicine’으로 표기하는 예도 늘고 있다. 일례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은 최근 학교 이름을 ‘School of Korean Medicine’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한의학은 과연 중의학과 다른 것일까?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어떤 사람은 사상체질의학의 존재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상체질의학이 한국 한의학의 매우 독특한 부분이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우리 한의학의 ‘일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사상의학을 제외하면 우리 한의학의 정체성을 말할 부분은 없는가? 물론 사암침법이나 부양론(扶陽論), 운기의학 등을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를 다 합쳐도 우리 의학의 고유성을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겠지만 우리 의학의 특징을 대변하는 가장 중심적 요소는 <동의보감>에서 비롯한 독특한 진단 치료 형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현행의 중의학 체계와 어떻게 다른가?

한의학과 중의학이 다르다는 것에 거의 모든 한의사가 입을 모으고 있는 현실과 달리, 정작 <동의보감> 체계와 중의학 체계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공유되는 인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중의 변증시치 체계와 대비되는 <동의보감>의 특징이라 생각한다. ① 변병시치적(辨病施治的) 요소: 완전한 변증시치 체계가 아니다. 질병 동정 결과가 진단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② 대증시치적 요소(진전된 형태의): 증상의 조합이 아닌 증상의 양상을 진단에 반영한다 ③ 병인론: 현재의 증상만이 아니라 과거의 증상(질병의 경과)과 유발 원인을 진단에 반영한다 ④ 체질의학의 맹아: 질병의 증상이라 하기 어려운, 상대적으로 지속적인 속성(얼굴색 등)을 진단에 반영한다. 이상은 필자의 사견일 뿐이므로 향후 이에 대한 지속적인 토의와 연구가 있었으면 한다. 다만 우리 의학이 다르다고만 할 뿐 어떻게 다른지는 말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이 더는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과연 우리 의학은 중국과 달라야만 할까? 나는 다른 답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자유무역이 확대되고 있는 오늘날, 세계 각국이 공유하고 있는 개방의 원칙이 있는데,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개방하고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보호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의학계는 지속적으로 우리 의학을 차별화하고 보호장벽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한의학은 경쟁력이 없는 분야일까? 우리가 경쟁해야 할 주된 대상은 세계 각국의 전통의학과 대체의학이 아니라 바로 현대의학(Biomedicine)이라 생각한다.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우리의 진료영역은 바로 현대의학이 어떤 질병까지 고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량 역시 이쪽에 모아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는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생리학 교과서가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침구학 교과서, 세계 최고의 한방생리학 교과서가 나오는 것도 가능한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김기왕/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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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 2010-05-04 21:11:06
1구2침3약을 모두 배워 자유자재로 쓸수 있는 한의사를 배출해야 하는데 지금 한의대생 교육은 3약에 집중되어있고 어줍지않게 현대의학 공부에 치중하여 양의사 흉내를 내는 한의사들만 잔뜩 배출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침과 뜸을 개업의가 되어서야 비로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배우는 체계로서 어찌 한의학의 자부심이 서겠습니까. 서양의사들은 침을 배우러 중국으로 몰리는 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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