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문제, 정치적 파워게임 변질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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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문제, 정치적 파워게임 변질 안돼
  • 승인 2009.12.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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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룡

이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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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문제, 정치적 파워게임 변질 안돼

의료교육 고인플레 부작용 초래
범한의계 합의안 도출이 필수

최근 대한한의사협회는 임시이사회를 통해 한방가정의학과 신설을 내부적으로 합의했고 이를 토대로 하는 건의안을 보건복지가족부에 보냈다. 복지부에서는 한의협에서 제출한 건의안을 건설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략팀을 구성하는 중에 있다고 하였다.

문제는 전문의가 지닌 본연의 의미이다. 전문의란 의학의 일정한 분과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뜻한다. 가정의학 전문의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그 목적은 환자를 가족처럼 보아줄 가정 주치의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1985년 2월27일 대통령령 제11644호로 가정의학이 23번째 전문의로 탄생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수련을 거치지 않은 의사들이 보수교육을 통해 가정의학 전문의가 되었고 당시에도 많은 논란과 부정적인 시각이 난무했다.

이러한 전례가 현재 한의 개원의 일부에서 주장하는 수련 없이 전문의가 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이후 서양의학계는 모두가 전문의인 관계로 다음부터 배출되는 의대 졸업자의 90% 이상이 4~5년 간의 과정을 또다시 거쳐 전문의가 되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의료교육 고인플레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한방가정의학과 전문의 취득은 학과 과목의 신설이 이루어지고 전공과가 생긴 다음 정상적인 수련 후 전문의를 취득하는 정규모델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자를 위한 경과규정 모델이 있어야 한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전문병원 수련과 임상 수련을 동시에 인정하여 전문의를 배출하는 이원화 방안은 전문의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므로 옳지 않다.

한방가정의학 전문의가 본연의 뜻대로 가정 주치의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설립이 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전문의 과정이 생기기 전 3년 간의 수련을 거친 경우를 인정하는 것은 경과규정 모델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만에 하나라도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대다수의 개업의, 특히 전문의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의 경우에 한해 혜택이 주어지고, 그 목적이 기존 로컬의 경쟁력 확보 차원이라면 이는 향후 한의계가 전문의 이전세대와 이후세대로 이분화가 되는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의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과연 어떤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옳을지에 대해서 범한의계의 합의안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지 이것이 정치적인 파워게임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명분 없는 이익을 목적으로 일을 추진할 경우 서양의학계가 겪고 있는 의료교육 고인플레의 악몽을 한의계가 반복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상룡/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

091211-칼럼-전문의-권력게임-경과규정-이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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