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한의학 미래 교육투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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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한의학 미래 교육투자에 달렸다
  • 승인 2009.12.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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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석

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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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의 실패는 한의학 교육의 실패

한의학의 미래는 교육분야의 투자로부터
지난 10년의 실패는 한의학 교육의 실패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한의사와 한의과 대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던 말이 의료 일원화였다. 1993년 한의약 발전의 토대 마련을 위한 대정부 운동(한약분쟁) 때에도, 98년 경희대학교 내에서 의치한 3개 대학의 예과 통합 논의가 있을 때에도, 99년 전문의 제도가 도입될 때에도 의료 일원화 저지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우리에게 어떠한 변화가 왔길래 갑작스럽게 의료 일원화를 외치는 한의사들이 늘어난 것일까?

가장 큰 변화는 10여 년 이상 우수한 한의사 인력이 꾸준히 배출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가장 높은 대학교 입학성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이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외국어 능력도 탁월하고, 타 학문 분야와의 교감도 넓을 수밖에 없으며, 어려서부터 또래집단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면서 컸다. 이들에게 국내외에서 한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라는 것이 의사에 비해 낮다는 것은 크나 큰 상실감과 함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한의과대학 교수진의 변화이다. 대부분의 한의과대학이 재정이 어려운 지방 사립대에 있다 보니 충분한 교원의 확보가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교수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과 지원도 지방 사립대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그나마 한의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임상능력이 뛰어났던 원로 교수들이 은퇴하면서 새롭게 뽑힌 교수들은 한의학적 지식과 임상능력보다는 SCI논문을 쓰거나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고 양방과 교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한방병원의 전문의 수용 실패이다. 10여 년 전 전문의 제도가 처음 만들어질 때 경과규정을 두지 말자는 합의가 있었다. 이것은 전문의 배출을 최소로 묶어두자는 것이면서 대부분의 전문의가 한방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한방병원의 경쟁력이 줄어들면서 젊은 전문의들이 대학병원에 남지 못하고 전부 임상가로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이 젊고 능력 있는 인력들이 후배 수련의와 학생들을 교육하고 대학병원 대부분의 논문을 작성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한의계의 잃어버린 10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의과대학과 한방병원의 투자 실패이다. 한방병원의 수입이 좋던 시절, 시설이나 경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침 잘 놓고 약만 잘 쓰면 환자는 당연히 많은 것이라 가르쳤고, 우수한 학생들이 자연스레 입학할 것이라 여겨 연구와 교육환경의 투자에는 소홀하였다. 하지만 IMF를 전후로 한 양방의 큰 변화는 바로 투자였다. 시설이 커지고 근무하는 교수요원도 늘어나게 되면서 더욱 좋은 교육, 더욱 질 좋은 논문도 쏟아져 나왔다. 병원 뿐 아니라 상위권 대학들의 교육과 연구환경에 대한 투자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10여 년 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환경에서 한의과대학이 상위권 학생들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겠는가?

과거를 냉철히 반성하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지난 10여 년의 실패는 일원화와 이원화의 문제라기 보다는 한의학 교육의 실패임이 확실하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가르칠 사람들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지, 교육을 위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되는지와 같은 경영의 실패였던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라고 한다. 학교와 협회의 지도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가져올 경영의 해법을 기대해 본다.

강연석 yeonkang@wku.ac.kr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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