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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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41)
  • 승인 2009.12.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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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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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의 기술(41)

치료실에서의 기술(1)- 배려
원장님의 한의원을 처음 찾아오신 환자분들은 대부분 어리둥절한 기분을 느낄 겁니다. 원장실이 어디인지, 치료실은 어디인지, 방향 감각이 없고, 치료실을 빠져나갈 때도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모르게 마련입니다.

환자는 낯선 침대에 눕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럽습니다. 만약 간호사가 별 설명도 없이 “여기 누워 계세요. 원장님이 곧 침 놓으러 오실 거에요”라고만 말하고 쓱 가버린다면, 환자는 똑바로 누워야 할지, 엎드려야 할지, 머리를 어느 쪽으로 해야 할지 고민할 겁니다. 원장님이나 간호사에게는 치료실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너무도 익숙합니다. 그러나 처음 온 환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번은 제가 침을 놓으러 들어갔는데 환자가 바지를 다 벗고 엎드려 있더군요. 허리가 아파서 오신 분이었는데, 간호사 왈, “엎드리시구요, 바지 좀 내리고 기다리고 계세요” 했던 겁니다.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저희 원장님께서는 허리 아프신 분들 치료하실 때 엉덩이 쪽에도 침을 놓으십니다. 바지를 여기까지만 내리시고 잠시 엎드려 계시겠어요?” 그리고는 잠시 커튼을 닫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엉덩이 라인 쪽에 수건을 살짝 덮어 드렸어야 했습니다. 환자들은 엉덩이를 드러내 놓은 채로 원장님을 맞이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을 겁니다. 아니면 편안하고 헐렁한 고무줄 바지를 준비해 드려도 좋았을 것입니다.

처음 내원하면 치료실 등 모든 게 낯설어
실수로 바지 벗고 엎드린 ‘해프닝’도 발생
베드 커튼 열 때 환자이름 한번 불러줘야

환자가 침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엎드려 있는 환자의 바지를 아무 말도 없이 원장님께서 직접 내리는 실수를 범하지 마십시오. 환자는 상당히 당황할 수 있으며, 심지어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원장님은 익숙하지만, 환자는 처음 당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바지는 반드시 환자가 직접 내리게 하십시오.

치료실 베드에 누운 환자는 원장님이 침을 놓으러 언제쯤 올지 항시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간호사가 '잠시' 기다리라고 얘기했지만, 그 잠시 동안에도 조마조마하는 것이 환자의 마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장님께서 갑자기 커튼을 확 젖히면서 등장하면 환자는 깜짝 놀랍니다. 물론 소리를 지르지야 않겠지만, 흠칫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는 때로 몸을 드러내 놓고 누워있으니 말입니다. 원장님의 한의원이기 때문에 원장님의 행동이 서슴없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실 베드는 잠시 환자가 빌린 환자의 공간입니다. 치료실 베드로 들어갈 때는 커튼을 젖히기에 앞서 환자의 이름을 따듯하게 한 번 불러주시고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환자분이 치료실 베드에 누운 채로 한참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베드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원장님께서 커튼을 확 젖히고 들어와서는, 미안하다는 말도 한 마디 없이, 그저 침만 꾹꾹 꽂고 나간다면, 환자의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환자는 치료의 기운을 느끼기보다는, ‘도대체 몇 분을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그 다음엔 또 뭘하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치료에 집중하지 못할 겁니다. 처음 온 환자들에게는 더더욱 세심한 배려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연구소 소장(lkmri.org

091203-칼럼-진료의기술-베료-진료실-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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